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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intosh | 점진적 진화 속 새로운 도약 McIntosh C53 & MC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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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로망 그리고 21세기
 

중후 장대한 만듦새와 언제 봐도 묵직한 디자인, 전면의 매킨토시 블루 표시창의 은은한 불빛에 취해 이 녀석의 몸매를 구경하고 싶어 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커다란 트랜스포머가 드러나 있다. 마치 합금 로봇의 구조를 보고 있는 듯 듬직하고 기계적인 맛에 눈이 즐겁다. 남자의 로망은 이래야 한다고 부르짖는 듯 매킨토시 앰프의 디자인은 무릇 그들만의 본성을 일깨운다. 오디오에 관심 없는 친구도 와이프도 모르는 것이지만 그래도 빠져들게 되는 오디오의 중심엔 항상 매킨토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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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매킨토시 C53, MC462

2차 세계 대전 이후 승전 국가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 시절 매킨토시도 그 명성을 키워갔다.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으며 반전을 외쳤던 1960년대 매킨토시는 오디오에서 있어서 미국의 상징이며 한편 그들의 이면을 보여주었다. 가격이나 에너지 소비 등에 관계없이 크고 멋진 제품들을 여기저기서 만들어냈다. 냉전시대 우주항공 산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던 시절이었다. 매킨토시는 오디오 관련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쓰는 ‘물량 투입’이 무엇인지 전 세계에 보여주었고 그들의 풍요를 대변해주었다.

 

하지만 그 시절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매킨토시의 황금기도 여기까지며 미래를 불투명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월드 오브 매킨토시’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때 매킨토시의 그 찬란했던 황금기를 잊은 듯한 소리 때문에 떠난 팬들도 있었지만 현재 매킨토시는 언제부턴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21세기 매킨토시는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비슷한 앰프를 계속해서 진부하게 재생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꾸준히, 가끔은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DAC 내장 프리앰프 C53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프리앰프 C53은 그런 매킨토시의 현재 진행형이다. 겉으로 보기엔 다시 또 그 푸르른 레벨 미터를 달고 나온 새로운 매킨토시라는 생각이 든다. 매킨토시 초창기 고든 J. 가우가 어두운 밤, 비행기 활주로에 들어온 불빛을 본 순간 이를 앰프 디자인에 적용한 불빛. 실제로 미시건 대학의 협조로 실용화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실 이 레벨 미터가 여전히 아름다우면서도 매킨토시를 단순히 회고적 오디오 브랜드로 한정 짓게 만드는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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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C53 같은 경우도 겉으로 보기엔 그저 새로운 또 하나의 프리앰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엔 첨단 기능을 갖춘 DAC를 갖추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이 DAC인데 별도 옵션으로 매우 높은 가격대에 판매하는 그리폰 같은 일부 하이엔드 메이커에 비하면 착하게도 기본 옵션이다. 게다가 내장된 DAC는 옵션 정도로 생각하기엔 기능이나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일단 동축 두 계통, 광 두 계통 그리고 MCT 시리즈로 출시된 매킨토시 SACD/CD 트랜스포트 연결을 위한 전용 MCT 입력단은 물론 USB 입력단 등 다양한 입력단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HDMI(ARC)를 갖추고 있어 TV 음성 출력을 연결해 TV 프로그램을 메인 하이파이 시스템의 수준 높은 음질로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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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토시 프리앰프에 DAC가 장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C53에 적용된 DAC는 기존의 DA1을 업그레이드한 DA2 버전으로서 USB 입력단의 경우 PCM 24/192, DXD, DSD512까지 대응하는 등 최신 고해상도 음원에 막힘없이 대응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DAC가 C53의 모든 것은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매킨토시 레퍼런스급 프리앰프가 진보시켜온 회로와 기능을 거의 모두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RCA/XLR 입력단은 물론이며 MM/MC 대응 포노단을 갖추고 있고 출력단도 여러 개여서 다양한 운용이 가능하다. ±12dB 폭으로 조정 가능한 8밴드 아날로그 이퀄라이저는 물론이며 HXD®이 적용된 강력한 헤드폰 앰프도 내장되어 있다.


채널당 450와트의 거함 MC462


C53 프리앰프와 짝을 이루는 MC462 파워앰프는 스테레오 파워앰프로서 채널당 450와트 출력을 내는 대출력 파워앰프다. 역시 푸르른 창이 전면에 좌/우로 하나씩 위치하고 있어 시시각각 출력 수치를 눈으로 읽을 수 있다. 회로는 역시 매킨토시의 전통적인 오토포머(Autoformer ™)를 적용한 설계이기 때문에 2옴에서 8옴까지 모두 동일하게 채널당 450와트 출력을 내준다. 진공관의 시절이 잠시 주춤하고 고효율, 대출력 설계가 가능했던 1960년대 이후에도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을 수 있었던 매킨토시의 저력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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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기존의 전작 MC452 사용자라면 바뀐 게 무엇인지 궁금할 수 있는데 가장 커다란 변화는 아무래도 음질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커패시터 필터 용량의 급증에 있다. 약 50% 거대해진 커패시터 뱅크 덕분에 다이내믹 헤드룸이 1.8dB에서 3.0dB로 무려 66%나 상승한 것. 매우 커다란 다이내믹레인지를 가진 교향곡 등 대편성 음악에서도 넉넉한 다이내믹 헤드룸 덕분에 좀 더 자연스럽고 왜곡 없이 출력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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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매킨토시의 전매특허와 같은 보호회로 및 편의성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매우 빠른 속도로 출력 파형을 모니터링하고 조정해 왜곡을 줄이고 클리핑을 방지하는 Power Guard®, 허용폭을 초과하는 전류가 출력될 때 출력단 자체를 완전히 차단해주는 Sentry Monitor ™ 같은 회로가 그것이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는 매킨토시의 명성답게 이들은 계속해서 보호회로를 중요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파워앰프의 이상 작동으로 인해 고가의 스피커 유닛이 훼손되는 일은 매킨토시 사용자에게는 절대 허락되지 않는다.

사운드 퀄리티

매킨토시는 여러 기능과 입/출력단을 가지고 있는데 C53, MC462 또한 마찬가지다. 다량의 RCA/XLR 출력단 그리고 스피커의 로딩 임피던스에 대응하는 다양한 출력 바인딩 포스트도 믿음직스럽다. 만일 바이앰핑, 트라이앰핑이 필요할 경우에도 매킨토시는 무척 유용한 앰프다. 각설하고 이번 테스트는 B&W 802D3 프레스티지 버전 스피커와 에어 QX-5 Twenty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해 진행했다. 물론 그 전단엔 언제나처럼 웨이버사 시스템즈 W 코어/W 라우터 콤비를 셋업해 놓은 상태였다.

기본적으로 매킨토시와 B&W의 매칭은 별로 좋은 매칭은 아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번 800D3 이전 버전까진 그랬다는 것이다. 또 그 이전엔 JBL과 많이 사용하기도 했으나 그 또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B&W와 매칭은 너무 온도감이 높고 둔했으며 JBL 구형과 매치에선 너무 공격적이고 날선 소리 때문에 엘피 바에서 하드록 듣는 용도 아니면 추천할 수 없었다.

Cecile McLorin Salvant - Visions

The Window

 

하지만 엄연히 과거의 일이다. 적어도 매킨토시 C53 & MC462는 B&W의 현역 802D3와 꽤 훌륭한 소리를 들려준다. 매킨토시의 증폭 특성은 예상외로 802D3와 마치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들어간다. 예를 들어 세실 맥로린 살반트의 ‘Visions’(24/96, Flac)을 들어보면 세실의 보컬은 또렷하며 투명하다. 어느 정도 온도감이 있지만 소리를 흐릿하게 뭉개거나 질감은 지워내지 않고 섬세하게 살려준다. 802D3의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쏟아내는 고해상도 고역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반듯한 밸런스는 해치지 않으면서 모범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Paul Simon - Graceland

Graceland

 

매킨토시 C53 & MC462이 802D3를 통해 만들어내는 소릿결은 여전히 두툼하고 여유가 있다. 오디오적 쾌감이나 성능 고하를 차치하고 폴 사이먼의 ‘Graceland’(24/96, Flac)을 들어보면 무척 유연하며 부드럽게 그리고 경쾌한 풋웍을 보여주며 머리가 아닌 가슴을 툭툭 흔든다. 이보다 더 투명하고 이보다 조금 더 날카롭고 치밀하게 파고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만일 현실화된다면 그건 이미 매킨토시만의 매력을 상실한 소리가 될까 두렵다. 나는 여전히 매킨토시가 매킨토시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C53 & MC462는 나의 바람에 충분히 화답하고 있었다.

Cafe Zimmerman

Bach: Brandenburg Concertos

 

매킨토시의 디자인은 예나 지금이나 그 컨셉 자체는 동일하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그 예전의 미국의 시대를 대표하는 듯 화려하며 한편으로 강철 같은 기개가 넘친다. 하지만 오랜 시간 갈고닦은 매킨토시의 신작 C53 & MC462가 들려주는 소리는 과거의 매킨토시와 비슷하면서도 확실히 다르다. 디자인만 보면 남성적인 근육질에 음색 표현이 둔하고 뭉칠 것 같지만 매우 섬세하며 물리적 촉감 표현도 부드럽고 온화하다. 특히 카페 침머만의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16/44.1, Flac)을 들어보면 트랜스 출력 앰프 특유의 음색이 따스하고 감미롭다.

Jan Kraybill

Organ Polychrome: The French School

 

사실 이번 시청에서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다름 아닌 내장 DA2 DAC였다. DA2의 성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서 에어 어쿠스틱스의 QX-5 Twenty와 비교 청음을 했지만 부가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DAC임을 감안하면 내장 DA2 DAC의 퍼포먼스는 상당히 놀랍다. 특히 대편성 교향곡 등 스케일이 큰 녹음에서 그 강점을 드러냈는데 예를 들어 얀 크레이빌의 파이프 오르간 녹음에서 깊은 심도가 눈에 띄었다. 더불어 저역 깊이나 해상력이 예상을 뛰어넘어 마치 과거 와디아 디지털의 그것을 잠시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일체형 하이엔드 DAC와 어깨를 겨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중간한 일체형 DAC는 가뿐히 넘어서는 성능을 가졌다.

총평

매킨토시의 최근 몇 년간 신제품 출시 러시와 짧은 신제품 발매 간격은 매킨토시가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신세대 오디오파일을 위한 올인원 제품을 양산하며 또 한편으로는 매킨토시를 오랫동안 지탱해준 전 세계 매킨토시 팬을 위한 하이엔드 모델까지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고 있다. 몇 년간 순차적으로 출시된 제품들 중 분리형 모노블럭 중에선 MC611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면 스테레오 파워앰프와 프리앰프 조합 중에선 이번 C53와 MC462를 최고로 평가하고 싶다. 802D3를 제동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으며 전통적인 매킨토시 사운드에 더해 새로 개발해 탑재한 DA2 내장 DAC의 성능은 무척 고무적이었다.

 

이보다 더 빠른 반응속도를 보여주는 앰프는 많지만 이처럼 편안하게 음악에 빠져들게 만드는 앰프는 흔치 않다. 이보다 더 강력한 저역 반응을 가진 앰프도 많지만 이처럼 훌륭한 밸런스 감각과 다양한 스피커 대응 능력을 가진 앰프도 흔치 않다. C53과 MC462는 매킨토시가 감행해온 점진적 진화 속 새로운 도약의 증표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하이파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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