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yne Audio | 고목에 맺힌 새로운 색깔의 열매와 같은 신선함 - 파인오디오 F703
관련링크
본문
의회의 협의없이 유럽연합 탈퇴, 즉 노딜 브렉시트를 관철시키려는 신임 보리스 존슨 총리는 여왕에게 아예 의회의 휴회를 요청했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 요청을 승인했다. 여왕은 스코틀랜드에서 휴가중이었다. 정치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세계 정치문화에도 언젠가부터 강제적 관철이라는 트렌드가 생겨난 모양이고, 이는 전세계를 좀더 다양한 이해집단으로 잘게 나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처음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듣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정경화의 데카 시절 LP로 들었던 이 연주는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과연 지구상에 유사한 감성을 가진 민족이 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필자는 해마다 추석 무렵이 되면 이 연주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가게 된다. 이 곡을 듣다보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스코틀랜드의 산하가 눈 앞에 펼쳐지며 마치 어릴 적 뛰놀던 고향집 흙담벼락과 추수를 마친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 위엄이라고는 없어보이는 부드러운 곡선의 언덕, 방죽너머 어깨 높이에 들어오는 짙푸른 물결 등이 그대로 떠오른다. 스코틀랜드의 감성이란 그래서 오랜 동안 각별한 것이었다.
파인오디오 스토리
파인오디오(Fyne Audio)는 출범한 지 아직 일년이 채 되지 않은 회사이지만, 이미 수십년간 스코틀랜드에서 스피커를 제작해 온 멤버들이 설립했다. 이들의 업계 경력을 합치면 200년이라는 훌륭한 마케팅 화두는 스코틀랜드라는 배경이라서 더욱 깊이가 느껴진다. ‘파인’은 스코틀랜드 호수이름이다. 우리에겐 괴수출현으로 유명한 네스(Loch Ness)호가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스코틀랜드 중서부에 있는 이 호수는 지도상으로 보면 호수라기 보다는 긴 운하처럼 생긴(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긴 호수) 모습을 하고 있다. 주변에 언덕과 숲이 있는 이 호수를 그대로 회사 로고로 형상화했다. 파인오디오의 로고에는 이니셜 ‘F’와 더불어 파인호를 중심으로 한 스코틀랜드의 산하가 청량한 기운으로 담겨 있다.
라인업 & 테크놀로지
파인오디오의 설계 및 디자인 포맷은 위로부터였다. 플래그쉽 F1은 유닛의 구경에 따라 10인치(F1-10), 12인치(F1-12) 두 기종이 있어 보이며, 이 F1의 설계를 기반으로 파인오디오의 제품 포맷이 결정되어 있다. 그래서 홀수번호로 700, 500, 300 순으로 제품 라인업이 내려간다. 그 중에서 700시리즈는 플래그쉽 F1의 현실화 버전이라는 인상이 강하며 그런 점들을 감안하면 700시리즈의 최상위 제품인 F703 은 파인오디오의 주력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디오파일들이 가장 빈번히 마주치게 될 대표제품으로 보인다는 의미이다.
F703 의 듀얼 유닛 배치 외관을 보고 역시 탄노이의 레볼루션 혹은 데피니션 시리즈를 떠올리는 오디오파일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인 베이스 어쿠스틱 방식과 각 부의 설계는 파인오디오 고유의 것이며 제품의 등급은 상위 프레스티지급이 된다. 그러니까 파인오디오의 지향 디자인은 슬림하고 유선형의 외관을 기반으로 양감을 위해 동일한 구경의 베이스 드라이버를 추가한 구성을 하고 있다. 목질을 그대로 살리되 하이글로시 코팅으로 마감을 했다. 대역 및 유닛별로 F703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 ) 아이소플레어
간단히 말해서 탄노이의 듀얼 컨센트릭과 같은 원리인 동축 구성 방식의 포인트 소스 드라이버의 업버전 설계로 보인다. 중앙의 트위터의 내부에는 티타늄돔을 사용해서 부드러운 감촉과 자연스러운 확산과 더불어 뛰어난 스테레오 이미징을 제공하는 이 방식은 F1 설계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영역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유의 복층 화이버 콘을 장착한 250mm 구경(약 9.8인치)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마그넷 뒤쪽 하우징에도 벤틸레이션을 둔 설계를 통해서 크로스오버 대역 아래쪽의 대역에는 자연스러운 감쇄를, 그 위쪽의 가청대역에는 브레이크 모드로 작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서 자연스러운 프레즌테이션과 단정하고 깔끔한 트랜지언트가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고 한다.
B ) 파인 플룻 (Fyne Flute)
미드레인지와 베이스 두 개의 동일한 콘 주위의 에지에 적용된 설계방식인데, 서라운드 에지의 돌출면에 사선 방향으로 홈을 파서 콘의 왕복시에 발생하는 잉여에너지를 감쇄 혹은 소멸시키는 메커니즘이다. 동일한 전후 운동 중에 발생하는 균일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로 작동시키기 위해 컴퓨터로 측정하고 설계한 이런 디자인을 적용시켰다고 한다. 그 결과로 음의 종료시에 발생하는 터미네이션 왜곡, 컬러레이션 등을 감쇄시켜 음악적으로 정확한 재생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알려진 바, 스캐스픽의 8531 같은 유닛의 경우에는 콘의 표면에 사선을 넣은 디자인이었다면 파인오디오의 경우는 에지에 사선으로 굴곡을 준 설계이다. 원리는 유사해보인다. 전후간 동일한 방향 왕복운동을 하며 생기는 정재파를 마치 총열내부의 강선처럼 비틀어서 상쇄시킨다는 원리를 반영한 디자인이다.
C ) 베이스 트랙스 (Bass Trax)
아마 기존의 탄노이와 가장 다른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피커 케비닛의 하단에 리플렉싱 포트를 두고 그 아래쪽 바닥에 산 모양의 디퓨저를 두어서 내부에서 발생한 리플렉싱 에너지를 360도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3개의 체임버로 구성되어 있는 F703의 캐비닛은 본 베이스트랙스의 구현을 위해서 쌍으로 마주보게 만든 트윈 캐비티 구조로 캐비닛을 구성하고 아래쪽 체임버에 리플렉싱 홀을 뚫어서 하단으로 베이스 리플렉싱을 하게 했다. 마치 자동차의 머플러처럼 동작하는 이 방식을 사용하는 스피커들의 일반적인 장점으로서 포트에서 발생하는 스탠딩웨이브를 차단시키는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서 파인오디오의 방식은 이렇게 함으로써 튜닝주파수를 확장시키고 콘의 이탈을 감소하게 해서 시청을 해보면 빠른 비트에서도 매우 단정하고 정확한 베이스를 얻을 수 있다.
본 베이스트랙스의 완성과도 관련이 있지만, 그래서 본 제품의 바닥에 있는 플린스에는 특별한 설계가 적용되어 있다. 8mm 두께의 금속 플레이트를 이중으로 구성한 플린스의 아래쪽 플레이트는 특별히 베이스 드라이버에 사용한 콘 디퓨저를 사용해서 제작했다고 한다.
크로스오버는 극저온처리해서 제작되었으며, 클래리티캡의 커패시터와 반덴헐의 고순도 은선을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본 제품의 크로스오버는 200Hz, 880Hz이며 시청을 해보면 10인치 유닛을 두 개 사용한 제품구성으로도 대역 밸런스와 다이나믹스의 표현이 매우 자연스럽다.
바이와이어링 대응의 스피커 터미널은 모두 프리미엄급 금도금처리되어 있으며 탄노이 스피커에서 볼 수 있었던 그라운드 터미널이 추가되어 있다.
리스닝
F703 을 시청한 지 얼마 안되어서 바로 느끼게 되는 점은 무엇보다 뛰어난 해상력이다. 원 소스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량을 낱낱이 꺼내어 전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유연한 동작 내에서 이루어지는 마이크로 다이나믹스의 묘사가 종종 감동을 줄 만큼 정교하다. 하지만 비트와 피치를 올려가면 여기에 더해서 파인오디오의 제품이 보여주는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애초에 지향했을 가능성이 높은 바, 거의 만능에 가까운 장르재현력을 겸비하고 있는 모습은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 될 것이다.
호소력이 더 짙어져 있는 할시의 ‘Without Me’ 는 그녀의 보컬을 매력적으로 감상하기에 아주 좋았다. 짧고 강한 임팩트의 베이스는 다소 나른한 느낌을 준다고 할 수 있어서 이보다 응집력이 있는 재생이 가능한 스피커들이 있겠으나 어느 쪽이 더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관련상품
관련상품
-
13,000,00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