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두되는 클럭 제너레이터
PC 또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뮤직 서버 등의 출현과 함께 클럭에 대한 오디오파일의 관심은 더욱 더 증폭되고 있다. 기존에 CD 트랜스포트와 DAC 사이의 클럭 동기화가 이젠 DAC와 뮤직서버 또는 네트워크 스트리머의 관계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클러킹 및 회로에서 여러 오류들이 발견되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여전히 클럭 부분이다. 에소테릭, dCS, MSB 등 내로라하는 탑 클래스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클럭 설계에 매우 많은 R&D를 치중하고 있는 이유다. 물론 각 브랜드마다 클럭 설계에 대한 태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일치하는 것이 있다. 클럭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이는 주변회로와의 독립성 및 전원, 진동, 온도에 대한 극도의 세심한 컨트롤이다.
이런 의미에서 에소테릭의 클럭에 대한 거의 편집증적인 연구는 정평이 나 있다. 이는 홈 오디오 분야에서 인공위성급 클럭을 적용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절대적인 시간 및 이를 통한 위치 검색이 불가능한 곳에 GPS를 사용하듯 홈 디지털 기기에서 클럭은 음악 신호의 가장 정확한 흐름을 규정해준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GPS에 사용하는 세슘과 루비듐 클럭이 에소테릭 클럭의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극단적인 클럭 동기화를 위해 루비듐이라는 절대적인 성능의 클럭에 손을 댔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에소테릭은 굉장히 예민한 루비듐을 최상위 그란디오소 G1 클럭 제너레이터에 투입했다. 최근 중국 등지에서 키트나 또는 값싼 설계의 루비듐 클럭이 우후죽순 출시되기도 하지만 이는 거의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 하위 OCXO를 사용하더라도 제대로 설계하면 오히려 그런 어설픈 설계의 클럭 성능을 넘어선다. 클럭이 중요하지만 결국 그 주변의 전원, 온도 유지, 진동 컨트롤이 제대로 이루질 때 클럭은 제 성능을 내주기 때문이다. 클럭 정밀도는 이에 따라 많은 편차를 보이며 결국 지터라는 디지털의 절대 명제를 흔든다.
루비듐 클럭 G-01X
에소테릭에서는 최근 그란디오소 G1이라는 초유의 루비듐 클럭을 출시한 바 있고 이미 리뷰를 통해 소개한 바 있다. 그란디오소 G1이 이루어 내는 음질적 개선 효과는 극명했다. 크리티컬한 리스닝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조차 곡이 재생되자 마자 뉘앙스의 변화를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다. 이번엔 G-01X. 다름아닌 G1이라는 차상위 플래그십 제품이다.
▲ 에소테릭 마스터 클럭 제너레이터 G-01X
G-01X의 면면을 살펴보면 무척 흥미롭다. G1의 하위기기지만 섀시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부분에서 플래그십 G1의 설계 패턴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물론 섀시는 온도와 진동 등 클럭 작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지만 G-01X의 섀시 또한 에소테릭의 여타 기기들처럼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다.
루비듐 클럭을 활용한 G-01X의 클럭 정밀도는 ± 0.05ppb, 즉 ± 0.00005ppm에 이른다. 이는 현존하는 최고급 클럭의 그것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거의 클럭 오차가 없다시피 하다고 볼 수 있다. 만일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클럭 입력을 받을 수 있는 CD, SACD 플레이어 또는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사용하고 있다면 G-01X와 클럭 동기화를 통해 루비듐 클럭의 초정밀 클럭 성능을 활용할 수 있다.
G-01X는 우선 전원부부터 한땀한땀 굉장히 정밀하고 계산된 설계 패턴을 구사하고 있다. 전원부는 두 개 섹션을 나누었다. 우선 커다란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메인으로 활용하며 전원 간섭을 피하기 위해 기능 제어 부분을 위해 별도의 EI코어 트랜스를 사용했다. 출력단에도 각 출력단마다 독립적인 초고속 버퍼앰프를 설계해 간섭을 최소화하며 매우 깨끗하고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만일 클럭 입력이 가능한 디지털 장비를 여럿 운용하고 있다면 그 모든 기기들을 G-01X가 생성하는 고품질 클럭으로 동기화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G-01X는 10Mhz 클럭 출력단을 총 네 계통이나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후면 우측에 마련된 A, B 두 조의 클럭을 활용하면 보편적인 샘플링레이트인 44.1kHz/48kHz의 1, 2, 4배에서 최대 512배(22.5792MHz/24.576MHz)까지 클럭 출력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만일 GPS수신기를 클럭 입력단에 연결해 더 상위 중심 주파수 클럭과 동기화도 가능하다.
G-01X가 루비듐 클럭의 성능을 레퍼런스급으로 끌어올리고자 한 것이 단지 전원부에서 멈추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기서 중심 전위차에 대한 연구가 더해진다. ‘Adaptive Zero Ground’라고 불리우는 이 기술은 일종의 적응형 전위차 컨트롤 회로다. 이 회로를 통해 그라운드 전압을 항상 0V로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클록 품질에 대단히 많은 영향을 준다. 기준 전압이 흔들림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지터 노이즈를 애초에 철벽처럼 방지해준다.
▲ G-01X의 전면 좌측
▲ G-01X의 전면 우측
전체 디자인은 군더더기가 없이 매우 말끔하며 불필요한 치장 등을 최대한 배제한 모습이다. 섀시의 소재는 에소테릭의 전매특허인 알루미늄 섀시로 굉장히 견고한 모습이다. 단자 또한 황동을 깎아 만든 고급 BNC 단자가 후면에 주욱 늘어서 반짝인다. 단자 사이가 넓어 굵은 케이블도 여유 있고 안정적으로 장착할 수 있을 듯하다.
▲ G-01X의 후면 단자
건실한 알루미늄 섀시에 더해 인슐레이터도 신경 쓴 모습인데 진동 제어에 관해 에소테릭이 개발해 특허받은 (특허 제 4075477호) 핀 포인트 풋이 장착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루비듐 클럭이라는 최고급, 초정밀 클럭을 투입하고 클럭 주파수의 발진과 관련되어 그 어떤 소량의 부정적인 영향도 극도로 배제하기 위해 세밀하게 설계한 모습이다.
극명한 컨트라스트 대비와 고요한 배경
G-01X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에소테릭 K-03X와 함께 테스트를 진행했다. 앰프에는 클래스 A 인티앰프 F-03A 그리고 던텍 DSM-15 북셀프 스피커를 매칭했다. 기본적으로 G-01X 라는 클럭 제너레이터가 연출하는 업그레이드 효과는 SACD 플레이어 K-03X와 동기화 이전과 이후 비교를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G-01X는 클럭 특성상 충분한 예열 및 안정화 시간을 거쳤고 K-03X의 메뉴에서 클럭 동기화를 끄거나 활성화시키는 작동을 반복하면서 동기화 전/후를 비교했다.
G-01X의 투입 전/후에서 가장 먼저 돋보이는 변화는 음상이 또렷해지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바흐 토카타를 들어보면 피아노 타건의 잔향이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 단정하다. 더불어 기음이 더 명료하고 힘이 실려 들린다. 무릇 이런 경우 사운드 텍스처가 건조해질 위험이 도사린다. 심하면 뭔가 딱딱해질 수도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G-01X의 적용은 오히려 모든 음결을 보다 더 극명하게 투명하며 자연스럽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배경은 무척 차분하게 정돈되어 음악 속으로 더욱 깊게 침잠하게 만든다. 잃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보다는 얻는 것이 대부분이다.
“피아노 타건의 잔향이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 단정하다.
더불어 기음이 더 명료하고 힘이 실려 들린다.”
재즈 녹음, 다중 편성의 빅밴드가 아니라 보컬을 중심으로 한 소편성에서 각 악기들의 하모닉스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런 현상은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의 ‘Let’s face the music and dance’ 같은 곡에서 음색의 컨트라스트를 극명하게 대비 시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미징이 선명하게 구분되어 형성된다. 이 외에 다른 변화들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하이햇의 해상도가 더 높아져 눈앞에서 스틱을 쥐고 연주하는 듯 더 생동감 넘치는 표현을 체감할 수 있다. 더불어 더블 베이스의 저역 움직임도 더 선명하게 포착된다. 기존엔 뭔가 조금 흐릿했던 것이 아닌가 유추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미징이 선명하게 구분되어 형성된다.”
줄리아노 카르미뇰라의 사계 앨범 중 협주곡에서 여러 악기들의 완급조절이 더 극명하게 대비되어 들린다. 바이올린, 비올라 등 각 악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치는 물론 에너지 양의 대비가 더욱 대비되어 강력한 아티큘레이션을 전개한다. 따라서 더 추진력있게 들리며 청자에게 심화된 실체감을 선사한다. 동적인 역동성을 부여하는 이런 능력을 과연 클럭 하나가 모두 가졌다는 것이 상당히 놀랍지만 사실이다. 낮은 소리 입자까지도 디테일을 잃지 않고 재생하며 그 결과 세부 묘사가 뚜렷하게 상승한 결과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바이올린, 비올라 등 각 악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치는 물론 에너지 양의 대비가 더욱 대비되어 강력한 아티큘레이션을 전개한다.”
또 하나 극적인 변화는 뎁스, 즉 심도라고 표현하는 부분의 상승효과다. 예를 들어 벤스케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의 베토벤 교향곡 5번에서 이런 공간 구현 능력의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전/후 깊이는 물론 좌/우 무대마저도 확장되어 눈앞에 펼쳐진다. 무대는 더욱 입체적으로 구현되며 악기들의 위치도 좀 더 선명해진 결과가 낱낱이 확인된다. 이런 특성은 배경이 깨끗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음을 잡아먹는다던가 해서 건조해지거나 무덤덤해지는 등의 악영향은 감지되지 않는다.
“또 하나 극적인 변화는 뎁스, 즉 심도라고 표현하는 부분의 상승효과다.
베토벤 교향곡 5번에서 이런 공간 구현 능력의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총평
에소테릭은 클럭 제너레이터 분야에서 디지털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각 디지털 녹음장비의 동기화를 위해 사용되던 것을 급격히 진보시켜 홈 하이엔드 분야에 정확하게 이식했다. 최근엔 고삐를 더욱 당겨 그란디오소 라인업에 자랑스러운 G1 클럭 제너레이터를 안착시켰다. 그리고 G-01X와 G-02X라는 차상위 제품을 쏟아냈다. 특히 G-01X는 플래그십 G1의 거의 모든 것을 이어받은 성공적인 트리클 다운이다.
물론 K-03X라는 에소테릭의 SACD 플레이어에서만 테스트했기 때문에 G-01X의 보다 더 다양한 성능을 이번 리뷰가 모두 반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정도 변화라면 에소테릭은 물론 여타 네트워크 스트리머나 CD 플레이어에서도 대부분 뚜렷한 음질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다. 더불어 트랜스포트와 DAC 사이에 적용해 클럭 동기화를 진행할 경우에도 드라마틱한 음질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이번 리뷰는 적용하기 전엔 모르지만 한 번 적용하면 절대 빼기 어려운 것이 클럭임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경험한 기회였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 화근이었으나 그 안엔 거부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주요사양
클럭 출력 단자
44.1kHz 계열:
44.1 / 88.2 / 176.4 / 352.8 / 705.6kHz / 1.4112 / 2.8224 / 5.6448 / 11.2896 / 22.5792MHz
48kHz 계열:
48 / 96 / 192 / 384 / 768kHz / 1.536 / 3.072 / 6.144 / 12.288 / 24.576MHz
일반: 100kHz, 10MHz
BNC 커넥터: 4
출력 레벨: 구형파 (TTL 레벨 / 75Ω)
10MHz 출력단자
BNC 커넥터: 4
출력 레벨: 사인파 0.5 ± 0.1Vrms / 50Ω
기준 주파수 입력(EXT IN)
입력 주파수: 1 pps 모드 1 pps 신호(GPS 정확도 이상), 10M 모드 10MHz(GPS 정확도 이상)
BNC 커넥터: 1
입력레벨:
10MHz 사인파 : 0.5 ~ 1.0Vrms / 50Ω, 구형파 : TTL 레벨 / 10kΩ
1pps 신호 포지티브 펄스 : TTL 레벨 / 10kΩ
루비듐 발진기
클럭 안정 시간: 10분(전원 On에서 발진기 안정까지)
주파수 안정도: ± 0.1 ppb 이하 (-20℃ ~ 65℃)
주파수 정확도: ± 0.05 ppb 이내
소비전력: 73W(예열 시), 29W(안정 시)
크기(W x H x D): 445 x 131 x 359mm
무게: 13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