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ho Acoustics | [리뷰] 라이도 어쿠스틱 플래그십 스피커 D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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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혁신
영상이나 사진 등 비주얼 부문에 비해 매우 예민하면서도 그 차이를 쉽게 인지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분야가 바로 청각 분야다. 그 중에서 단지 시그널이 아닌 음악이라는 예술적 창조물을 제대로 재생하는 데에는 아주 특별한 능력들이 요구된다. 하지만 적응이 쉽고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 아주 특별한 신기술이 아닌 이상 주목 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스피커 제조사와 엔지니어들은 지금 현재에도 연구,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최근 가장 커다란 변화는 소재에 관한 고찰이다. 몇 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스피커의 발전은 새로운 소재의 적용과 함께 급진적으로 발전했다. 그 중 진동판에 관해서는 많은 진보가 눈에 띈다. 종이와 일반적인 합성섬유 정도에 그쳤던 진동판에 베릴륨, 다이아몬드, 세라믹 등 생소한 소재가 채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게 트위터에 적용되던 이런 재료들이 이젠 미드레인지를 넘어 베이스 우퍼 드라이버까지 점령하고 나섰다. 락포트, 매지코는 카본을, YG 어쿠스틱은 직접 금속을 깍아서 만들기도 하며 절대 보편적인 상용품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특주제품들을 사용한다.
최근 가장 놀라운 변화는 무척 보수적이고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B&W의 급진적인 신소재 사용이다. 신형 800 D3 버전에서 케블라와 로하셀 진동판을 과감히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엔 컨티늄과 에어로포일 진동판을 새롭게 개발하여 적용했다. 그 결과 저역 한계를 14Hz 까지 끌어내렸고 로우 레벨에서의 트랜지언트 능력은 혁신적으로 높아졌다. 거울 같은 투명함은 기존의 기준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마이클 보레센(Michael Borresen)
대게 미국과 영국, 독일 중심의 하이엔드 오디오 씬에서 우리는 스칸디나비안 메이커를 간과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특허와 신기술의 진원지이자 가장 독창적인 노르딕 디자인의 총본산. 그 중에서도 덴마크는 유닛 제조에 있어 명백히 세계의 중심지다. 스캔스픽으로부터 시작해 스카닝 등이 모두 덴마크 태생이고 전 세계 유명 메이커들이 이들에게 제품을 주문하거나 특주를 의뢰해 사용한다. 많은 유닛 메이커 외에 달리, 다인오디오 등 많은 뛰어난 스피커 메이커가 존재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 마이클 보레센(Micheal Borresen)
기존에 단 한 번도 실용화하지 못했던 다이아몬드 우퍼를 보게 된 것은 덴마크 메이커였다. 메이커 이름은 라이도 어쿠스틱(Raidho Acoustics). 세상에나, 다이아몬드라는 소재를 어떻게 우퍼에 적용한 것일까? 하지만 라이도라면 가능했다. 그리고 그 곳엔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넘쳐나는 천재 엔지니어들이 우글대는 곳이다.
▲ 라이도 어쿠스틱 멤버들
예를 들어 라이도 어쿠스틱의 수석 디자이너 마이클 보레센이라면 기대해 볼만 하다. 스캔소닉 스피커의 디자이너이며 라이도에서 동료 엔지니어로 있는 라스 크리스텐센과 함께 AVVIK까지 런칭한 그 였다. 파스칼 D클래스 증폭 모듈을 활용한 앰프가 라이도 어쿠스틱의 스피커와 자주 쇼에서 선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라이도 어쿠스틱 D4.1
2009년 라이도 어쿠스틱의 스피커 제작 프로젝트는 모회사인 단탁스로서는 대단한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가격과 관계없이 전 세계 최고의 스피커를 만든다는 취지가 그것인데, 이를 위해 뛰어난 엔지니어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끌어 모았다. 기존의 통념을 깨고 바닥부터 새로운 디자인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소재 연구로 고도의 강도와 빠른 반응 특성을 위해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커팅 에지 다이아몬드 테크놀로지를 개발하였고 이를 적용한 것이 D시리즈였다. 유닛 하나에 약 1.5캐럿 분량의 다이아몬드가 샌드위치 구조 속에 녹아 들어 있다고 상상해보라.
▲ 커팅 에지 다이아몬드 테크놀로지(Cutting Edge Diamond Technology)
또 하나는 트위터 기술. 필자는 라이도의 리본 트위터가 전 세계 최고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 FTT75-30-8 이라는 모델명의 리본은 애초에 마이클 보레센이 만든 에벤 스피커의 전작들로부터 계속해서 진보해왔다. 멤브레인 무게는 0.02g으로 입김만 불어도 훅 날아갈 정도의 초경량이다. 하지만 여기에 적용되는 네오디뮴 어레이는 극단의 초강력 자기장을 가지며 어떤 에너지도 잔류시키지 않고 어떤 공진도 갖지 않는다. 진동 에너지를 소리 에너지로 변환하는 극도의 예민한 트랜스듀서의 소재로서 매우 탁월한 유닛이다.
D4.1의 더욱 재미있는 점은 설계에서 드러난다. D4.1의 설계 배경은 무려 25Hz 초저역에서 50kHz 라는 초고역까지 무리 없이 대응하는 광대역 스피커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리본이 개발되었고 더욱 낮은 대역까지 선형적으로 재생하기 위해 우퍼가 무려 네 발이나 동원된다. 다이아몬드가 미드, 베이스 우퍼까지 적용된 것도 리본 트위터의 엄청난 반응 속도와 일치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커다란 대형 우퍼로 저역 대역을 모두 감당하기보다 체적에 비하면 작은 우퍼를 다발로 안배하여 디스토션을 줄이고 더욱 빠르고 정확한 저역을 구사하겠다는 이론이 저변에 깔려있다.
이로써 스피커의 높이는 무려 1,580mm로 높아지고 반대로 전면 배플은 무척 좁아 440mm 정도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한쪽 채널당 우퍼 네 발, 미드레인지 두 발, 트위터 한 발 등 일곱 개 유닛들의 배치다. D4.1은 여타 D 라인업과 달리 프로덕션 매니저 올레 닐센이 참여하지 않고 오직 마이클 보레센의 독자적인 리드 아래 만들어진 제품이다. 상위 라인업인 D5.1이 존재하지만 설계 타입으로 볼 때 약간 다른 스타일의 소리를 낼 것으로 짐작된다.
▲ Raidho Acoustics D4.1
우선 전체 유닛의 배열에서 스피커 설계의 전설 조셉 다폴리토의 다폴리토 어레이 형식을 응용했다. 이른바 가상 동축의 일종으로 중앙 트위터 위치를 점 음원의 중심으로 잡고 상하에 유닛들을 미러 이미지처럼 대칭으로 배열했다. 그리고 크로스오버는 150Hz와 3kHz 로 설정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포트의 위치와 구조로 후면 중앙에 작은 포트를 노출시켰다. 그런데 포트 개수가 총 네 개다. 게다가 포트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간격을 두고 검은 패널에 막혀있다. 커다란 캐비닛 용적에도 불구하고 6옴 임피던스에 능률은 고작 89dB 정도에 머물고 있는 여러 이유가 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스피커 한 쪽 당 무게는 무려 64kg, 키는 1미터 50cm 가 넘고 후면으로 길게 휘어져 들어간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심장이 뛴다. 게다가 유닛의 특성과 캐비닛의 구조 및 디자인 그리고 유닛들의 배치와 크로스오버 디자인 등에서 이 스피커의 설계의 중점은 명확하다. 다름 아닌 시간축 일치를 최고의 설계 철학으로 삼고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를 추구한다. 각 악기들, 음악 정보 안에 저장되어 있는 소리를 내는 모든 물체들의 위치를 샅샅이 추론해 들려줄 것이다. 물론 대역에 대한 제한도 전혀 없으며 진동판의 특성상 로우 레벨의 신호까지도 모두 진공 흡착기로 빨아낼 것 같은 모습이다. 에소테릭 P-02X와 D-02X 그리고 G-01 그리고 에어 어쿠스틱 KX-R Twenty 및 MX-R Twenty 모노 블럭은 이런 특성을 놓치지 않았다.
전반적인 밸런스는 마치 컴퓨터로 계산한 듯 반듯하고 모범적이다.
놀라운 것은 저역 부분으로 어떤 군살도 없이 저역을 극도로 투명하고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사실.
다이애나 크롤의 ‘When I look in your eyes’에서 전반적인 밸런스는 마치 컴퓨터로 계산한 듯 반듯하고 모범적이다. 놀라운 것은 저역 부분으로 어떤 군살도 없이 저역을 극도로 투명하고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사실. 더블 베이스의 저역 끝단에서 팅겨오르는 듯한 탄력감이 두드러진다. 대형 우퍼 또는 베이스 리플렉스 로딩방식의 저역 부스팅과 포트로 인한 혼탁한 주파수 반응도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반대로 고역은 극도의 투명하고 견고한 텍스처가 돋보인다.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미드레인지와 저역의 숭고하리만큼 정확한 고밀도에 더해 리본 트위터의 고역이 만나는 지점, 그 마디마디마다 마치 구름 위를 거니는 듯 순결한 소리들이 분수처럼 공간을 물들인다. 배경은 지우개로 지운 듯 말끔하며 맑게 갠 가을 하늘빛을 닮았다.
중역의 디테일과 정보량에서 어마어마한 집중력과 끈기를 보여준다.
단지 중역과 고역의 매끄러운 이음매 수준을 넘어 음원의 깊은 속살까지 모두 긁어낸 듯한 정보량이다.
에소테릭 SACD 중 쇤베르크의 현악 6중주 ‘정화된 밤’ 중 4악장에서 펼쳐지는 현악 앙상블은 중역의 디테일과 정보량에서 어마어마한 집중력과 끈기를 보여준다. 단지 중역과 고역의 매끄러운 이음매 수준을 넘어 음원의 깊은 속살까지 모두 긁어낸 듯한 정보량이다. 그 기저에는 디지털 신호로부터 출발한 음원 특성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차가운 기운은 없고 따스한 온도에 순화시킨 텍스처가 마치 아날로그 LP를 연상케 한다. 편안하고 포근하며 유연하지만 내부에 저장된 정보를 최고 수준의 해상력으로 끌어낸다.
마치 모든 우퍼들은 마치 하나의 몸체처럼 무척 기민하게 움직이며
저역 구간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악기들의 위치와 셈/여림까지 정확하게 추적해낸다.
역시 에소테릭 SACD 중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들어보며 저역의 표정을 살폈다. 물론 채널 당 무려 네 발의 우퍼가 어떻게 융합하며 타이밍 일치를 선보일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러나 마치 모든 우퍼들은 마치 하나의 몸체처럼 무척 기민하게 움직이며 저역 구간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악기들의 위치와 셈/여림까지 정확하게 추적해낸다. 특히 팀파니는 스피커의 후면에서 시작해 번개처럼 달려와 필자의 발 밑을 두드렸다. 고밀도 캐비닛은 빈틈이 보이지 않고 후면 포트의 구조를 볼 때 예상했던, 마치 밀폐형 스피커의 저역과 같은 딥 베이스의 빠르고 정확한 하강 곡선을 보인다.
좌측 채널에서 홀연히 등장하는 타악은 손을 뻗으면
그 곳에 위치한 악기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다행인 것은 단지 빠른 스피드만을 앞세운 저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피드 외에 다이내믹레인지 폭이 대단히 넓고 세밀한 계조로 표현되어 실체감을 극대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팡파르나 애팔래치안 스프링 등에서 우선 좌측 채널에서 홀연히 등장하는 타악은 손을 뻗으면 그 곳에 위치한 악기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특히 저역의 다이내믹 컨트라스트는 단지 그 폭이 드넓게 표현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단계를 두고 층층이 표현해준다.
정확한 일체감, 대역간 여러 유닛을 쓰는 스피커의 이물감이 제거된 소리가 나온다.
악기의 전후좌우 움직임은 물론 수직적인 움직임까지도 선명하게 그려내 입체적이고 역동적이다.
게리 쿠퍼와 레이첼 포저가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에서는 마치 풀레인지 등 하나의 유닛만으로 소리를 내는 스피커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실로 정확한 일체감, 대역간 여러 유닛을 쓰는 스피커의 이물감이 제거된 소리가 나온다. 또한 악기의 전/후, 좌/우 움직임은 물론 수직적인 움직임까지도 선명하게 그려내어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실연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피아노는 마치 물속을 빠르게 유영하는 송어처럼 정곡을 찌르며 분주히 음악의 물살을 가른다. 아바도의 베르디 중 ‘Dies Irae’처럼 매우 다양한 악기가 출동하는 음악에서도 높은 중역에서 고역, 그리고 순간적 바닥 저역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주파수 이동에서도 모든 악기 사운드를 풀 스케일로 그려낸다. 볼륨을 더욱 더 높이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데 높은 볼륨에서도 무대가 흩어지거나 레이어링이 무뎌지는 법이 없는 예리한 정의감을 그려낸다.
총평
라이도 D4.1은 누구나 들을 수 있으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피커는 아니다. 만일 가능하다면 필자는 이 스피커는 순수 리스닝 공간만 스무 평 이상의 넓은 공간에서 대출력 모노 블럭으로 최대한 커다란 볼륨으로 감상해보고 싶다. 그만큼 이 스피커가 갖는 다이내믹레인지 표현 능력은 광대하며 세밀하다. 또한 작은 공간에서도 악기들의 위치와 함께 보컬 포커싱은 물론 환상적인 홀로그래픽 음장감을 선사한다. 만일 공간만 충분하다면 거의 실제 공연장에 가까운 거대하고 스펙타클한 무대를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절대 통울림을 가장한 혼탁한 배음이나 음악성을 가장한 축 처진 페이스와 리듬감 등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BGM으로 틀어놓고 편하게 감상할 스피커는 아니다. 대단히 높은 밀도감과 복잡한 하모닉스 구조의 분석과 재생을 중심으로 어떤 주파수 대역도 명료하고 깨끗하게 재생해준다. 마치 뛰어난 외과 의사의 메스처럼 모든 악기의 형체는 낱낱이 해부되어 눈앞에 펼쳐진다. 리얼리즘의 한계는 D4.1로 완전히 허물어졌고 우리는 새로운 단계의 초현실로 들어선 느낌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주요사양
형식: 3웨이 플로어 스탠딩
주파수 응답: 25Hz ~ 50kHz
입력: 50W 이상
감도: 89dB / 2.83V/m
임피던스: 6Ω 이상
드라이버: 리본 트위터, 100mm 다이아몬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115mm 다이아몬드 베이스 드라이버
크로스오버 주파수: 150Hz, 3kHz
인클로저: 벤티드 디자인, 리어 패널 포트
크기(W x H x D): 440 x 1580 x 600mm
무게: 64kg
마감: 월넛, 피아노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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