Esoteric | [리뷰] 에소테릭 네트워크 오디오 트랜스포트 'N-03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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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형 디지털 소스기기
가끔 숨을 고르고 과거 CD가 메인 디지털 포맷이었던 당시 하이파이 라이프를 떠올려본다. 당시 CD 플레이어는 각 오디오 메이커에 있어 필수적인 아이템이었다. 1980~90년대는 CD가 워낙 강세였고 당연히 업계는 CD를 얼마나 고품질로 재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여러 연구가 이루어졌고 결국 SACD(Super Audio CD)나 DVD-Audio라는 포맷까지 생산하면서 물리매체 디지털 포맷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때로 DTS 포맷을 적용하거나 멀티채널로 제작된 DVD-Audio는 친구나 선배의 선물로 제격이었다. 당시 음질 좋기로 유명했던 이글스의 ‘Hell Freeze Over’ DVD를 필자는 아직 갖고 있다.
더 고음질을 즐기려 하는 오디오파일은 CD 플레이어 역시 상당히 고급기종을 사용했고 더 나아가 분리형을 고집하기도 했다. dCS, 와디아(Wadia),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 등에서 고가의 분리형 제품이 쏟아졌고 무엇보다 각 메이커마다 독보적인 개성을 담은 소리로 오디오파일의 취향을 저격했다. 그 중 트랜스포트에 따른 음질 변화는 상당히 컸다. 와디아는 남성적이며 호쾌하고 마크 레빈슨은 정갈하고 고운 소리로 질리지 않는 품격을 지녔다. 당시 dCS는 고해상도에 높은 분해 능력을 지녔으나 지금보다 더 아날로그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 마크 레빈슨 No.31.5 CD 트랜스포트
디지털 시스템이 트랜스포트와 DAC로 나뉘고 때로는 업 샘플러가 중간에 끼어들기도 했다. 당시에도 DDC(Digital to Digital Converter) 개념이 있었고 일부는 클럭 제너레이터를 개발해 내놓는 메이커가 있었는데, dCS 그리고 에소테릭(Esoteric) 같은 메이커가 그 주인공이다. 분리형을 고집하는 이유는 음질에 있어 장점도 있지만, 여러 매칭을 즐기면서 음질 상승을 노리는 골수 오디오파일에게는 취미로서의 깊이와 재미도 동반했기 때문이다.
필연적인 등장, 에소테릭 N-03T
네트워크 오디오에 기반한 음원 재생방식이 보편화되었지만 현재 음원을 위한 트랜스포트는 그다지 많지 않다. 오렌더(Aurender) 정도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브라이스턴(Bryston), 루민(Lumin), 멜코(Melco) 등이 떠오른다. 과거 황금기를 누렸던 메리디언(Meridian), 린(Linn), dCS, 마크 레빈슨도 이젠 일체형 플레이어에 집중하고 있다. 이 와중에 CD 전성기 시절부터 분리형 소스기기를 줄기차게 개발해왔던 에소테릭이 일체형 네트워크 플레이어 N-05, N-01에 이어 비로소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를 개발해 내놓았다. 모델명은 N-03T. 모델명의 T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시대에 새로운 옷을 입고 태어난 음원 트랜스포트를 의미한다. 디지털 입력단을 갖춘 SACD 플레이어, DAC 진용이 화려한 에소테릭에게 그에 꼭 맞는 음원 트랜스포트 출시는 어찌 보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에소테릭 네트워크 오디오 트랜스포트 N-03T
기능적으로 N-03T는 기존 N-05, N-01 등의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DAC 파트를 생략한 음원 트랜스포트 개념의 모델이다. 가정 내에 공유기만 있다면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NAS(Network-Attached Storage) 등의 스토리지에 저장된 음원을 고음질로 재생할 수 있다. 물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에서 원격으로 조절 가능하므로 번거로운 PC 등이 필요 없다. 또한 USB 메모리 등에 저장된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최근 가장 대중적인 음악 감상 솔루션으로 자리잡은 타이달(TIDAL), 스포티파이(Spotify), 코부즈(Qobuz) 등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순차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다만 에어플레이(AirPlay), 블루투스(Bluetooth) 등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
▲ N-03T는 네트워크 오디오 플레이어에서 DAC를 생략한 트랜스포트다.
재생 가능한 포맷은 DSF, DSDIFF, FLAC, Apple Lossless, WAV, AIFF, MP3, AAC 등으로 APE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포맷에 대응하고 있다. 참고로 PCM 음원은 32bit/384kHz까지 그리고 DSD 음원은 최대 DSD256(11.2MHz)까지 지원하고 있으므로 현재 상용화된 음원 중 재생하지 못할 해상도는 없다고 볼 수 있다.
▲ 후면부 역시 무척 심플하다.
디지털 출력은 USB 2.0 출력 포트 하나 그리고 110Ω AES/EBU 출력단과 75Ω 규격 동축 디지털 출력단이 하나씩 마련되어 있다. 단 AES/EBU와 동축 출력에서는 PCM의 경우 24bit/192kHz, DSD의 경우 DSD64(2.8Mhz)로 제한된다. 디지털 입력을 지원하는 에소테릭 SACD 플레이어 또는 DAC를 사용 중이라면 아래 표에서 입력 가능한 비트/샘플링레이트를 확인해 볼 수 있다.
▲ 에소테릭 비트/샘플링레이트 입력 사양
에소테릭은 과거 CD가 메인 포맷이었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클럭 제너레이터를 생산해왔으며, 이는 에소테릭의 독보적인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N-03T에서도 클럭 입력단을 마련하여 자사의 디지털 기기들끼리 클럭 동기화가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N-03T에는 10MHz(±10ppm) 클럭을 입력 받을 수 있는 BNC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만일 N-03T에 에소테릭 SACD 플레이어 또는 DAC를 연결하여 사용할 경우 G-01X/G-02X 등 에소테릭 클럭 제너레이터를 사용하여 클럭 동기화를 하면 훨씬 더 뛰어난 음질을 얻을 수 있다.
▲ N-03T는 외부 클럭 제너레이터 연결을 지원한다.
▲ 중앙에는 에소테릭 로고가 음각되어 있으며 대형 상태표시창을 제공한다.
▲ 우측에는 메뉴 관련 버튼들이 위치한다.
N-03T의 하드웨어 설계는 매우 간결하면서 음질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의 미덕을 보이고 있다. 모든 액티브 컴포넌트의 핵심인 전원부는 2개의 트로이달 트랜스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네트워크 오디오가 소진하는 전원 양에 비하면 차고 넘치는 용량의 전원부는 각각 네트워크 모듈 및 디지털 서킷 부문에 독립적으로 전원을 공급하고 있다.
▲ N-03T 후면
뿐만 아니라 커다란 필터 캐패시터 및 쇼트키 배리어 다이오드 등 고품질 소자들을 대거 투입해 전체 전원부를 꾸린 모습이다. 특히 네트워크 모듈을 위한 전원부에는 에소테릭의 전매특허인 EDLC(Electric Double-layer Capacitor) 회로를 적용했다. 여기에 투입된 커패시터 용량은 무려 1F(1,000,000μF)으로 비교적 간단한 네트워크 모듈에서 음질적으로 가장 큰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 전원부에 집중한 모습이다. 이 외에 내부 기판 설계에도 상당히 영민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데 회로를 각 부문별도 총 3개 PCB에 분리 설계했으며, 하판을 2개 레이어로 설계하여 트랜스포머를 PCB와 분리시키는 등 물리적/전기적 간섭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셋업 & 리스닝
에소테릭 N-03T 테스트를 위해 에소테릭의 DAC 내장 네트워크 플레이어 최상위 기종인 N-01 및 새롭게 출시한 SACD 플레이어 K-03Xs 그리고 G-01X 클럭 제너레이터를 셋업했다. 이 외에 프리앰프는 CH 프레시전 L1과 X1 전원부, M1 모노블럭 파워앰프 그리고 스피커는 매지코 M3 등 기함급 하이엔드 시스템을 통해 청음하며 N-03T의 성능을 테스트했다.
▲ N-03T 테스트 시스템
N-03T를 통해 가장 먼저 실감하게 된 사실은 트랜스포트가 디지털 시스템에서 음질적으로 갖는 지분이다. CD 플레이어 시절부터 상당히 크게 생각했고, 몇 년 전부터 집중한 음원 재생에서도 트랜스포트의 중요성은 생각보다 훨씬 폭넓게 드러났다. 이번 테스트에서도 N-01의 DAC 부문과 K-03Xs의 DAC 차이보다 N-03T로 인한 성능 구분이 지배적이었다. 예를 들어 웅산의 ‘I love you’(24bit/176.4kHz, FLAC)은 굉장히 넓은 대역폭과 함께 탁 트인 고역 등에서 에소테릭 사운드를 웅변했다. 무척 예리하게 다듬어진 음상 및 단단하며 깊고 진한 더블베이스는 마치 잘 단련된 근육질처럼 탄력적이다.
"넓은 대역폭과 함께 탁 트인 고역 등에서 에소테릭 사운드를 웅변했다.
예리하게 다듬어진 음상 및 단단하며 깊고 진한 더블베이스는 탄력적이다. "
트론트하임 졸리스텐의 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24bit/192kHz, FLAC)을 재생하며 N-01과 K-03Xs의 DAC 부분을 비교해보면 분명 차이가 포착된다. 상대적으로 N-01이 더욱 정교한 윤곽 표현과 분해 능력을 가진다. 이에 비해 K-03Xs는 비교적 더 풍부한 배음과 중역대 표현력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N-03T가 전체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지배한다. 또한 여타 곡들에서도 동일한 녹음에서도 16bit와 24bit 포맷의 차이가 꽤 큰 폭으로 대비되어 표현된다. 음색적인 부분을 요약하면 매우 정교하게 다듬은 순백의 조각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만큼 깨끗하며 정갈하고 분석 능력이 뛰어난 고해상도 사운드다.
"매우 정교하게 다듬은 순백의 조각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만큼 깨끗하며 정갈하고 분석 능력이 뛰어난 고해상도 사운드다."
닐스 로프그렌의 ‘Keith don’t go’(16bit/44.1kHz, FLAC) 같은 록 음악도 무척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좀 더 거칠고 묵직하게 표현해도 될 법 하지만 에소테릭에게 관용은 없다. 기타는 음색의 본질을 무척 날카롭게 표현하며 퍼커션은 빠르고 다이내믹하다. 어떤 악기 어떤 구간에서도 타이트하고 명료하며 높은 순발력으로 공기를 흔든다. 보컬 또한 꾸밈없이 허스키한 야수성을 그대로 모두 토해낸다. 요컨대 일부러 음원 정보를 예쁘게 윤색하는 등 과거 일본 기기의 색깔 입히기 습성은 에소테릭에겐 이미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기타는 음색의 본질을 무척 날카롭게 표현하며 퍼커션은 빠르고 다이내믹하다.
어떤 악기 어떤 구간에서도 타이트하고 명료하며 높은 순발력으로 공기를 흔든다."
독일 오디오 메이커 부메스터(Burmester)의 컴필레이션 앨범 중 임혹만의 ‘Poems of chinese drems’를 재생하며 저역 재생 능력 및 스케일을 확인해보았다. 예상한대로 빠르고 명확하게 정확한 타겟을 고밀도로 타격하는 스타일이다. 풍부하되 느슨한 저역이 아니라 조금은 차갑더라도 빠르고 명쾌한 저역을 가감 없이 자랑한다. 아마도 이 정도 가격대에서 저역을 이렇게 수준 높은 사운드로 재생해주는 기기를 찾기 힘들 것 같다. 낮은 대역까지 숨도 쉬지 않고 롤 오프 없이 선형적으로 뻗어 내려가는 저역은 정제된 톤으로 정확하며 그만큼 무척 단도직입적이다.
"빠르고 명확하게 정확한 타겟을 고밀도로 타격하는 스타일이다.
풍부하되 느슨한 저역이 아니라 조금은 차갑더라도 빠르고 명쾌한 저역을 가감 없이 자랑한다."
총평
에소테릭 N-03T를 N-01 및 K-03Xs와 매칭해 비교해본 결과 음질만 따지면 N-03T/N-01 조합이 분석 능력이나 세부묘사 등에서 더 나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SACD 재생과 음원 재생이 모두 중요한 사람에겐 두말할 나위 없이 N-03T/K-03Xs 조합이 훌륭한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 가격 대비로도 그렇다. 한편 N-03T/N-01은 K-03Xs와 N-01의 DAC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셋업한 조합일 뿐 현실적으로 이런 조합은 N-01의 트랜스포트 부문을 허비하게 되므로 비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음원만 재생하기 위한 분리형 플레이백 시스템을 꾸리기 위해 우선 에소테릭의 DAC와 매칭을 시도해볼 수 있다. D-02X, D-05X 등이 그 대상이다. 만일 N-03T/D-05X를 조합한다면 가격이 N-01과 비슷해진다.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이 외에도 N-03T 라는 네트워크 음원 트랜스포트가 라인업에 추가되면서 에소테릭 유저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다. SACD 플레이어만 운용하던 에소테릭 팬에겐 N-03T라는 몸에 꼭 맞는 맞춤 네트워크 음원 플레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더불어 N-03T는 에소테릭 외에 전 세계 여러 DAC와 함께 활용할 수 있다. USB 출력 뿐 아니라 AES/EBU, 동축 출력이 가능하므로 USB 입력이 없는 구형 DAC와 운용도 문제없다. 내친 김에 클럭 제너레이터와 연동까지 감안하면 이는 마치 레고 블록 맞추기 같은 재미를 얻을 수 있다. N-03T는 견고한 에소테릭 디지털 월드의 캐스팅 보트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주요사양
지원 파일포맷: FLAC, Apple Lossless(ALAC), WAV, AIFF, DSF, DSDIFF(DFF), MP3, AAC
디지털 오디오 출력: XLR x 1, 동축 디지털 x 1, USB x 1
디지털 오디오 입력: 이더넷 x 1
출력 입피던스: XLR(20Ω), RCA(23.5Ω)
클럭 싱크 입력: BNC
USB 드라이브 단자: FAT32, NTFS 단일 파티션
입력가능 주파수: PCM 44.1 ~ 384kHz / 16 ~ 32bit, DSD 2.8MHz, 5.6MHz, 11.2MHz
소비전력: 31W
크기(W x H x D): 445 x 131 x 360mm
무게: 1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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