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usFaber | 피커로 환생한 악기처럼 Sonus faber Olympica Nova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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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이탈리아 비첸차에 자리 잡았던 소너스 파베르는 가장 빛나는 별 중 하나였다. 프랑코 세블린이 이끄는 소너스 파베르는 미국이나 독일, 스위스의 그것과 완벽히 차별화되었다. 문화, 예술, 음악적 토양을 바탕으로 바이올린의 고향 크레모나에서 악기를 제작했던 장인들의 이름을 붙인 소너스 파베르는 마치 악기와 같은 모양을 연상시켰다. 단지 외관뿐만 아니었다. 스멀스멀 향기가 피어오를 듯한 천연 나무를 쪽매붙임 방식으로 제작했고 이는 소너스 파베르의 음향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했다.
소너스 파베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일렉타 아마토르, 익스트리마 같은 스피커들이 바로 이런 공법을 통해 만들어진 스피커들이다. 특히 과르네리 오마주 같은 경우는 특별히 기억에 남아 여전히 언젠가 다시 집에 들여 평생 소장하고 싶은 스피커 중 하나로 뇌리에 남아있다.
-Sonus faber Olympica 라인업-
-오른쪽부터 Walnut · Wenge 마감-
-H28 XTR3 형번의 DAD™ (Damped Apex Dome™) 트위터-
-M15 XTR2-04 형번의 미드레인지-
-W18XTR2-08 우퍼-
그 아래로는 두 개의 7인치 우퍼 W18XTR2-08가 차례로 도열해있다. 이 유닛은 진동판으로 셀룰로스 펄프 소재 두 겹을 샌드위치 형태로 결합해 사용하고 있다. 질량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되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미국 등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그것과는 상당히 차별화되는 펄프 소재라는 것은 저역의 특성을 어느 정도 예상하게 만든다. 참고로 저역 한계는 35Hz며 250Hz와 2,500Hz 두 구간에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형성시켰다.
소너스 파베르의 시그니처, 다름 아닌 인클로저로 시선을 옮기면 역시 멋진 나뭇결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인클로저의 형태다. 기본적으로 후방에 유닛의 후방 에너지를 방사하는 포트가 있는 저음 반사형 타입이지만 보편적인 포트가 보이지 않는다. 다름 아닌 길게 늘어선 알루미늄 중앙에 스텔스 울트라플렉스(Stealth Ultraflex)라는 포트, 일종의 벤트시스템의 기다란 모양으로 구축해놓고 있다.
이런 설계는 상당히 특이한 타입이데 그 이유는 캐비닛 디자인에 있다. 스피커를 위에서 바라보면 전면 배플 및 양 사이드 배플 등 총 세 개의 배플이 삼각형 형태로 붙어있다. 그리고 양 사이드 배플이 후방의 스텔스 울트라플렉스에서 접합되는 방식이다. 후방 배플은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두 스피커는 좌/우 구분이 없지만 이 포트의 방향에 따라서 저역의 규모가 약간 바뀔 소지가 있다. 따라서 세팅할 공간에서 좌/우를 바꾸어볼 필요는 있다.
Sarah McLachlan - Angel
Surfacing
사실 올림피카 노바 라인업이라고 새로 꾸린 라인업이지만 오마주 트래디션의 하위 모델들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유사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기본적인 골격은 유사하며 음질 또한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사라 맥라클란의 ‘Angel’ 같은 곡을 재생하면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댄 듯 편안한 사운드로 일관한다. 보컬의 깊이가 눈에 띄는데 옆에 위치한 B&W 802 D3에 비해 무척 깊은 곳에 위치한다. 감상자에게 공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며 멀찌감치 물러나 느긋하게 노래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는 이유다.
Billie Eilish - Bad guy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올림피카 노바 III는 공칭 임피던스가 4옴으로 비교적 낮지만 90dB라는 꽤 높은 능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리 높지 않은 출력의 앰프로도 아주 커다란 공간이 아니라면 충분한 음량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음질 경향 또한 무척 쉽게 소리가 흘러나와 응축된 견고함보다는 포근하고 내추럴한 경향이 짙다.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같은 최신 일렉트로닉 레코딩에서도 무척 부드러운 엔벨로프 특성을 보여준다. 모나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별로 느껴지지 않고 윤곽이나 펀치력이 강하게 부각되지 않기 때문에 매우 편하고 부드러운 리듬감을 만들어준다.
Michael Stern, Kansas City Symphony
Symphony No. 3 in C Minor, Op. 78, R. 176 "Organ Symphony" - I. Adagio - Allegro moderato
Saint-Saens: Symphony No.3 "Organ"
마이클 스턴의 생상 교향곡 3번 [Organ] 중 1악장을 재생하자 곧 이 스피커는 소너스 파베르라는 사실을 확고하게 상기시켜주었다. 소너스 파베르의 실크 돔 트위터는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으나 반짝이며 급격하게 치솟는 음역 구간에 있어서도 무척 자연스러운 반응 특성을 보였다. 특히 중역이 약간 멀리 느껴지긴 하지만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심한 착색을 만들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어냈다. 악기의 외곽을 면도날처럼 자르지 않고 마치 달무리처럼 부드러운 그라데이션을 형성시켜 달콤하고 유연한 중, 고역을 들려주었다. 여전히 현악 재생에 강점을 보이는 이유다.
Jan Kraybill
Organ Polychrome - The French School
저역은 스펙에서 35Hz, 즉 깊은 저역과 중간 저역 중간 즈음까지 하강하는 걸로 나온다. 실제로도 아주 깊은 저역은 거의 생략되어 있는 모습이다. 막스 리히터의 ‘Sleep’에서 저역은 적당히 낮고 완만하게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이면 포플레이의 ‘Chant’같은 곡에선 역시 캐비닛 목제의 울림이 담백하게 묻어 나온다. 얀 크레이빌의 [Organ polychrome]같은 앨범에서는 이런 저역의 총체적 특성들이 완연히 드러난다. 강건하고 단호한 저역이 아니라 무척 섬세하게 어루만진 저역으로 상냥한 느낌을 준다. 무대는 제법 정돈되어 있고 역동적인 느낌은 약한 편이어서 오르간 사운드를 들으면 낮잠을 청할 수도 있을 정도로 편안한 느낌이다.
소너스 파베르의 르네상스를 부르짖으며 몇 년 전 선보인 오마주 트래디션 중 아마티 트래디션 스피커를 무척 좋게 들은 적이 있다. 매킨토시 그리고 오디오 리서치 양쪽 다 제법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이번엔 그 당시를 다시 상기시키는 시청이 되었다. 소프트 돔 트위터는 생각보다 밝고 맑은 소리를 들려주면 포근한 중역과 부드러운 저역은 어떤 음악을 들어도 우아하고 해맑은 느낌이 지배적이다. 역시 빠르고 역동적인 음악보다는 현과 피아노 등 클래식 음악에 강점을 지닌 스피커로서 소너스 파베르의 전통을 잇고 있다.
원고를 쓰고 고치며 치열했던 밤을 지나 드디어 찾아온 늦은 아침. 집 안으로 쏟아지는 밝은 햇빛을 온몸으로 맞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곁에서 이 스피커가 세레나데 한 곡을 연주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컨대 올림피카 노바 III는 스피커로 환생한 악기, 그것이 소너스 파베르의 본질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하이파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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