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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usFaber | 피커로 환생한 악기처럼 Sonus faber Olympica Nova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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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너스 파베르
 

오디오는 음악을 재생해주는 기능적 측면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음악을 듣는 청각 외에 시각과 촉각은 물론 여러 심미적인 공감각적 특성을 갖는다. 단지 공학적 측면에서 우수한 스펙을 가진 제품이 누구에게나 좋은 소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한편 비슷한 소리를  낸다고 해도 그 디자인과 제작자의 설계 철학에 따라 제품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이런 특성은 종종 각 나라에 따라 특별한 개성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미 1990년대 본격적으로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무브먼트가 시작되었을 때 각국은 그 역동적인 흐름에 각기 다르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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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이탈리아 비첸차에 자리 잡았던 소너스 파베르는 가장 빛나는 별 중 하나였다. 프랑코 세블린이 이끄는 소너스 파베르는 미국이나 독일, 스위스의 그것과 완벽히 차별화되었다. 문화, 예술, 음악적 토양을 바탕으로 바이올린의 고향 크레모나에서 악기를 제작했던 장인들의 이름을 붙인 소너스 파베르는 마치 악기와 같은 모양을 연상시켰다. 단지 외관뿐만 아니었다. 스멀스멀 향기가 피어오를 듯한 천연 나무를 쪽매붙임 방식으로 제작했고 이는 소너스 파베르의 음향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했다.

 

소너스 파베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일렉타 아마토르, 익스트리마 같은 스피커들이 바로 이런 공법을 통해 만들어진 스피커들이다. 특히 과르네리 오마주 같은 경우는 특별히 기억에 남아 여전히 언젠가 다시 집에 들여 평생 소장하고 싶은 스피커 중 하나로 뇌리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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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너스 파베르의 스피커는 여타 스피커와 뚜렷이 구분되며 요즘 미국 주도의 스피커들과도 다른 개성으로 똘똘 뭉쳐있다. 유닛 이외의 캐비닛, 크로스오버 등은 필요악이라는 공학적 개념만으로 스피커를 만들지 않는다. 인클로저의 디자인과 설계를 유닛과 대등하거나 더 높은 가치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메이커가 바로 소너스 파베르다.

Olympica Nova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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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너스 파베르였지만 세월의 파도를 그냥 지나치진 못했다. 새로운 물결 속에서 세파를 견뎌내면서 동시에 여러 나라에 혁신이라는 기치를 들고 치고 올라오는 하이엔드 메이커들에게 바통을 넘기는 듯 보이기도 했다. 결정타는 프랑코 세블린과의 결별이었다. 소너스 파베르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구입자들에게 단지 가전제품이 아니라 오랜 시간 뒤에도 소장할 가치가 있는 역사적 악기 같은 것이었으나 인기는 시들해졌다. 프랑코 세블린은 결국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Accordo, Ktema 같은, 지금 들어도 굉장히 매력적인 명기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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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us faber Olympica 라인업-

이후 한동안 잊고 있던 사이 소너스 파베르의 르네상스가 올지도 모른다고 예감한 건 오마주 트래디션 라인업이었다. 아마티 트래디션은 그들의 전통과 현대적 트렌드를 모두 융합해내면서 심기일전하고 있었다. 이후 오마주 트래디션를 이어 출시한 것이 올림피카 노바 시리즈로서 상위 오마주 트래디션의 설계 철학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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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Walnut · Wenge 마감-

올림피카 노바 III는 상위 노바 V 바로 다음 모델로서 3웨이 4스피커 타입이며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다. 높이가 1104.5mm로 아주 큰 사이즈는 아니지만 웬만한 아파트 거실 정도는 충분히 아름답게 장식해 줄 것이다. 우선 사용한 유닛들은 모두 최신 소너스 파베르 사운드를 결정짓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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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8 XTR3 형번의 DAD™ (Damped Apex Dome™) 트위터-

트위터는 H28 XTR3 형번의 유닛으로 소프트 돔 타입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으며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해 일종의 컵 모양으로 제작된 모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 채용된 돔을 소너스 파베르에선 DAD™ (Damped Apex Dome™)이라고 부르는데 마치 활처럼 생긴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구조물을 통해 공진을 감쇄시키며 고역 재생의 확장과 선형적 재생을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고역은 예상과 달리 최대 35kHz까지 상당히 높게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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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5 XTR2-04 형번의 미드레인지-

미드레인지는 겉으로 보기에 마치 예전 스캔스픽 우퍼처럼 진동판 표면이 쭈글쭈글한데 단순히 모양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진동판은 셀룰로스 펄프와 케이폭(Kapok) 및 케나프(Kenaf) 등 다양한 천연 재로를 합해서 만든 것이다. 이러 여러 재료를 혼합해 강도를 높이는 한편 댐핑 등 여러 조건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M15 XTR2-04라는 형번의 이 미드레인지 유닛은 CCAW(Copper Clad Aluminum Winding)를 사용해 질량을 줄이면서 반대로 다이내믹스를 높이고 있다. 한편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는 미드/베이스 우퍼와 별도로 분리해 가죽 배플로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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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18XTR2-08 우퍼-

그 아래로는 두 개의 7인치 우퍼 W18XTR2-08가 차례로 도열해있다. 이 유닛은 진동판으로 셀룰로스 펄프 소재 두 겹을 샌드위치 형태로 결합해 사용하고 있다. 질량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되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미국 등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그것과는 상당히 차별화되는 펄프 소재라는 것은 저역의 특성을 어느 정도 예상하게 만든다. 참고로 저역 한계는 35Hz며 250Hz와 2,500Hz 두 구간에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형성시켰다.

 

소너스 파베르의 시그니처, 다름 아닌 인클로저로 시선을 옮기면 역시 멋진 나뭇결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인클로저의 형태다. 기본적으로 후방에 유닛의 후방 에너지를 방사하는 포트가 있는 저음 반사형 타입이지만 보편적인 포트가 보이지 않는다. 다름 아닌 길게 늘어선 알루미늄 중앙에 스텔스 울트라플렉스(Stealth Ultraflex)라는 포트, 일종의 벤트시스템의 기다란 모양으로 구축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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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계는 상당히 특이한 타입이데 그 이유는 캐비닛 디자인에 있다. 스피커를 위에서 바라보면 전면 배플 및 양 사이드 배플 등 총 세 개의 배플이 삼각형 형태로 붙어있다. 그리고 양 사이드 배플이 후방의 스텔스 울트라플렉스에서 접합되는 방식이다. 후방 배플은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두 스피커는 좌/우 구분이 없지만 이 포트의 방향에 따라서 저역의 규모가 약간 바뀔 소지가 있다. 따라서 세팅할 공간에서 좌/우를 바꾸어볼 필요는 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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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피카 노바 III는 훤칠한 몸매와 아름다운 표면 마감 등 어디에 설치해도 해당 공간에 멋진 시각적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 같다. 일단 이번엔 음질적인 면을 알아보기 위해 매킨토시 MA9000 인티앰프와 함께 브라이스턴 BDA 3.14 DAC 등을 활용해 시청했다. 음원 재생은 ROON을 활용했고 전용 앱을 통해 재생했다. 시청 공간은 하이파이클럽 제 1 시청실에서 진행했음을 밝힌다. 

Sarah McLachlan - Angel

Surfacing

 

사실 올림피카 노바 라인업이라고 새로 꾸린 라인업이지만 오마주 트래디션의 하위 모델들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유사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기본적인 골격은 유사하며 음질 또한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사라 맥라클란의 ‘Angel’ 같은 곡을 재생하면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댄 듯 편안한 사운드로 일관한다. 보컬의 깊이가 눈에 띄는데 옆에 위치한 B&W 802 D3에 비해 무척 깊은 곳에 위치한다. 감상자에게 공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며 멀찌감치 물러나 느긋하게 노래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는 이유다.

Billie Eilish - Bad guy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올림피카 노바 III는 공칭 임피던스가 4옴으로 비교적 낮지만 90dB라는 꽤 높은 능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리 높지 않은 출력의 앰프로도 아주 커다란 공간이 아니라면 충분한 음량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음질 경향 또한 무척 쉽게 소리가 흘러나와 응축된 견고함보다는 포근하고 내추럴한 경향이 짙다.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같은 최신 일렉트로닉 레코딩에서도 무척 부드러운 엔벨로프 특성을 보여준다. 모나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별로 느껴지지 않고 윤곽이나 펀치력이 강하게 부각되지 않기 때문에 매우 편하고 부드러운 리듬감을 만들어준다.

Michael Stern, Kansas City Symphony

Symphony No. 3 in C Minor, Op. 78, R. 176 "Organ Symphony" - I. Adagio - Allegro moderato

Saint-Saens: Symphony No.3 "Organ"

 

마이클 스턴의 생상 교향곡 3번 [Organ] 중 1악장을 재생하자 곧 이 스피커는 소너스 파베르라는 사실을 확고하게 상기시켜주었다. 소너스 파베르의 실크 돔 트위터는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으나 반짝이며 급격하게 치솟는 음역 구간에 있어서도 무척 자연스러운 반응 특성을 보였다. 특히 중역이 약간 멀리 느껴지긴 하지만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심한 착색을 만들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어냈다. 악기의 외곽을 면도날처럼 자르지 않고 마치 달무리처럼 부드러운 그라데이션을 형성시켜 달콤하고 유연한 중, 고역을 들려주었다. 여전히 현악 재생에 강점을 보이는 이유다.

Jan Kraybill

Organ Polychrome - The French School

 

저역은 스펙에서 35Hz, 즉 깊은 저역과 중간 저역 중간 즈음까지 하강하는 걸로 나온다. 실제로도 아주 깊은 저역은 거의 생략되어 있는 모습이다. 막스 리히터의 ‘Sleep’에서 저역은 적당히 낮고 완만하게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이면 포플레이의 ‘Chant’같은 곡에선 역시 캐비닛 목제의 울림이 담백하게 묻어 나온다. 얀 크레이빌의 [Organ polychrome]같은 앨범에서는 이런 저역의 총체적 특성들이 완연히 드러난다. 강건하고 단호한 저역이 아니라 무척 섬세하게 어루만진 저역으로 상냥한 느낌을 준다. 무대는 제법 정돈되어 있고 역동적인 느낌은 약한 편이어서 오르간 사운드를 들으면 낮잠을 청할 수도 있을 정도로 편안한 느낌이다.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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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너스 파베르의 르네상스를 부르짖으며 몇 년 전 선보인 오마주 트래디션 중 아마티 트래디션 스피커를 무척 좋게 들은 적이 있다. 매킨토시 그리고 오디오 리서치 양쪽 다 제법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이번엔 그 당시를 다시 상기시키는 시청이 되었다. 소프트 돔 트위터는 생각보다 밝고 맑은 소리를 들려주면 포근한 중역과 부드러운 저역은 어떤 음악을 들어도 우아하고 해맑은 느낌이 지배적이다. 역시 빠르고 역동적인 음악보다는 현과 피아노 등 클래식 음악에 강점을 지닌 스피커로서 소너스 파베르의 전통을 잇고 있다.

 

원고를 쓰고 고치며 치열했던 밤을 지나 드디어 찾아온 늦은 아침. 집 안으로 쏟아지는 밝은 햇빛을 온몸으로 맞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곁에서 이 스피커가 세레나데 한 곡을 연주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컨대 올림피카 노바 III는 스피커로 환생한 악기, 그것이 소너스 파베르의 본질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하이파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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