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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L | [리뷰] MBL 사운드에 방점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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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Germany



독일을 이야기할 때 자동차를 먼저 떠올리지만 오디오를 비롯해 온갖 다양한 정밀 공학 분야에서 그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학생 시절부터 학문적 기초를 단단히 키워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공학도로서 자부심이 대단하고 실제로 사회적으로도 엔지니어에 대한 존중 의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 끊임없는 연구, 개발이 이어지며 독일 정밀 공학의 밑거름이 되어준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은 책임의식으로도 이어져 독일 산업을 서서히 그러나 굳건하게 유지시킨다.

 

누군가에겐 그저 사치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독일 제품들은 차나 자동차 등 하나같이 독일 정밀공학의 진지한 산물들이다. 단지 겉멋 든 허영과 사치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갈고닦은 독보적 기술로 완성한 명품 같다는 인상이다. 특히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카오디오에서 독일의 오디오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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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버메스터는 이미 포스쉐 등 명차에 탑재된 바 있는데 이런 카오디오에서도 독일 오디오는 빛을 발한다. 게다가 최근 자동차의 미래를 이끌어갈 브랜드로 거론되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유럽에 자신들의 전용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여러 걸림돌을 넘어야겠지만 ‘기가 팩토리’라고 이름 지어진 이 생산 기지의 위치로 독일을 선택한 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독일은 전 세계 최고 중 하나다. ‘Made in Germany’를 절대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


 


 

 

M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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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L 101 X-treme Radiastrahler

 

 

독일의 음향 관련 오디오 메이커는 꽤 들어봤지만 그중에서 MBL을 빼놓고 이야기하기엔 뭔가 허전하다. 특히 MBL은 소스 기기에서 앰프 그리고 스피커까지 음악을 듣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자체 기술로 독일에서 생산해내는 브랜드다. 특히 MBL을 유명하게 만든 건 뭐니 뭐니 해도 무지향 스피커다. 101 X-treme 등 MBL이 만들어낸 무지향 스피커는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다. 거의 모든 메이커가 포기한 까다로운 설계 방식은 물론이며 굉장히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무지향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향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그 재생음을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MBL 무지향 스피커를 듣다 보다 한동안 일반적인 다이내믹 유닛을 채용한 스피커에 적응이 안 될 정도기 때문이다.


 


 

 

Noble N51

 

 

MBL은 다양한 오디오 컴포넌트를 모두 생산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가 흔히 그렇듯 자사가 만든 컴포넌트와 순정 조합을 추천한다. 그리고 실제 사용해보면 거의 순정 앰프와 소스 기기를 사용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이들이 만든 앰프 같은 경우는 타사 스피커와 빼어난 매칭을 얻어내기 힘든 경우도 있었는데 자사 스피커만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절묘한 토널 밸런스를 만들어내 놀랍기도 했다.

 

이번엔 N51이라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만났다. MBL 제품 라인업 중에선 미들급 Noble 제품군 중 하나로 출시된 제품인데 그 디자인부터 비범하다. 명품의 조건에서 디자인은 절대 빠질 수 없고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에 인간 친화적인 인간 공학까지 고려한 디자인이라면 금상첨화인데 N51의 리모컨을 조작해보면 일반적인 공산품 수준의 메이커와 확실히 차별화된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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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런 리모컨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작동을 시켜보면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음악을 재생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만 넣고 있지만 어디 하나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다. 앰프 자체의 디자인도 한마디로 멋있다. 마치 트랜스포머를 연상시키는 기계 느낌을 강조한 미국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유럽의 풍미가 느껴진다. 직선을 최대한 줄이고 곡선미를 살렸으며 중앙 패널에 모든 기능을 간결하게 집중시켰다. 입력 선택이나 볼륨 조정이 중앙 5인치 디스플레이에 표기된다.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오디오에서 대해 문외한인 사람도 어렵지 않게 조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기본적으로 N51은 인티 앰프로서 프리앰프와 파워앰프가 하나의 섀시에 모두 설계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앰프는 클래스 D 증폭이라는 점이다. 클래스 D 증폭이라면 매우 작은 사이즈에서 매우 커다란 출력 수치를 얻을 수 있으며 발열이 적고 전기 효율이 매우 뛰어나 하루 종일 기기를 켜놔도 전기세 걱정이 별로 없다. 하지만 설계하기에 따라서는 음질적으로 드세거나 거칠고 메마른 소리를 낼 수도 있다. 이런 클래스 D 증폭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MBL은 독보적인 기술을 통해 음질적 훼손을 최소화하고 있다.


일단 음악 재생 중 계속해서 변화하는 스피커의 부하 임피던스에 선형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주파수 대역에 따른 THD 왜곡이 거의 없다는 것도 특이할만한 점이다. 4옴 기준 채널당 380와트라는 대출력을 구사하면서도 굉장히 맑은 중, 고역을 들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런 기술을 MBL은 LASA 2.0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아주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특별한 것은 또 있다. MBL이 만든 ‘유니티 게인(Unity Gain)’ 기술이다. 이는 소스 기기의 출력에 따른 프리앰프 볼륨 제어 폭과 그로 인한 음질적 왜곡을 최소화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DAC의 경우 볼륨이 내장된 경우가 많은데 최대 볼륨으로 올렸을 경우 클리핑이 일어나는 경우를 경험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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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게인이 높게 설정된 소스 기기의 경우 앰프의 볼륨은 매우 낮은 레벨에서 들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생길 수 있는 음질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MBL이 고안해낸 유니티 게인 기술이 N51에 내장되어 있다. 어떤 입력이 들어오더라도 입력 신호를 균질하게 제어해 S/N비를 유지해 준다는 것. 이들이 실제 공개한 측정 자료를 보면 유니티 게인을 적용했을 때 다이내믹 레인지와 디스토션의 차이가 상당히 크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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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51 인티앰프는 총 여섯 조의 아날로그 입력을 가지고 있는데 RCA 가 네 조 그리고 홈 시어터와 연동을 위한 바이패스 입력 한 조 그리고 XLR 입력 한조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두 조의 아날로그 출력단을 마련해 파워앰프와 연동도 가능하다. 출력 바인딩포스트는 같은 독일의 WBT 순동 단자를 채용한 모습이다. 이 외에 디스플레이 밝기 조정 등 편의 기능도 좋은 편. 단 최근 여러 인티앰프에서 채용하고 있는 DAC나 스트리머 등 디지털 섹션은 일체 내장하고 있지 않다. 청음은 B&W 802D3 스피커와 브라이스턴 BDA3.14로 간단히 세팅한 후 진행했다.

 

 

 

Billie Eilish - No Time To Die

No Time To Die

 

일반적으로 독일 메이커라고 하면 음질적으로 매우 치밀한 정밀 묘사, 차가운 음색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N51 같은 경우 이런 예상을 산산이 부숴버린다. 오히려 스위스 제품 같은 인상을 주는데 빌리 아일리시의 ‘No Time To Die’처럼 최신 보컬 곡만 들어봐도 단박에 매우 곱고 투명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누군가 얘기해 주지 않는 이상 이 앰프가 클래스 D 방식 증폭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표면 질감에 윤기가 흐르며 보컬 또한 예쁘고 정갈하게 표현된다.

 

 

Bob Dylan - Man In The Long Black Coat

Oh Mercy

 

중역과 고역은 약간 말랑말랑한 촉감을 가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단단한 편이다. 절대 단단함이 지나쳐 딱딱하게 흐르지 않는다. 밥 딜런의 ‘Man In The Long Black Coat’를 들어보면 보컬이나 악기 모두 날선 차가움보다는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한 물리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아주 깊은 저역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덜한데 일렉트릭 베이스가 둥글고 폭신하게 표현해 준다. 아주 큰 공간이 아니라면 양이 모자란 느낌이 없을 듯하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마치 SN를 최고조로 높인 진공관 앰프 같은 느낌을 준다. 매우 유려하고 매끄러운 표면 질감이 매력적이다.

 

 

Jim Keltner - Drum Improvisation

The Sheffield Lab Drum & Track Disc - For Audio Component Testing And Evaluation

 

저역에 대한 테스트를 좀 더 이어가기 위해 여러 곡을 테스트하다가 전설적 드러머 짐 켈트너의 ‘Drum Improvisation’에서 멈췄다. 저역 다이내믹스 등 저역에 관한 증폭 특성이 여실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역의 낙폭은 꽤 넓은 폭으로 그려지며 충분히 힘이 실려 있다. 중, 저가 클래스 D 증폭 앰프에서 종종 발견되는 저역은 아니며 오히려 폭신하고 질감이 살아나는 쪽이다. 인티앰프 치고는 상당한 저역 밀도감과 펀치력을 선보이는데 동시에 품위가 깃들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완급 조절 능력도 훌륭한 편이며 무엇보다 중역과 저역 사이의 두께, 양감이 뒷받침되어 가늘게 흩날리지 않는 모습이다.

 

 

Gardiner - Cum Sancto Spiritu

Bach ‎– Mass in B minor

 

무대 표현은 좌/우 너비보다는 전/후 깊이, 즉 심도 표현이 깊은 편이다. 예를 들어 존 엘리엇 가디너의 바흐 ‘B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의 재생 성능은 좋은 예다. 너무 자극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으며 각 성부의 위치를 적당히 부드럽게 오버랩 시킨다. 면도날처럼 각 악기와 성부를 오려낸 이미징은 아니고 오히려 풍부한 배음 특성을 기반으로 부드러운 계조를 만들어낸다. 이런 특성 덕분에 건조하지 않고 오히려 우아하고 경건한, 현장의 자연스러운 앰비언스를 이끌어냈다. 특히 중역보다는 고역 쪽으로 올라가는 부분에서 시종일관 느낄 수 있는 상쾌한 청량감은 재생음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총평

 

 

극성스러운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는 그 어떤 것보다 음질과 성능에 목을 맨다. 하지만 여러 기기들을 접하다 보면 제품을 디자인한 브랜드의 철학, 디자이너의 감수성, 해당 브랜드가 가진 역사에 주목하게 된다. 단순히 값비싼 제품이라서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낸 그들의 역사와 철학 등 걸어온 길을 함께 사유하며 자신을 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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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능은 중요하다. 단순히 몸에 걸치는 것이 아닌 대단히 복잡한 음악 신호를 듣기 좋게 재생해 주어야 한다. 그중 앰프는 여러 액티브 스피커와 무선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는 지금에도 소스 기기의 신호를 정확히 증폭해 스피커에 전달해 주어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있기 때문. N51은 잘 만든 인티앰프며 분리형에 도전장을 내밀만한 성능을 갖추었다. 흔한 미국 앰프에서 느낄 수 없는 유려한 디자인은 그들의 스피커만큼이나 독창적이며 편의성 또한 훌륭하다. 특히 MBL의 무지향 스피커와 함께라면 더 이상 곁눈질하지 않고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컨대 N51은 MBL 사운드의 방점을 찍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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