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a Flight |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 Audia Flight FLS 9 인티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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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
▲ 오드리헵번 주연의 '로마의 휴일' 에 나오는 스페인 계단
처음 로마에 갔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벌써 15년이 흘렀다. 당시 뮌헨 쇼를 참관하고, 칸느를 들렀다가 야간 열차를 타고 로마로 갔다. 야간 열차는 처음이었는데, 마침 동행한 친구가 있어서 꽤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이왕 로마에 가는 것, 제대로 즐겨보자, 라는 생각에 야간 열차는 1등석을 끊었다. 따라서 단 두 명만이 탑승할 수 있었다. 객실 내에 손을 닦을 수 있는 개수대가 비치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유용했다. 기차 자체는 낡았지만, 1등석에는 꽤 공을 들였다. 지금도 그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생생하다.
당시 로마의 여러 명소를 방문하며 느꼈던 충격을 굳이 쓰고 싶지는 않다. 단, 주위의 많은 분들에게 이런 말을 꼭 한다. “로마는 최대한 아끼세요.” 다시 말해, 로마를 먼저 보고 나면, 유럽의 다른 도시들이 시시해지니까. 되도록 아껴뒀다가 어지간한 도시를 다 즐긴 다음에 봐라, 뭐 그런 내용이다. 이 충고를 꼭 새겨 들었으면 좋겠다. 인생에서 몇 안되는 충격과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아무튼 이때 강력한 인상을 받고, 이듬해 나는 아예 한 달 정도를 로마에서 보냈다. 천사와 같은 심성을 지닌 주인 부부가 운영하는 민박에 터를 잡고, 매일 매일 로마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기본적인 명소는 오드리 헵번이 나왔던 <로마의 휴일>에 소개된 바 있으므로, 일단 그쪽 리스트부터 훑었다. 차츰 난생 처음 보는 작은 성당이나 뒷골목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숙소가 있는 테르미니역 주변에는 소매치기가 많다. 짝퉁 물건을 강매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무튼 어수선하다. 하지만 일 주일 정도 지내고 보니까, 뭔가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이 지역의 악한(?)들이 나에게 겨눴던 눈길이 이제는 치워져버린 것이다. 말하자면 현지인 비슷한 대접을 받은 것이다.
고대의 마을에서 온 현자
이후 로마 주변 도시를 여럿 탐문했는데, 제일 인상적이었던 곳은 바로 티볼리. 이른바 티볼리 가든으로 유명하다. 가드닝을 이런 경지로 이룩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멋지다. 기회가 되면 꼭 방문하길 바란다.
그러다 로마 인근에 멋진 항구 도시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바로 치비타베키아라는 도시다. 뭐, 인구 5만짜리니까 전형적인 소도시다. 로마의 절정기였던 2세기에 건립되어, 항구 도시로 쭉 발전했다. 특히, 16세기에 지어진 미켈란젤로 요새는 꽤 알려진 모양이다. 로마 시대의 유적이 잘 보존되어, 이른바 “꾼”들이 가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오디오 메이커가 하나 있다. 이 작은 도시에 무슨 오디오? 바로 “오디아 플라이트”다. 플라이트라는 말은 공항과 연결되는데, 실제로는 항구가 있는 곳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같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이 회사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개인적으로는 동사를 주재하는 마시밀리아노 마르치(Massimiliano Marzi)씨와 친분이 있다. 이태리 인답지 않게 키가 훤칠하게 크고, 머리카락은 흑색이다. 전형적인 신사풍으로, 매너가 무척 좋다. 하지만 자신의 제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특히 테크니컬한 부분을 소개할 때엔 이태리 사람 특유의 정열이 묻어난다. 특별히 마케팅을 하지 않고, 오로지 기술력으로만 승부하는 회사다. 따라서 그 진가가 생각보다 늦게 알려졌지만, 지금은 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인티 앰프가 여럿 소개되면서, 차츰 애호가층을 형성하는 모양새다.
치비타베키아라는 도시는 라틴어로 “고대의 마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우리의 경주만큼이나 역사가 오랜 도시인 셈이다. 바로 그곳에 남들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길을 새롭게 발굴해서 묵묵히 제품 개발에 몰두해온 마르치씨를 보면, 일종의 은둔자 내지는 현자가 생각난다. 사실 그는 말수도 별로 없고, 결코 자기를 내세우는 법이 없다. 그러나 내부에 숨은 조용한 열정은 결국 오디아 플라이트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실제로 오디아(Audia)는 현명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에 플라이트를 더하면, 현자가 그간 쌓은 내공으로 인해 뭔가 세상에서 크게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물론 꿈보다 해몽이지만. 이번에 FLS 9이 나오면서 여러 가지 소개하고 싶은 항목이 있어서 내 자신 역시 꽤 흥분이 된다.
오디아 플라이트의 탄생
아직 정식으로 마르치씨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음악과 오디오는 그의 DNA에 당연히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부터 사반세기 전인 1994년에, 그는 멋진 파트너를 한 명 만난다. 바로 안드레아 나르디니(Andrea Nardini)씨다. 둘 모두 엔지니어라, 항상 오디오에 관한 이야기로 밤을 샐 정도였다.
그러다 합심해서 제대로 된 앰프를 만들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2년 동안 두문불출, 오로지 연구만 했다. 내가 마르치씨에게서 은둔자나 현자의 느낌이 묻어난다고 쓴 것은 어쩌면 이런 일에서도 연상할 수 있을 것같다.
아무튼 2년간에 걸쳐 기존 앰프가 가진 문제점들을 인식한 후, 전류 피드백이라는 방식을 쓰기로 결정한다. 이 방식에 대해선 밑에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윽고 2001년에 동사 최초의 인티가 나온다. 플라이트 원이었다. 여기서 원이라는 것은 기존의 프리, 파워 등의 기능을 하나에 담았다는 뜻도 된다. 당시에는 DVD가 널리 보급되면서 홈 씨어터쪽이 활기를 띠고 있었다. 동사는 이 제품에 멀티 채널 프로세서까지 탑재해서 홈 씨어터쪽까지 아우르는 전략을 선보였다. 당연히 성공했다.
사실 전통적인 아날로그 앰프가 기본인 동사지만, 디지털쪽 기술도 상당한 수준이다. 현재도 CDP를 내고 있고, DAC쪽에 가진 기술도 뛰어나다. 향후 스트리머쪽도 내려고 한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계속 신기술을 추구하는 회사라 더욱 신뢰가 간다.
오디아 플라이트의 음향 철학
마르치씨에 따르면, 사운드(sound)라는 것은 단순한 소리 이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냥 음이 좋다, 투명하다, 맑다, 묵직하다, 빠르다 정도로 인식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운드는 오디오의 핵심이고, 영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사가 만든 제품은 바로 이태리라는 지형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하이테크한 리서치를 매일같이 행하지만, 동시에 이태리식 라이프 스타일도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태리 문화라는 것은 결국 예술과 수작업으로 귀결이 된다. 이 부분은 정말 개인적으로 맞다고 본다. 실제로 아주 작은 마을에 가거나, 오래된 성당을 보거나, 시장에서 중고품을 만나거나, 아무튼 이태리 사람들의 예술 감각과 손재주는 항상 경탄을 자아낸다. 굳이 밀라노 대성당이나 베키오 다리를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짐작이 갈 것이다.
마르치씨는 자신의 제품을 적어도 페라리나 아르마니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자부심도 높고, 제품 하나하나에 담긴 열정도 뜨겁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메이커는 한국이라는 풍토의 무엇과 연결시켜서 새로운 오디오 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전류 피드백 회로
동사의 주요 품목은 앰프이고, 그 핵심은 증폭 회로다. 창업 당시 이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기존의 앰프는 일단 증폭 회로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른바 전압 피드백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일단 비좁은 주파수 대역이다. 이것을 넓히고자 하면 과도 특성에 문제가 생긴다. 당연히 컬러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스피드가 느린 부분도 문제가 된다.
입력된 시그널 자체를 일체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증폭 회로만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래서 등장한 것이 전류 피드백 방식이다. 이런 접근법을 택하면, 매우 리니어한 특성을 발휘한다. 또 출력단 앞에서 완벽하게 증폭을 끝내기 때문에, 매우 빠르고, 안정적인 서킷을 구축할 수 있다.
동사는 로드 컨트롤(load control)이라는 말을 쓴다. 즉, 입력된 신호에 따라 스피커의 임피던스가 계속 변화하는데, 이 부분을 앰프에서 적절하게 커버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리가 엉키고, 데미지도 발생한다. 이 대목에서 동사는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모든 앰프 제작자의 소원은 넓은 대역을 구축하면서, 왜곡을 줄이는 것이다. 정말 두 마리 토끼를 추구하는 작업이다. 이를테면 유리창을 생각해보자. 작으면 닦기가 편하다. 하지만 크면 클수록 깨끗하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동사가 가진 접근법과 기술력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여기서 추가로 언급할 것은 볼륨 컨트롤이다. 기본적으로 임피던스의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높다. 어테뉴에이터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볼륨이 낮건 크건 상관없이 광대한 주파수 대응력을 자랑한다. 동사의 프리앰프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FLS 9의 등장
현행 동사의 라인업을 보면, 맨 위로 스투르멘토 시리즈가 있고, 그 다음이 FLS다. 스트루멘토는 프리 한 종과 파워 두 종이다. 그 파워는 각각 스테레오와 모노 블록으로 나뉜다. 단촐하지만 효율적이다.
나는 여러 번 스투르멘토 시리즈를 들었다. 일단 덩치가 거대하다. 파워 앰프의 경우 무려 90Kg이 넘는다. 물량 투입도 상당하고, 스피커 구동력도 놀랍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같은 하이엔드 업체가 내놓은 제품에 비한다면 절반 이하, 아니 반에 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정말 가성비가 탁월하다. 일반 애호가도 한번은 노려볼 만한 가격대로 이런 엄청난 머신을 만든 데에 정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번에 소개할 FLS 9은 최신작이다. 인티앰프지만, 각오가 남다르다. 동사의 표현에 따르면 “하이엔드 인티”이기 때문이다. 이 모토가 결코 허황되지 않다는 것은 직접 음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한편 여기서 나는 FLS 9에 투입한 정책을 크게 환영한다. 일단 인티 앰프로서의 성능을 최적화시킨 가운데, 추가 옵션으로 다양한 요구를 처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즉, 최소한의 비용으로 본 기를 사둔 다음, 나중에 필요한 기능이 있으면 추가로 지갑을 열게 한 것이다.
사실 인티 앰프의 경우, 요즘 많은 기능이 더해진 상태다. 그러므로 이미 여러 컴포넌트를 가진 분들에겐 일종의 중복 투자가 되기 쉽다. 예를 들어 단품 DAC를 갖고 있다거나, 혹은 포노 앰프를 별도로 갖고 있을 경우, 굳이 인티 앰프에 이런 기능이 있어야 되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오로지 인티 앰프의 성능만으로 승부를 걸고, 추가 기능은 나중에 선택하라는 동사의 전략은 매우 현명하다. 역시 현자의 제안답다.
또 하나 언급할 것은 충실한 프리단이다. 사실 많은 인티가 주로 파워 앰프에 간략한 추가 기능을 다는 데에 그치고 있다. 그러므로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하고, 정리가 안된 음을 들려준다. 많은 분들이 인티 앰프의 출력에 관심이 많지만, 실제로는 어느 수준의 프리단을 갖고 있냐가 관건이다. 이 점에서 본 기는 정말 추천할 만하다.
실제로 FLS 시리즈를 보면, 정식 프리와 파워가 있다. 바로 이 분리형의 장점을 적절하게 본 기에 담아낸 것이다. 따라서 전술한 볼륨 컨트롤 기술을 담은 프리단이 제대로 들어가 있고, 증폭단 역시 충실하다. 파워부의 핵심은 출력도 출력이지만, 무엇보다 파워 서플라이에 있다. 이 부분에서 정말 특필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프리단은 풀 밸런스 회로로 구축되어 있다. 양질의 볼륨단에 대해선 두 말하면 잔소리.
파워부를 보면, 총 12개의 TR이 투입되어 있다. 용량이 큰 파워 서플라이는 꼭 지적할 만하다. 무려 120,000uF 사양이다. 1,000W급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가 가진 위용은 정말 입을 쩍 벌리게 만든다. 출력은 8옴에 150W지만, 실제 스피커 구동력은 훨씬 높다. 또한 2오옴까지 정확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그 어떤 악동이 와도 다 구동한다.
알루미늄 섀시를 멋지게 브러시 처리한 외관은 보기에도 산뜻하다. 상단에 동사의 로고가 큼직하게 박혀 있어서 소유의 맛도 남다르다. OLED 블루로 만들어진 커다란 디스플레이는 보는 즐거움도 있다.
이 대목에서 놀란 것은 바로 광대역의 재현. 무려 0.3Hz~50KHz까지 처리한다. 인티 앰프지만 전문적인 분리형조차 쉽지 않은 내용을 갖고 있다. THD는 0.05% 이하이고, SN비는 110dB에 달한다. 하이엔드 인티란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은 바로 이런 스펙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추가 옵션 둘러보기
본 기의 뒤편을 보면 좌측에 커다란 빈 공간이 보인다. 여기에 옵션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언급할 것은 포노단. MM과 MC 모두를 커버하는 보드를 삽입할 수 있다.
또 이 부분을 RCA 보드로 채울 수 있다. 그럼 2계통을 더하는 입력단이 완성된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것은 DAC 보드다. 단품 DAC 못지 않은 내용을 자랑한다.일단 비동기식 USB를 보면, PCM은 32/768, DSD는 5.6까지 처리한다. 총 5개의 디지털 입력단은 32/192까지 받으며, 32/768로 업샘플링한다. 그 입력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옵티컬 하나, AES/EBU 하나, SPDIF 두 개, 동사의 SACD 트랜스포트를 연결할 수 있는 입력단이 하나, 총 5개가 제공된다. 향후 스트리머 보드까지 제공하기 위해 연구중이라 한다. 본 기의 놀라운 확장성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이 필요없을 것 같다.
본격적인 시청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베리티 오디오의 레오노레를 동원했다. 정말 본 기와 찰떡 궁합이다. 개인적으로 베리티 오디오의 음과 성격을 아는 편인데, 이 스피커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커버하는 역할을 본 기가 담당하고 있다. 정말 시청 내내 즐거웠다. 한편 소스기는 오렌더 N30에 레졸루션 오디오의 칸타타 3.0의 조합. 이제 본격적인 시청에 들어가자.
Nelson Freire - Beethoven Piano Concerto No.5
첫 곡은 넬슨 프레이리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1악장>. 일단 당당한 기세가 눈부시다. 장엄하고, 깊고 또 화려하다. 고역은 탄력이 넘치고, 긴장감이 대단하다. 바디감이라고나 할까, 음 하나하나가 결코 유약하지 않다. 스피커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시키고 있다. 빠른 반응이 일품이며, 전체적인 음장감도 뛰어나다. 피아노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것처럼 존재감이 빼어나고, 힘이 넘친다. 쾌도난마의 질주가 주는 쾌감도 특필할 만하다. 타악기의 타격감은 곡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밀도감 넘치는 중역대의 매력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 전체적으로 투명하고, 빠르고, 리니어리티가 뛰어나다.
Anne-Sophie Mutter - Zigeunerweisen
이어서 안네 조피 무터 연주의 사라사테 <치고이네르바이젠>. 거대하게 몰아치는 오프닝 이후, 다채로운 바이올린의 향연이 펼쳐진다. 일단 고역으로 치솟을 때 음이 가늘어지는 현상이 없다. 일정한 힘으로 쓱 미는 듯하다. 스피커를 백업하는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물찬 제비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활이 눈에 선하다. 전체적으로 악단은 질서정연하게 포진해 있고, 그 앞에서 무터가 확실하게 이끌고 있다. 여기서 여제다운 풍모를 느낄 수 있다. 스피드를 동반하면서, 질감과 밀도감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Diana Krall - Desperado
다이애나 크롤의 <Desperado>는 피아노 반주로 시작해서, 주로 보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파악할 때 매우 유용하다. 또 이 부분에서 만족스런 결과물을 보여준다. 보컬의 잔향이 깊고, 존재감도 각별하다. 피아노의 터치는 영롱하고 또 아름답다. 서서히 등장하는 스트링스의 아련한 음색도 곡에 깊이를 더한다. 중역대에 투입한 스카닝 유닛은 베리티가 개조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확실히 강점이 있다. 결코 스피커의 음색이나 개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첨단 테크놀로지가 갖는 스피드와 디테일 묘사의 우수성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Sony Rollins - St.Thomas
마지막으로 소니 롤린스의 <St. Thomas>. 이런 재즈는 진공관과 혼 타입 스피커의 조합에서 공격성과 남성성이 두드러진다. 기본적으로 이런 음을 좋아한다. 하지만 여기서 재생되는 고품위하면서, 하이엔드적인 느낌도 매력이 있다. 심벌즈는 화려하면서 결코 얇지 않고, 베이스 라인은 묵직하며 빠르다. 테너 색스는 근육질의 느낌이 있으면서 너무 비대하지 않다. 무엇보다 스피드가 발군이어서, 천의무봉의 솜씨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전 대역이 평탄하면서, 시간축이 정확하다. 따라서 쿼텟을 이루는 여러 악기의 조합과 타이밍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안심하고 다양한 스피커를 동원할 수 있을 것같다.
결론
요즘 인티앰프는 가히 현존하는 아날로그 및 디지털 기술을 총동원하는, 일종의 항공모함 프로젝트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순수 인티보다는 리시버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본 기는 오로지 앰프 그 자체의 성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그 나머지는 옵션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 부분이 무척 고무적이다. 플랫폼 자체는 순수 아날로그 형태로 유지하고, 그때 그때 필요한 기능만 추가하면 되는 모양새다. 당연히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다. 또 분리형의 컨셉을 유지하면서 절묘하게 하나의 몸체에 담아, 인티 앰프만이 갖는 미덕을 극대화시킨 부분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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