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오디오의 제품군을 보면 총 17개의 제품이 있다. 센터 스피커나 서브우퍼를 제외한 2채널 페어 기준으로 했을 때 그렇다. 이들은 마치 경험 많은 정원사들이 조경한 정원수처럼, 의미있는 간격을 두고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어 심어져 있다. 기본적으로는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가리거나 서로 양분을 침범하지 않도록 떨어져 있으며, 등급을 구분해서 서로 다른 무리를 지어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좋은 성분은 아래 등급에도 이식을 해서 다른 나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파인오디오 종자임이 잘 드러나 있다.
마주치는 파인오디오의 제품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이 회사의 정교한 포트폴리오와 그 필연성에 대해 신뢰감이 생겨나 있다. 각기 다른 제품이 대신할 수 없는 고유의 정체성이 있어서 새로 제품을 대할 때마다 ‘이건 누가 어디에 쓰라고 만들었을까?’ 신선한 호기심으로 대하게 된다.
마치 사용자마다 다른 여러 상황들을 자로 재서 너무 가까우면 좀더 멀리 두고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가까이 끌어온 듯 조금씩 다른 제품 사이즈와 울림 반경을 책정하고 있으며, 시리즈가 달라지면 등급의 차이를 순간 멀찍이 뚝 떨어뜨려 놓는다. 일단, 라인업별로 제품 가격의 차이가 확연히 나도록 구분을 하고 있다는 게 눈에 뜨인다. 그러면서도 전 제품을 관통하는 동일한 사운드컨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경험많은 조경사의 기획력이다. 그래서 이 회사의 제품은 재미있다.
파인오디오 스탠드마운팅의 표준 F701
F701은 필자가 처음 시청하는 파인오디오의 스탠드마운팅 제품이다. 종종 그렇듯이 F701 또한 북쉘프라고 하기엔 어색한 점이 여럿 보인다. 우선 체구가 크고 단면적 또한 넓은 제품이다. F703이나 F702와는 조금씩 단면적이 다르게 디자인되어 상위 플로어 스탠딩 제품의 윗단을 뚝 잘라놓은 멀쑥함이 아니라 드라이버 유닛과 대역에 맞게 새롭게 설계된 사이즈이다. 또한 특유의 베이스트랙스 디자인 바닥구조를 하고 있어서 본 제품의 성능을 최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용 스탠드인 FS를 사용해서 스탠드와 스피커의 바닥면을 결착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스탠드 마운팅 디자인이지만 파인오디오의 3대 설계 컨셉은 물론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동축 구성 포인트 소스 드라이버 설계 ‘아이소플레어’, 서라운드 에지에 사선 패턴을 주어 드라이버의 잉여에너지를 소멸시키는 ‘파인 플룻’, 그리고 베이스 리플렉싱 에너지를 360도 전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베이스트렉스’ 등이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앞서의 F703, F502SP 편을 참조하면 되겠다. 자사 전체의 촘촘한 구간 편성에 따라 F701은 8인치 미드베이스와 그 중앙에 1인치 트위터의 인티그레이션 구성으로 되어있다. 트위터는 F502SP와 동일하게 마그네숨 돔이고 전체 드라이버는 네오디뮴 자석을 사용해서 드라이브한다. 하단의 베이스 구성은 플로어스탠딩 제품들이 두 개의 플레이트로 적층구조였던 데 비해서 하단 플린스 한 개로만 되어있다. 제품의 중량을 감안한 설계로 보이며, 하단 플린스에는 플로어 스탠딩과 동일하게 원추형 디퓨저가 자리잡고 베이스트랙스 리플렉싱을 수행한다.
▲ (좌) F 703, (우) F 701
F703을 기준으로 보자면 부담도 퍼포먼스도 축소되어 있다. 8인치 베이스가 없으니 대역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스탠드 마운팅에서 구사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역구간(35Hz-34kHz)을 구사한다. 능률이 다소 줄어들었으나(91dB), 여전히 이 사이즈의 스피커에서 볼 수 있는 최고수준의 높은 감도라서 앰프 선택의 폭이 넓어 보인다. 오히려 고감도 콤프레션 트위터에서 에너지 과잉이 되지 않는 순한 앰프 찾기가 더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시청을 해보면 스케일과 낮은 대역의 에너지 정도 외에는 플로어 스탠딩 제품과 크게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풀사이즈 퍼포먼스를 보인다.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스탠드 마운팅이 되면서 크로스오버가 크게 변경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트위터의 응답대역이 여전히 넓은 대역(1.7kHz - 34kHz)을 구사하긴 하지만, 반대의 입장에서 보자면 티타늄돔을 사용한 F703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광대역(850Hz - 26kHz)을 재생하고 있었다.
잠시 상위 제품인 F703과 대역구간에 대해 비교를 해보자면 낮은 대역의 한계도 있지만 3웨이 멀티 유닛의 대역분할과는 비교불가이다. 가령 100Hz, 500Hz, 1kHz 세 지점의 음을 재생하는 연주가 있다고 했을 때, F703의 경우는 각기 서로 다른 드라이버 유닛이 각자의 대역을 재생한다. 세 군데 대역 지점이 동시에 나오는 연주에서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F701의 과제는 미드베이스가 저 모든 음을 재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크로스오버가 완전히 다르다. F703에서는 1.7kHz가 넘어가면서부터 1인치 컴프레션 트위터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물론 대역 제한이 있는 2웨이 스피커의 과제이기도 하며 일체감의 차원에서는 잘해야 본전인 멀티유닛에 비해 장점이 되기도 한다.
파인오디오 상위 라인업 디자인 그대로 뒤쪽으로 가면서 좁아지는 디자인이며 제품의 사이즈 비율에 비해서 뒷길이가 긴 편이다. 700시리즈와 동일한 마감으로 하이글로시 블랙과 화이트 이외에 월넛 마감을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본 제품은 유난히 월넛마감이 아름다운 스피커 중의 하나이다.
사운드 품질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F703의 쥬니어 그대로의 소리가 나온다. 다만 티타늄돔과 페라이트 자석시스템으로 동작하는 F703과 고역의 뉘앙스는 약간 다르다. 이 부분의 음색만으로 놓고 보자면 F502 SP의 스타일에 가깝다. 정교하다기보다는 강렬함이나 선명한 재생 스타일을 보인다. 전용스탠드가 아닌 일반 스탠드를 사용해서 바닥사이즈나 견고한 정도가 제품의 컨셉에 최적화되어 있지는 않아서 더 넓고 견고한 스탠드를 쓰면 좀더 좋은 결과가 나타날 듯 싶었다.
상급기에는 없는 F701의 최대 장점은 북쉘프의 핀포인트와 플로어스탠딩의 파워핸들링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거침없고 응집력이 있으면서도 대형기의 스케일이 나온다. 능률이 높은 제품답게 소리가 쉽게 나오면서도 중량감 있는 위력이 나와서 연예인기질이 느껴진다. 전후간 깊이감은 상급기보다 좀더 정교하게 나타난다. 이 부분은 북쉘프에 좀더 가까운 성향을 보인다.
다른 파인오디오 제품을 시청할 때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지향각이 예민한 편이다. 시청 위치에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면 이 스피커의 지향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방향에 대한 스타일이 어떤 지 느껴진다. 각이 조금씩 변경될 때마다 보컬의 어쿠스틱이 살짝 변경되기 시작한다. 레이어링 또한 세밀하고 정교하게 잘 나타난다.
시청은 오렌더 A30과 린데만의 뮤직북 소스 & 파워 1000 조합으로 진행했는데, 앰프가 처음 들어보는 기종이라서 잠시 오디아 플라이트와 유니코 듀에를 참조해서 시청했다. 전술했듯이 기본적으로 과도한 앰프가 아니라면 제품의 성능을 나타내는 드라이브에 크게 어려움이 없이 쉽게 동작한다. 오히려 이 제품의 극대화를 위해서 저출력 진공관앰프가 어떨까 잠시 생각이 스쳤다. 표정이 풍부한 이 제품은 그리 억센 앰프를 들이대지 않고도 충분히 드라마틱한 소리를 들려준다.
리스닝
▲Mariss Jansons - Beethoven "Symphony No 9" Mariss Jansons
마리스 얀손스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한 베토벤 9번 합창 2악장의 투명한 프레즌테이션과 레이어링이 입체감을 자연스럽게 잘 뛰워낸다. 특히 전후간 미묘한 거리를 잘 감지하게 해줘서 깊이 있는 무대가 아님에도 무대가 입체적으로 잘 떠오른다. 강하게 통제해서 멈춰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푸짐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연출하지는 않지만 특히 베이스는 양감이 크지도 않고 강한 에너지를 이끌어내지도 않지만 간결함 속에 선명하게 나타나는 뛰어난 해상력이 돋보인다. 테너 합주를 들어보면 보풀거리는 중역대의 질감이 가슴에 차오르게 하는 무엇이 있다. 팀파니의 연타 해상도 뛰어나다. 잘 들리고 잘 보인다. 대역이 아주 넓지는 않지만 오케스트라의 전 대역을 듣는 데 무리가 없으며 고역이 잘 트여있는 소위 쨍한 고역을 들려줘서 명쾌하고 선명하다. 약간 단 맛도 있는 듯 하지만 오래 들어도 싫증이 나거나 귀를 피곤하게 하지 않는다.
▲Schubert: Piano Sonata No.20 In A Major, D.959 - 2. Andantino
짐머만이 연주하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 2악장은 피아노의 응집력이 최고조라고고 할 수는 없지만 타건 순간부터 멈출 때까지의 동작이 잘 느껴지며 순간순간 정밀한 하모닉스가 피어나며 그림자처럼 나타나고 사라지는 듯한 입체감이 생겨나 있다. 앰프와 무관하게 단정한 피아노라기보다 현악기처럼 보풀거리는 질감이 느껴지는 피아노이다. 하지만 낮은 건반의 연타에서도 모호함을 남기거나 속이 빈 것 같은 밀도감이나 양감으로 인해 해상도가 흐려지는 경우는 없었다. 임팩트 순간을 잘 느껴지게 하며 밝고 맑으며 선명한 피아노 타건의 느낌이다. 에너지가 짧게 최고조에 이르는 높은 음에서도 건조하거나 날카롭지 않아서 좋았다.
▲ Adele - Hello
아델의 ‘Hello’는 선명한 이미징이 돋보인다. 컴팩트한 이미징이나 정교한 스타일이라기보다 선이 굵고 두텁고 약간 큰 이미징인데 외곽선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입술의 움직임과 음량과 표정이 바뀌는 순간을 잘 묘사한다. 도입부 피아노의 중량감이 플로어 스탠딩 수준으로 중후하게 깔린다. 보컬의 위치는 딱히 정교하다거나 깊고 얕고의 개념 없이 적당하다. 하지만 입체감이 있게 떠오른다. 강렬한 피치가 느껴지지만 한 곡을 다 듣는 내내 귀를 피곤하게 하지 않은 채로 강렬하다. 음색의 변화와 다른 악기와 백코러스의 위치 등이 잘 떠올라서 입체감 있는 무대를 잘 연출한다. 정교하고 단호한 스타일이 아니지만 소위 쨍한 이미징과 다이나미즘으로 이 곡을 드라마틱하게 들려준다.
▲ Drake - One Dance (Feat. Wizkid & Kyla)
드레이크의 ‘One Dance’에서 베이스의 포만감이 특유의 사운드로 들린다. 낮은 대역이 충분히 내려간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대신 다이나믹 레인지가 커서 중량감이 있는 베이스비트가 되었다. 다만 지금보다 좀더 단호하게 마감된다면 바랄 게 없어 보였다. 맑고 선명한 음색표현은 역시 돋보인다. 드레이크의 보컬 음색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드레이크든 백 코러스든 살짝 부풀어 있는 보컬의 음색이 적극적으로 잘 들린다. 매시브한 분위기의 무대 속에 반짝이는 보컬과 악기들의 느낌이 잘 느껴진다. 다만 컴팩트한 이미징과 단호한 마감을 무기로 하는 제품이 보여주는 열린 공간의 입체감은 다소 약해서 다소 덤덤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Diana Krall - How Insensitive
다이아나 크롤이 부르는 ‘How Insensitive’ 도입부의 매끈한 포만감의 베이스가 일품이다. 이 곡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질감이다. 크거나 작지 않은 보컬의 이미징 또한 이 곡을 잘 표현하고 있어 보인다. 갸냘프거나 두텁지 않은 선의 표현 등 가장 보편적인 귀에 적당한 무대가 만들어진다. 음색을 즐기기엔 이 정도의 속도와 밀도감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최적의 분위기가 되었다. 보컬의 표정이 이보다 정교할 때가 있긴 한데 그게 중요하지 않을 만큼 좀더 호소력이 있는 보컬이 연출된다. 피아노가 빛나며 트럼펫의 노란 빛 광채와 윤기가 절절히 느껴진다.
린데만의 제품이 보기와 달리 스피디하고 날렵한 쪽이 아니라 나긋하고 풍윤하며 적당히 살집도 느껴지는 재생스타일을 보인다고 생각되었다. F701을 드라이브하기에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스타일이 서로 중복되는 부분도 있어 보였다. 필자의 취향대로라면 좀더 단정하고 스탠드 마운팅의 장점을 살릴 조합으로 튜닝을 하면 F701의 장점이 더 살아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 조합이 그런 앰프보다 더 잘 연출하는 영역 또한 분명해서 듣기 좋은 곡들이 새롭게 발견되기도 했다.
스탠딩 마운팅의 매력
F701을 대면하고 시청하는 동안 F703의 축소판이라기보다 F703에는 없는 매력들이 새롭게 발견되었다. 핀포인트가 좀더 예민하게 작용해서 정교한 전후간 입체감을 표현하는 컴팩트 시스템의 장점이 잘 발휘되었다. 또한 베이스 해상도가 좀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대역이 축소되면서 생긴 이득이다. 물론, F703에서 사라진 것들 - 예를 들면 광활한 스케일과 스테이징 - 도 있지만 그건 사용자의 시청환경과 조합 시스템과 관련된 사안이 될 것이다.
참고할 점은 본 제품은 파인오디오 패밀리 중에서 여전히 상위 그레이드의 제품이다. 예를 들어 바로 아래 500시리즈의 최상위 플로어 스탠딩인 F502 가격의 두 배가 넘는 스탠드 마운팅 제품이다. 시청곡이 늘어가면서 내내 떠오르는 생각은 이 제품은 생긴 그대로, 파인오디오의 매력을 함축시킨 제품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상위 플로어스탠딩 제품들보다 작은 공간에서 구사할 수 있게 컴팩트 바디로 비율을 새로 설계한 제품이다. 전술했듯이 전용 FS 스탠드는 본 제품을 위해 필수 조건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시청한 내용보다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이 가격대의 북쉘프가 아닌 플로어 스탠딩 제품들과 비교해야 할 제품으로 보인다.
SPECIF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