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궁금했던 MC3500 Mk II의 첫인상은 음이 상당히 리퀴드하고 해상력이 높으며 노이즈가 박멸되었다는 것. 소릿결이 쫀쫀하고 깨끗한 점도 눈에 띈다. 덕분에 보컬의 딕션이 아주 선명하게 들린다. 진공관 350W 출력의 모노 앰프답게 드럼의 타격감은 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한 수준.

무대 앞 역시 투명해서 뿌연 것이라는 단 1도 없었다. 진공관 프리앰프에 진공관 모노블럭 파워앰프가 이 정도로 현대적인 음을 내는 것에 크게 감탄했다.

Megadeth - Skin O’ My Teeth
Countdown To Extinction

슴을 누르는 음의 압력과 에너지가 상당하다. MC3500 VU미터를 보니 바늘이 35W 부근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평소에는 3.5W 이하에 얌전히 있던 바늘이다. 확실히 MC3500은 ‘여전히 배가 고픈’ 그런 파워앰프다.

이런 와중에도 음이 뭉개지거나 대충 혼탁해지지 않는 모습이 하이엔드 앰프답다. 이 곡에서 들리는 일렉 기타와 드럼의 이중주, 그리고 파워 보컬은 듣기에 정말 황홀했다. 

Gilbert Kaplan, Wiener Philharmoniker
Mahler: Symphony No. 2

전율이 일 만큼 1악장 초반 첼로와 더블베이스 무리들의 음이 무섭게 습격해온다. 진중하고 엄중하며 뭔가 무슨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쾌감 반, 두려움 반의 음이다.

저음이 잘 나오는 MC3500 Mk II의 모습을 보며, 1969년 우드스탁 무대를 달궜던 오리지널 MC3500이 오버랩됐다. 빌 핸리가 이래서 MC3500을 골랐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깨끗하고 투명한 무대, 청정한 음의 감촉이 대단하다. 총주에서는 음들이 아예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Chick Corea - Sometime Ago / La Fiesta
Return To Forever

벽을 두들기는 듯한 타악기 소리가 징그러울 만큼 사실적이다. 음들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드넓은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을 가득 메운다. 음이 좀스럽거나 얌전하지 않은 것이다. 스피커로부터 이탈감도 상당한 수준. 이것이 바로 모노블럭의 힘일 것이다.

또한 음에 그 어떤 탁한 구석이 없는 것은 플레이트 전압이 수백 V로 아주 높은 진공관 앰프의 장기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경이로운 재생음을 만끽했다.

정명화 - 홍난파/이영조: 성불사 주제에 의한 변주곡
한(恨), 꿈, 그리움

처음 펼쳐지는 산사 풍경부터 깨끗하다. 마치 비온 날 산길을 홀로 걸어가는 것 같다. 종소리가 휘감고 들어오는 기척이 생생하며 계곡물소리는 바로 앞에서 물이 흐르는 것 같다. 대단한 SN비가 아닐 수 없다.

이어 등장한 첼로의 빽빽한 밀도감은 기대 이상. 커다란 쇠사슬을 긁는 것 같다. 이 한 곡만으로 MC3500 Mk II를 비롯한 이번 시스템의 값어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