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intosh | 하이브리드로 완성한 매킨토시 인티의 최고봉 McIntosh MA12000 Integrated Amplif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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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의 무서움
최근에 넷플릭스로 <디 오리지널스>를 보고 있다. 시즌도 길고, 각 시즌마다 에피소드도 많아서, 몽땅 보려면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평소 뱀파이어라는 소재에 관심도 많고, 이쪽 세계를 좀 안다고(?) 할까, 해서 흥미를 갖고 시청하고 있다.
사실 막강 전투력의 뱀파이어고, 이쪽 소재가 진화하면서 이제는 당당히 대낮에 활동하거나, 인간이 먹고 마시는 것들을 함께 하는 등,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 뱀파이어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십자가를 무서워하고, 마늘을 피하는 따위의 관습은 다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심지어 <디 오리지널스>에선 뱀파이어가 성당에도 가고, 신부에게 고백도 한다. 정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이런 신종 뱀파이어가 여전히 무서워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늑대 인간이다. 이들은 평소에 인간으로 살면서 뱀파이어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지만,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해서 뱀파이어 사냥에 나선다. 말 그대로 호적수인 셈이다.
하지만 이 둘 모두 두려워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으니, 바로 하이브리드다. 즉, 뱀파이어 남자와 늑대 인간 여자가 사랑에 빠져 2세를 만들 경우다. 양쪽의 장점을 모두 타고나기 때문에 아무도 이 하이브리드를 건드리지 못한다.
<디 오리지널스>에서도 바로 이런 하이브리드의 탄생에 얽힌 각종 음모와 권력 투쟁이 핵심이 된다. 정말 흥미진진하다. 그 참에 바로 MA12000을 만났다. 진짜 천하무적의 하이브리드 출현!
전통적으로 매킨토시는 진공관과 TR 모두에 강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 컨셉도 둘로 나뉜다. 전자는 MC275라는 걸작을 중심으로 하고, 후자는 블루 아이즈라는 레벨 미터를 테마로 한다. 둘 모두 멋진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서, 정말 뭐가 뭐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음질 역시 마찬가지. 말 그래도 진공관과 TR의 장점을 각각 최상의 그레이드로 발현시켰기 때문에, 이 또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가 없다. 마치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의 대결처럼, 짬뽕이냐 짜장이냐, 엄마냐 아빠냐 도무지 판정을 낼 수 없는 팽팽한 대치 형국이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하이브리드. 실은 이미 MA252와 352를 통해 선을 보인 바 있다. 기본적으로 MC275를 계승한 디자인 컨셉이며, 각각 100W 및 200W의 출력을 낸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에는 TR 쪽의 블루 아이즈 컨셉을 활용하면서, MA7000, 9000 등의 계보를 잇는, 가히 항공모함급 프로젝트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출시된 본 기 MA120000은, 그 거창한 형번만큼이나 무시무시한 퍼포먼스와 내용을 가진 몬스터라 할 수 있다.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 모두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기 바쁘게 된 것이다. 인티 앰프의 제왕이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외관을 보자. 역시 탄성이 나온다. 좌우 상단에 커다란 블루 아이즈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자체만으로도 그 위용이 대단하다. 한편 그 중간에는 녹색으로 처리된 조명 아래 은은히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네 개의 진공관이 보인다. 정말 불을 꺼놓고 바라보면 아름다운 요정이 춤을 추는 듯하고, 뮤즈의 여신들이 노래하는 듯하다. 환각적인 느낌마저 줄 정도다.
한편 그 아래에 있는 이퀄라이저는 입을 떡 벌리게 만든다. 무려 8밴드다. 동사에서 만드는 초 하이엔드급 프리에나 들어갈 장치가 여기에 당당히 투입된 것이다. 따라서 본 기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참고로 그 각각의 주파수 대역은 이렇다. 25/50/100/200/400/1K/2.5K/10K. 그 각각은 플러스 마이너스 12dB 범위로 조정이 가능하다. 사실 애호가 각각의 시청 환경이 다르고, 룸마다 특징이 다르다. 어떤 대역은 밑으로 꺼진 반면, 어떤 대역은 급격하게 치솟는다. 이런 룸의 환경을 조사한 후, 8밴드 이퀄라이저를 적절히 활용하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이것은 무척 만들기 힘든 기술이다. 음질 열화를 방지하면서, 적절하게 대역을 컨트롤한다는 것은 말이 그렇지, 아무나 할 수 없다. 대개의 하이엔드 프리가 일체의 EQ나 톤 컨트롤을 생략하고 있다. 물론 이런 디자인 컨셉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의 측면에서 보면, 이런 EQ의 존재는 무척 요긴하다. 또 자신의 취향에 맞게 맞춰가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초단에는 진공관, 출력단에는 TR이라는 전통적인 하이브리드 구성을 따르면서, 전체적으로 빠르고, 단단한 저역과 포실하면서 깊은 맛이 있는 중고역을 특징으로 한다. 즉, 악마의 저역과 천사의 고역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앰프라 해도 좋다. 참고로 초단에 사용한 것은 네 개의 12AX7A. 뮤즈 넷이 고혹적이고, 우아한 음색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파워 가드도 진화를 거듭해, 현재는 오버 드라이브되는 출력 신호를 모니터 하면서 입력 신호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로써 스피커의 왜곡이나 클리핑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세이브피 모니터라고 해서, 퓨즈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즉, 전류가 불안정하게 동작하면 유심히 살펴보다가 일정 레벨을 넘게 되면 바로 출력을 차단한다. 이후 다시 원상 복귀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일단 풍부한 입력단이 돋보인다. 무려 7개나 된다. 역시 매킨토시답다. 동축 2, 광 2, USB 1, MCT 1(동사의 MCT 트랜스포트와 연결하기 위한 것임.) 그리고 HDMI ARC 1이다.
여기서 HDMI ARC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스마트 TV를 소장한 분이라면, 기존의 하이파이에 연결해서 보다 생생하고, 퀄러티가 높은 음을 듣고 싶을 것이다. 바로 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투입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돌비나 DTS의 멀티채널 음향을 2채널로 변환하는 부분. 이 대목에서 본 디지털 모듈의 가치가 멋지게 빛나고 있다.
한편 본 기와 스마트 TV를 CEC 커뮤니케이션으로 설정하면, TV 리모컨으로 본 기를 조작할 수 있다. 정말 나처럼 귀차니즘 환자에겐 적절한 조치라 해도 좋다.
참고로 USB 입력은 PCM은 384KHz까지, DSD는 512까지 대응한다. 동축과 광은 24/192까지 커버한다. 한 마디로 현존하는 대부분의 고음질 파일 모두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룬의 인증을 받아, 향후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룬으로 쓸 경우, 아무런 제약 없이 연결이 가능하다. 이 또한 미래지향적인 조치라 하겠다.
또 항상 스펙이 진화하는 디지털 쪽이라, 나중에 상당한 변화가 이뤄지면, 이 디지털 모듈만 교체할 수 있게 했다. 사실 향후 10년 정도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전망한다. 단, 매킨토시는 워낙 내구성이 뛰어나 30년이 넘어도 여전히 쌩쌩하다. 아날로그 쪽은 그대로 놔두고 디지털 쪽만 시대에 맞게 올리면 된다. 그런 면에서 한 번 사 두면 두고두고 쓸 수 있는 제품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번에 매칭하는 바워스 & 윌킨스의 800 D3와 매칭할 때, 이 부분을 적극 살렸다. 즉, 오디오퀘스트의 바이 앰핑 전용 케이블인 드래곤 제로 & 베이스를 투입한 것이다. 확실히 싱글 와이어링보다 효과가 극대화되며, 스피커의 잠재력을 활짝 열어젖힌 느낌이다. 이 정도면 바이 앰핑이 주는 상당한 레벨의 음을 거의 근사치로 경험할 수 있다 하겠다.
참고로 소스기는 웨이버사의 W 코어와 MSB의 프리미엄 DAC 조합. 본 세트에 걸맞은 제품들을 투입해서, 이 몬스터의 잠재력을 생생하게 체크할 수 있었다.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파가니니〈바이올린 협주곡 1번 1악장〉마이클 래빈(바이올린)
- 베토벤〈교향곡 3번 1악장〉조르디 사발(지휘)
- 캐논볼 애덜리〈Autumn Leaves〉
- 레드 제플린〈Fool in the Rain〉
우선 파가니니부터. 넓은 시청 공간을 가득 채우는 오케스트라의 음향. 넓고, 높고 또 깊다. 무엇보다 감동한 것은 하이 스피드. 전 대역이 일체감을 갖고 그때그때 빠르게 대응한다. 실시간으로 연주를 대하는 느낌이다.
Michael Rabin
Cocerto No.1 - I. Allegro Maestoso
Paganini: Concerto No. 1 In D Major - Concerto No.2 In D Minor
이 대목에서 중앙에 피어오르는 바이올린의 존재가 놀랍다. 진공관이 믹스되어 개방적이면서 자극성이 없고 그러면서 우아한 질감이 아낌없이 나온다. 하이브리드의 효과를 만끽하는 순간이다. 게다가 저역과 중고역이 완벽히 분리되어 그 각각이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준다. 역시 바이 앰핑에 가까운 효과다. 만일 본 기를 싱글 와이어링으로만 듣는다면, 그 진가를 완벽하게 즐기지 못한다고 본다.
Jordi Savall - Sinfonia No. 3 “Eroica” Op. 55: I. Allegro con brio
Beethoven: Sinfonia Eroica
이어서 베토벤. 사발의 해석과 지휘는 좀 색다르다. 약간 실내악적인 느낌이랄까, 스케일이 크지 않으면서도 뉘앙스가 풍부하다. 우아하고, 달콤하다. 마치 회전목마처럼 메인 테마가 반복되면서 점차 편성이 거대해지는데, 그 흐름이 자연스럽다. 투명도가 놀라워서, 현악기 군의 움직임이나 순간순간 등장하는 혼 악기의 존재감은 정말로 또렷하다. 그간 매킨토시와 바워스 앤 윌킨스의 조합은 수차례 들었고, 나름대로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또 다르다. 상당한 진화가 이뤄졌음을 알게 해준다.
Cannonball Adderley - Autumn Leaves
Somethin' Else
캐논볼 애덜리에는 아날로그 녹음 당시의 생동감이나 풋풋함이 잘 살아있다. 비록 중앙으로 쏠린 무대는 좁지만, 개개의 악기가 갖고 있는 음상이나 카리스마가 상당하다. 엄청난 흡인력으로 다가온다. 늦가을의 정취가 풍부하게 담겨 있어, 듣다 보면 낙엽이 가득한 공원을 산책하는 느낌을 준다.
찰랑거리는 심벌즈 레가토, 약간 신경질적이고 차가운 뮤트 트럼펫, 풍윤하면서 멜랑꼴리한 알토 색스, 두툼한 더블 베이스 그리고 감칠 맛나는 피아노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놓치는 대목이 없다, 멤버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세련되고, 능숙한 인터 플레이를 펼친다. 오소독스하게 음이 엮여서 기막힌 앙상블과 밸런스를 구축하고 있다. 모던 재즈의 맛이 아낌없이 재현되고 있다.
Led Zeppelin - Fool In The Rain
In Through The Out Door
마지막으로 레드 제플린. 매우 리듬이 복잡하고, 경지에 오른 멤버들의 연주력이 불꽃을 튀며, 내공 가득한 보컬의 존재감도 각별하다. 녹음 당시에 의도했던 악기의 배치나 음색 등이 명료하게 재현되며, 록 특유의 거친 맛이 살아있으면서도 듣는 데에 전혀 부담이 없다. 확실히 저역을 움켜쥐고 필요할 때마다 터트리는 부분이 절묘하며, 디스토션을 건 기타의 질주나 유려한 신디의 움직임이 멋지게 재현된다. 이럴 때는 스튜디오에서 듣는 듯한 정확성과 명료함을 보여준다. 인티 앰프가 이렇게까지 진화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이 종학(Johnny Lee)
출처 : 하이파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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