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oteric | [리뷰]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SACD 플레이어 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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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탱크 같던 만듦새와 정밀 로봇의 움직임을 보는 듯한 메커니즘으로 CD 와 SACD를 재생하던 것에서 이젠 파일 재생의 시대가 온 것이다. 에소테릭 역시 시대의 요구에 정확히 부응하고 있다. 다름 아닌 N-05 라는 모델을 선보이며 에소테릭 팬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여전히 에소테릭은 피지컬 매체 재생에 중점을 두고 있다. 모든 메이커들이 그렇듯 그들의 최상위 라인업을 보면 그들의 의지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2013년 첫 선을 보인 에소테릭의 플래그십 그란디오소는 트랜스포트 P1과 36비트 DAC를 채용한 모노블럭 DAC D1, 모노블럭 파워앰프 M1으로 화려하게 데뷔하며 에소테릭의 위상을 한껏 상승시켰다.
고음질 재생은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파일 재생으로 눈을 돌렸고 돌리고 있지만, SACD 및 LP 등 피지컬 매체를 탐닉하는 오디오파일은 여전히 물리적 매체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필자만 해도 다수의 음원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테스트하지만 한 편으로는 LP를 여전히 듣고 있다. 아니 오히려 파일 재생에서 오는 피로와 가벼움은 피지컬 매체에 대한 충성도를 더욱 더 높여 놓고 있다.
이번 리뷰의 주인공 K1은 최상위 라인업의 형번 1에 이니셜 K를 붙였다. 내부 설계는 그란디오소의 기존 설계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가장 먼저 SACD 메커니즘은 VRDS-NEO 중 최상위 기종인 VMK-3.5-20S를 탑재하고 있다. 이는 에소테릭 독자 메커니즘의 가장 최신형으로 마치 작은 턴테이블 메커니즘을 보는 듯 굉장히 정교한 기구적 만듦새와 작동을 보인다. 묵직한 금속 베이스를 합하면 무게가 무려 12kg에 달하는 현존 최고 수준의 메커니즘이다.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메커니즘을 위해 독립적인 트로이달 트랜스포머를 투입했고, 메커니즘 작동을 돕는 서보 보드와 VS-DD 드라이브 서킷 등이 충실히 설계되어 있다. SACD 재생에 있어 어떤 물리적, 전기적 왜곡도 거부하겠다는 집요하고도 치밀한 설계다.
AK4497을 좌/우 채널에 8개씩 채용하고 있는데 채널당 8개의 차동 병렬 회로를 구성하고 각각의 회로에 정류단을 설계하여 극도로 안정적인 전원공급을 취하고 있다. 더불어 좌/우 채널에 각 1 개의 트로이달 트랜스를 투입해 넉넉한 전원을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 프로세싱은 32비트 칩셋인 AK4497을 조합하여 35비트로 DA 변환하는 방식을 개발하여 채용했다.
아날로그 출력단은 에소테릭의 독자적인 HCLD(High Current Line Driver) 기술을 채용했다. 이는 에소테릭의 여러 모델에서 채용하고 있는 버퍼 회로 설계 기술로, 광대역 신호의 다이내믹레인지를 왜곡이나 손실 없이 전송하기 위한 방편이다. 대전류 전송을 통해 슬루율(Slew rate)이 무려 2,000V/μs에 달하는 고속 전송이 가능하다. K1의 출력 버퍼단은 바로 이 HCLD 회로가 채널당 두 개씩 탑재된다. 더불어 전원부의 경우 EDLC(Electric Doulbl-Layer Capacitor)를 구성하여 채널당 125,000μF 용량의 대규모 정전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업 컨버팅 기능도 요긴하다. 기본적으로 2배, 4배, 8배 업 컨버팅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사용자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며, PCM, DSD 변환 기능을 제공한다. 더불어 자사의 기기들 간에 사용할 수 있는 ‘ES-Link’를 통해 HCLD 전류 전송이 가능하다. 이 전송 방식의 장점은 기기 간 신호 전송에 있어 임피던스의 영향이 사라져버린다는 것. 따라서 무척 이상적인 신호 전송이 가능해진다.
이 외에 내부엔 VCXO 라는, 그란디오소와 NDK가 공조해 개발한 특주 클럭을 내장하고 있으며, ±0.5ppm 수준의 초정밀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 초하이엔드 유저들을 위해 에소테릭은 K1에 클럭 입력단을 탑재하고 별도의 클럭 제너레이터 G1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기존의 ‘트랜스포트 + DAC’ 라는 분리형 공식을 깨고 ‘SACD 플레이어 + 클럭’ 이라는 새로운 포메이션을 이번 신제품에서 구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란디오소 소스기기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 꽉 찬 밀도감과 첨예한 분해력, 해상력을 들 수 있다. K1 SACD 플레이어도 이러한 특징을 이어받고 있으며, 이전 제품에 비해 다이내믹스와 해상도가 더욱 높아져 훨씬 더 투명한 음질을 선보인다. 홀리 콜의 ‘Train song’을 레드북 CD 로 들어보면 음상은 마치 자로 잰 듯 명료하며 보컬 포커싱이 뚜렷하다. 과거 에소테릭의 두텁고 묵직한 남성성에 더해 더욱 세밀한 포커싱을 펼쳐보인다. 유럽 하이엔드 소스기기의 특징들도 종종 엿보인다. 보컬이 차지하는 중역은 맑은 음색에 밝은 편으로 어둡고 둔한 기운은 포착되지 않는다. 시종일관 힘찬 에너지와 팔이 핏줄이 올라오듯 탄력력인 더블 베이스의 중, 저역 컨트라스트 대비도 인상적이다.
K1의 메커니즘은 물론 DAC 파트를 지원하는 전원부는 거의 편집증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새롭게 개발한 VCXO 클럭 성능 또한 무척 뛰어나다. 전원부만 활용해도 중형 파워앰프를 한 대 만들 수 있을 정도며 클럭 또한 지터 제어에 탁월하다. 전원부와 클럭의 힘은 무대의 배경을 적막강산처럼 조용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안토니오 포르치오네의 ‘Tears of Joy’를 들어보면 마치 새하얀 캔버스 위에 최초로 붓을 대는 듯 배경과 악기 사운드의 대비가 뚜렷하다. 금속성이 지나쳐 탈색되기 쉬운 기타 소리지만 깨끗한 배경 위에 선명하고 세밀하게 분해된 소리가 K1을 통해 정수되어 나오는 듯 하다.
그란디오소 시리즈는 하위 라인업보다 분해 능력이 높아 매우 고운 입자감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응집력, 어수선한 부분 없이 손에 꽉 쥘 수 있을 듯한 밀도감이 빛난다. 예를 들어 폴리스의 ‘Roxanne’나 ‘Can’t Stand Losing You’를 SACD로 들어보면 어택이 힘 있고 경쾌하다. 산만하거나 거친 면은 보이지 않는데 매우 부드러운 음결과 반대로 강력한 힘과 추진력이 실려있다. 저역 밀도감이 높고 단정하며 깊고 빠른 편으로 어떤 시스템에 투입하더라도 에소테릭 사운드가 깊게 반영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치 글자를 한 글자씩 또박또박 눌러 쓴 듯 깍듯한 스타일이다.
그란디오소 K1이 표현하는 소리의 진행 방식은 어택에서 릴리즈까지 매우 힘차며 정제된 미학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소리의 계조 표현이나 강/약 대비가 명확해 무척 명쾌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레퍼런스 레코딩스에서 발매한 에이지 오우에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Showcase]를 들어보면 빠르게 상승 곡선을 타는 부근이나 하강하는 부근 데시벨 표현이 빠르고 명쾌하다. 더불어 무대를 깊게 집어넣어 왜소하거나 허약한 느낌을 주지 않고 전/후 폭이 무척 넓게 표현되어 수준 높은 입체감을 표현해준다.
재생 가능 디스크: SACD, 오디오 CD, CD(CD-R/RW)
아날로그 출력: XLR(2채널) x 1, RCA(2채널) x 1
SACD 출력(XLR)
주파수 특성: 5Hz ~ 55kHz(-3dB)
S/N 비: 120dB
왜율: 0.0008%(1kHz)
디지털 오디오 입력: RCA x 1, 광 디지털 x 1, USB B x 1(USB 2.0)
클럭 싱크 입력: BNC
소비전력: 40W
크기(W x H x D): 445 x 162 x 448mm
무게: 3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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