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Precision | [리뷰] CH 프리시전 유니버설 인티앰프 I1
관련링크
본문
정밀 기술의 심장
CH 프리시전을 처음 만났던 건 D/A 컨버터인 C1이었다. 아직까지도 C1은 그들의 독보적인 디지털 및 아날로그 기술이 총 집약된 대표적인 모델이다. 현재 울트라 하이엔드 DAC의 출시 러시로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는 R-2R 래더 DAC의 성공적 레퍼런스 제품이 C1이었다. C1은 24비트 R-2R 방식의 버브라운 레퍼런스 칩셋 PCM 1704를 채널당 4개씩 병렬로 조합해 DAC 단을 설계했다. DSP엔 각 칩셋의 미세한 출력 전류 오차를 보정해주는 캘리브레이션 기능이 탑재되었다. 자일리스 스파르탄 프로세서가 2개, 이 외에 독보적인 FPGA를 설계해 넣는 등 CH 프리시전 C1은 초호화 디지털 컨트롤서로서 하이엔드 디지털 시장을 평정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모듈식 설계였다. C1만 하더라도 클럭 입력 및 스트리밍 기능 등 상당히 여러 옵션 사항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이는 마치 다즐(Dazel) 같은 브랜드를 떠오르게 했다. 이런 일종의 모듈러 설계는 M1, A1 파워앰프는 물론 트랜스포트 D1, 프리앰프 L1 같은 모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개 중, 저가 하이파이 제품의 경우 이런 옵션 설계를 하지 않는다.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도 마찬가지로 인티앰프에 DAC나 스트르밍 모듈을 옵션으로 두지 않고 대개 일체화 시켜 출시한다.
▲ CH 프리시전의 플로리안 코시(좌)와 티에리 히브(우)
그러나 CH 프리시전은 다르다. 그들의 정밀 기술이 녹아든 모듈을 절대 낭비하지 않는다.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며 그 기능과 설계의 가치를 아는 오디오파일에게만 별도의 비용을 받고 옵션을 장착해 출고한다. 매우 합리적인 동시에 필요치 않은 기능을 기본 탑재해 유저에게 불필요한 지출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실리주의가 깔려 있다. 스위스 정밀 기술의 심장 CH 프리시전이 이런 설계가 가능했던 것은 플로리안 코시(Florian Cossy)와 티에리 히브(Thierre Heeb)라는 두 명의 천재 엔지니어의 결합이 이루어낸 축복이다.
CH 프리시전 최초의 인티앰프
모듈러 설계는 CH 프리시전에게 수많은 기능적, 기술적 추가 기능의 길을 활짝 열어주는 플랫폼이었다. 마치 슈퍼카들의 옵션 경쟁처럼 CH 프리시전 사용자들은 어떤 옵션을 추가할지 항상 고민에 빠지면서 동시에 즐거워했다. 그저 부가적인 서비스 정도의 옵션이 아닌 제품의 기능과 성능을 수직 상승시키는 변신로봇처럼 CH의 모듈러 옵션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오디오 운용의 즐거움을 십분 배가 시켰다. 스위스 오디오의 심장처럼 여겨졌던 골드문트(Goldmund)의 젊은 두 엔지니어. 그들은 하이엔드 메이커에 다름 아닌 애너그램을 제공해왔고 오르페우스를 설립했던 장본인들이다. 운용하면서 꾸준히 진화시켰던 디지털 플랫폼 및 독보적 아날로그 기술은 CH 프리시전에서 화산처럼 분출하기 시작했다.
▲ CH Precision I1
결국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CH 프리시전은 프리앰프, 파워앰프부터 시작해 디지털 프로세서와 트랜스포트, 클럭 제너레이터와 포노 스테이지까지 스피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컴포넌트를 제작해왔다. 남은 것은 이제 단 하나. 인티앰프라고 예상 가능하다. 사실 예견되었던 상황이기에 그리 놀라울 것은 없다. 더군다나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가 인티그레이티드, 즉 통합 앰프를 출시하는 것은 일종의 관례처럼 굳어진 관습에 다름 아니다. 크렐(Krell), 제프 롤랜드(Jeff Rowland) 등이 인티앰프를 출시하며 충격을 주었던 시절은 지났다. 현재 많은 하이엔드 메이커들은 적어도 하나의 인티앰프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며 가격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티앰프를 캐스팅하다 – CH I1
CH 프리시전 최초의 인티앰프 I1가 베일을 벗었다. 기본적으로 I1의 기능은 인티앰프며 DAC를 내장하고 있는 형태다. 디지털 입력은 AES/EBU, S/PDIF, Toslink 광 입력단 그리고 CH 링크 HD(CH-Link HD)를 기본 옵션으로 마련하고 있다. 내부 DAC는 단지 덤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CH 프리시전의 독보적인 디지털 설계 공법을 적용한 것으로 PCM 24bit/192kHz 및 DSD64(DoP) 까지 지원한다. 내부 회로는 퓨어 클래스 A 설계로 멀티비트 델타/시그마 컨버터를 채널당 1개씩 채용하고 있다.
이 외에 모든 입/출력단은 별도 옵션이다. 이더넷 스트리밍 입력 및 USB 오디오 입력도 옵션이다. 이 외에 XLR, RCA 입력 및 MC 포노단 등을 옵션으로 마련해 놓고 있는 모습이다.
▲ CH 프리시전 I1 내부
앰프 부문부터 살펴보면 거의 완벽히 A1 파워앰프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온 형태다. 트랜스포머 용량은 1000VA, 출력단 개수도 축소되긴 했지만 전체 설계 레이아웃과 설계 기조는 동일하다. 내부를 보면 정 중앙에 마치 어린아이 머리만 한 크기의 거대한 트랜스포머가 보이며 좌/우로 100,000uF 대용량 ESR 캐패시터 뱅크 등 고급 부품을 사용한 정류단 회로가 보이며 그 안쪽으로 출력단이 설계된 모습이다.
이 전체 회로는 매우 견고하며 아름다운 섀시로 들어올려져 있다. 여타 CH 프리시전 기기들처럼 물리적/전기적 노이즈를 최소화기 위한 구조로서 네 귀퉁이 기둥 상단 스크류를 조정해 높이 조정이 가능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 CH I1 후면
최종 출력은 8Ω 기준 AB 클래스 100W로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를 제동하기에 적지도 크지도 않은 수준. 사실 출력 자체보다는 내부 설계 및 THD, 크로스토크, 트랜지언트 특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I1의 성능은 저역 제어 능력을 포함, 청감상으로도 대단히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이 외에도 I1은 인티앰프로서 다양하며 요긴한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마스터 볼륨은 –100dB에서 +18dB 구간에서 0.5dB스텝씩 총 118dB레인지를 소화한다. 실제 조정해보면 상당히 정밀하며 세밀한 볼륨 조정 폭을 갖는다.
▲ CH I1은 –100dB ~ +18dB의 세밀한 볼륨 조정이 가능하다.
각 볼륨에 대해 볼륨 프리셋팅이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며 +/-18dB 구간에서 0.5dB 스텝씩 게인 조정이 가능한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여러 다양한 게인을 갖는 소스기기를 사용할 경우나 특히 아날로그 소스기기를 연결할 경우 균질한 볼륨을 얻을 수 있어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이 외에도 좌/우 볼륨 밸런스 또한 +/-6dB 한도 내에서 0.5dB스텝씩 꽤 세밀하게 조정 가능하며, 모노/스테레오 전환 기능도 지원하고 있다. 음질적으로 가장 커다란 이슈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글로벌 피드백/로컬 피드백의 비율을 20% 스텝씩 ‘0~100%’ 범위 안에서 조정 가능하다는 것. 이에 따른 음질적 변화는 청감상 대단히 크게 다가왔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CH I1이 상대해야 하는 모델은 매지코 M3. 다소 무모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I1은 M3를 멋지게 구동해냈다. 다만 게인 세팅을 높여 +14dB로 조정했고 피드백을 20% 정도로 세팅했을 때 적당한 볼륨과 음질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외에 소스기기는 에소테릭 네트워크 플레이어 N-01을 사용했다. 테스트는 오디오스퀘어 청음실에서 이루어졌음을 밝힌다.
▲ CH I1 리뷰를 진행한 오디오스퀘어 시연실
4Ω 91dB/2.83V/M 스펙의 매지코 M3는 높은 감도를 가지고 있지만 24Hz 초저역에서 50kHz까지 제공하는 주파수 전 대역을 디스토션 없이 선명하게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CH I1의 경우 첫 소리부터 새벽 공기처럼 맑은 사운드를 시청실 공간 구석구석 쏟아냈다. 예를 들어 레이 찰스와 나탈리 콜의 ‘Fever’에서 마치 스피커와 청취자 사이 장막이 걷어진 듯 생생한 녹음 현장으로 밀려들어간다. 저역 볼륨감은 상위 L1/M1 조합에 비해 작아지긴 했으나 게인을 높이면 상상 이상의 저역 표현도 가능하다. M3의 음색에 여유 있고 섬세한 필치의 CH 사운드가 가미되어 감칠맛 난다.
김선욱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어보면 능수능란한 기교에 더해 매우 싱싱한 타건이 펼쳐진다. 매지코 M3의 극도로 투명한 고해상도 특성을 해치지 않으며 고순도로 증폭해준다. 마치 바다 속 땅 끝이 보일 정도로 음원 속에 내재된 정보를 추적해 모두 쏟아내는 듯하다. 마스터 음원의 정보를 모두 발본색원해내는 듯 보이지만 그 표면엔 CH 프리시전의 고결한 터치가 도도히 흐르는 모습이다. 살을 애는 듯 예리하게 그러나 건조하지 않게 또랑또랑한 억양의 아티큘레이션이 적막을 가른다.
하지만 그저 정적으로 흐르는 이미지가 아니라 동적 움직임과 다이내미즘 측면에서도 매우 치밀한 제어 능력을 보인다. 휴 마세켈라의 ‘Stimela’에서 초반 이후 폭포처럼 터져 나오는 타악은 마치 철옹성처럼 강건하게 고밀도로 표현된다. 강한 타격음에서도 한치의 흔들림이나 해상도 저하 없이 집요하게 마스터 음원 정보를 표출해낸다. 전체적으로 무척 예리하며 정제된 사운드다. 저역 볼륨이 약간 부족한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인티앰프로서 이 정도 성능은 대단히 위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도 I1이라는 인티앰프를 처음 접한다면 레퍼런스급 모델을 사용하는 엔드 유저 입장에선 저역 제동 및 음장 규모 축소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물론 L1과 M1을 I1이 뛰어넘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쿠렌치스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1악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크랜지언트 성능 및 정교한 사운드 스테이징에 놀랐다. 참고로 게인과 피드백 세팅에 따라 저역 다이내믹스, 양감 등 여러 음질적 표정은 달라지므로 각 개인 환경에 따라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총평
CH 프리시전 제품을 이미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극도로 정결하고 예리한 사운드와 디자인 그리고 볼륨 등 기능적인 면에서도 군더더기가 없다. 정밀한 스위스 명품의 손맛은 단지 디자인 뿐만 아니라 제품 퍼포먼스와 인터페이스에서도 숨김없이 드러난다. 게다가 L1+M1 조합과 비교할 순 없으나 L1+A1 조합을 사용하는 유저라면 약간 배가 아플 수도 있는 인티앰프가 I1이다.
그만큼 CH 프리시전의 거의 모든 기술적 핵심 설계를 포용하고 있다. 더불어 모듈형 아키텍처는 언제든 상위 그룹과 동일한 기능과 퍼포먼스 추가를 가능케 한다는 점도 I1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스위스의 살아있는 레전드 그룹을 제치고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CH 프리시전이다. 그리고 그들은 라인업에 I1 인티앰프를 적극 캐스팅했다. I1은 최근 몇 년간 들어본 인티앰프의 바운더리를 가뿐히 넘어선 제품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주요사양
디지털 오디오 입력
AES/EBU, S/PDIF, Toslink: PCM 192kHz/24bit, DSD64(DoP)
CH-Link HD: PCM 768kHz/32bit, DSD 5.6MHz/1bit(Native)
오디오 스트리밍(옵션)
이더넷: UPnP/DLNA 호환 서버(NAS 연결), CH Control 앱 제어
USB: PC와 연결하여 고해상도 오디오 파일 재생(비트 퍼펙트, 초 저 지터 재생)
포노 MC 입력(옵션)
입력 임피던스: <100mΩ, 가상 접지 입력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
입력 임피던스: 밸런스(XLR, 94kΩ or 600Ω), 싱글-엔디드(RCA/BNC, 47kΩ or 300Ω)
최대 입력 레벨: 밸런스(XLR, 8V RMS), 싱글-엔디드(RCA/BNC, 4V RMS)
아날로그 오디오 출력
라인 레벨 출력: 밸런스(XLR, 4V RMS - 볼륨 제어 가변 출력)
출력: 100W RMS x 2(8Ω), 175W RMS x 2(4Ω)
일반
디스플레이: 480 x 272, 24bit 컬러. AMOLED
주전원 동작: 100V, 115V, 230V AC 선택가능, 47~63Hz, 대기 시 1W 미만
리모컨: IR 리모컨 제공(RC5 코드), 이더넷 베이스 컨트롤 시스템(안드로이드 CH 컨트롤 앱)
크기: 440 x 440 x 133mm
무게: 43kg
관련상품
관련상품
등록된 상품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