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on Research | EL34 싱글과 93dB 혼 스피커, 오디오가 즐겁다 - 심플리이태리,맥스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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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진공관 앰프로 감도 높은 스피커를 울린다. 이는 오디오 애호가들의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일종의 로망이다. 소출력이지만 진공관을 통한 클래스A 증폭으로 얻어낸 순결한 음의 민낯을 감도 높은 스피커로 만나고 싶은 것이다. 사실 필자의 시스템 중 한 세트가 바로 이런 구성이다. 300B 싱글로 12.5W를 내는 올닉의 파워앰프 A-1500에 감도 93dB인 탄노이 D-700 스피커를 물려 대출력 솔리드 앰프와는 다른 음의 세계를 탐미하곤 한다.
이번 시청기인 이탈리아 유니슨 리서치(Unison Research)의 Simply Italy(심플리 이탤리) 인티앰프와 Max Mini(맥스 미니) 2웨이 스피커가 바로 그러했다. 심플리 이탤리는 EL34를 싱글 구동해 12W를 내고, 맥스 미니는 감도 93dB를 보인다. 더욱이 맥스 미니의 트위터는 컴프레션 드라이버 앞에 음각 혼을 붙인 구조다. 이 조합에 오렌더의 DAC 내장 네트워크 뮤직서버 A30을 붙이니 음악 여행을 떠날 모든 준비가 끝난다.
이번 시청기인 이탈리아 유니슨 리서치(Unison Research)의 Simply Italy(심플리 이탤리) 인티앰프와 Max Mini(맥스 미니) 2웨이 스피커가 바로 그러했다. 심플리 이탤리는 EL34를 싱글 구동해 12W를 내고, 맥스 미니는 감도 93dB를 보인다. 더욱이 맥스 미니의 트위터는 컴프레션 드라이버 앞에 음각 혼을 붙인 구조다. 이 조합에 오렌더의 DAC 내장 네트워크 뮤직서버 A30을 붙이니 음악 여행을 떠날 모든 준비가 끝난다.
Simply Italy, EL34 싱글 구동의 12W 인티앰프
유니슨 리서치는 EL34 진공관을 무척이나 애정하는 제작사다. 현재 유니슨 리서치 라인업은 진공관 앰프(Valves), 하이브리드 앰프(Unico Series), 스피커(Loudspeakers)로 짜였는데, 진공관 앰프 라인업의 한 축이 바로 EL34를 이용하는 인티앰프들이다. EL34를 채널당 1개씩 쓴 심플리 이탤리를 비롯해, 2개를 푸시풀 구동하는 Triode 25, 3개를 트리플 싱글로 구성한 S6가 바로 그들이다. 필자가 한때 집에서 2년 넘게 사용한 Simply Two Anniversary(심플리 투 애니버서리) 역시 EL34 싱글 구성이다.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 맞다. 1987년 설립된 유니슨 리서치를 전세계에 알린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천편일률적인 앰프 디자인에서 벗어나 원목을 전면 패널에 과감히 덧대고, 5극관인 EL34를 과감히 싱글 구동하는 파격 설계로 소위 ‘대박’을 친 것. 12W 출력의 오리지널 심플리 투는 1995년에 나왔고, 10W 출력의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는 심플리 투 생산 15주년을 맞아 2010년에 1000대 한정으로 나왔다. 초단관에 쌍3극관인 12AU7(ECC82)을 쓴 점은 똑같다.
이러한 심플리 투,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의 후계기가 바로 이번 시청기인 심플리 이탤리다. 전면 패널 디자인과 진공관 배치, 후면 스피커 커넥터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출력관으로 EL34를 채널당 1개씩 쓰는 점, 초단관으로 12AU7을 역시 채널당 1개씩 쓰는 점, 스위치를 통해 피드백(feedback)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점 등 핵심 설계디자인은 동일하다. 출력은 심플리 투와 마찬가지로 12W로 설정됐다.
일단 심플리 이탤리의 기본 팩트부터 체크하자. 심플리 이탤리는 초단관에 쌍3극관 12AU7, 출력관에 5극관 EL34를 채널당 1개씩 써서 12W 출력을 얻는 클래스A 증폭, 싱글 구동의 인티앰프다. 출력 임피던스는 6옴으로 고정됐다. 입력 임피더스는 47k옴이며, 네거티브 피드백의 양을 5dB와 1.8dB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상판 가운데에 있는 토글 스위치를 뒤로 밀면 5dB, 앞으로 당기면 1.8dB다. 뒤에서 자세히 쓰겠지만 피드백 양에 따라 소리차이가 컸다.
원목을 덧댄 전면 패널 왼쪽에는 입력선택(CD, Tuner, AV, Aux, Tape), 가운데에는 전원 온오프 토글 스위치, 오른쪽에는 볼륨 조절 노브가 달렸다. 섀시는 블랙 코팅한 스테인레스 스틸인데, 상판에는 L자 모양의 알루미늄 플레이트 위에 진공관 2발이 채널별로 장착됐고, 가운데에는 위에서 말한 피드백 양 조절 토글 스위치가 얌전하게 자리잡고 있다. 상판 뒤에는 출력트랜스를 수납한 큼직한 케이스가 보인다. 후면은 왼쪽부터 전원 인렛단, 스피커 커넥터, 입력단자(RCA) 순. 5개 입력단자 외에 테이프 아웃(tape out) 단자 1조가 마련됐다.
이러한 심플리 투,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의 후계기가 바로 이번 시청기인 심플리 이탤리다. 전면 패널 디자인과 진공관 배치, 후면 스피커 커넥터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출력관으로 EL34를 채널당 1개씩 쓰는 점, 초단관으로 12AU7을 역시 채널당 1개씩 쓰는 점, 스위치를 통해 피드백(feedback)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점 등 핵심 설계디자인은 동일하다. 출력은 심플리 투와 마찬가지로 12W로 설정됐다.
일단 심플리 이탤리의 기본 팩트부터 체크하자. 심플리 이탤리는 초단관에 쌍3극관 12AU7, 출력관에 5극관 EL34를 채널당 1개씩 써서 12W 출력을 얻는 클래스A 증폭, 싱글 구동의 인티앰프다. 출력 임피던스는 6옴으로 고정됐다. 입력 임피더스는 47k옴이며, 네거티브 피드백의 양을 5dB와 1.8dB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상판 가운데에 있는 토글 스위치를 뒤로 밀면 5dB, 앞으로 당기면 1.8dB다. 뒤에서 자세히 쓰겠지만 피드백 양에 따라 소리차이가 컸다.
원목을 덧댄 전면 패널 왼쪽에는 입력선택(CD, Tuner, AV, Aux, Tape), 가운데에는 전원 온오프 토글 스위치, 오른쪽에는 볼륨 조절 노브가 달렸다. 섀시는 블랙 코팅한 스테인레스 스틸인데, 상판에는 L자 모양의 알루미늄 플레이트 위에 진공관 2발이 채널별로 장착됐고, 가운데에는 위에서 말한 피드백 양 조절 토글 스위치가 얌전하게 자리잡고 있다. 상판 뒤에는 출력트랜스를 수납한 큼직한 케이스가 보인다. 후면은 왼쪽부터 전원 인렛단, 스피커 커넥터, 입력단자(RCA) 순. 5개 입력단자 외에 테이프 아웃(tape out) 단자 1조가 마련됐다.
개인적으로 심플리 투나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 그리고 이번 심플리 이탤리가 특별한 것은 EL34를 싱글 구동한다는 점이다. EL34를 비롯한 5극관과 KT88, KT120, KT150 등 빔관은 내부저항(plate resistance)이 높아 싱글로 구동하면 저역이 제대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EL34의 내부저항을 대표 직열 3극관인 300B와 비교해보면 EL34가 2k옴인데 비해 300B는 700옴에 불과하다. 따라서 300B는 싱글 구동해도 저음이 무리없이 나올 수 있다.
5극관이나 빔관을 출력관으로 쓴 앰프 대부분이 푸시풀 구동 또는 패럴렐 싱글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내부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이는 유니슨 리서치도 예외는 아닌데, Triode 25(트라이오드 25)는 EL34 2발을 푸시풀 구동하고, S6은 EL34 3발을 트리플 패럴렐 싱글로 구동한다. 따라서 심플리 투(애니버서리)도 그렇고 이번 심플리 이탤리도 그렇고 유니슨 리서치의 EL34 싱글 앰프가 다른 푸시풀이나 패럴렐 싱글 앰프와 다른 소릿결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5극관이나 빔관을 출력관으로 쓴 앰프 대부분이 푸시풀 구동 또는 패럴렐 싱글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내부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이는 유니슨 리서치도 예외는 아닌데, Triode 25(트라이오드 25)는 EL34 2발을 푸시풀 구동하고, S6은 EL34 3발을 트리플 패럴렐 싱글로 구동한다. 따라서 심플리 투(애니버서리)도 그렇고 이번 심플리 이탤리도 그렇고 유니슨 리서치의 EL34 싱글 앰프가 다른 푸시풀이나 패럴렐 싱글 앰프와 다른 소릿결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 Simply Italy 내부사진
또 하나, 5극관 증폭의 비직선성(non-linearity)을 줄이기 위해 유니슨 리서치에서 울트라 리니어(ultra-linear) 접속방식을 즐겨 쓰는 점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울트라 리니어는 3극 접속과 마찬가지로 5극관에서 왜곡 없는 깨끗한 음과 낮은 출력 임피던스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결선 방식. 3극 접속이 5극관의 스크린 그리드(제2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서프레스 그리드(제3그리드)를 캐소드에 접속시켜 마치 3극관처럼 작동시키는 것이라면, 울트라 리니어는 스크린 그리드와 플레이트를 연결할 때 출력트랜스의 1차 권선을 거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높은 내부저항과 5극관의 리니어하지 못한 증폭 특성에도 불구하고 유니슨 리서치에서 EL34 싱글 구동을 고집하는 것은 바로 싱글 구동하는 EL34만이 전해주는 그 고혹적이고 포근하며 야들야들한 소릿결 때문이다. EL34를 푸시풀 구동하면 출력을 높이고 내부저항은 낮춰 저음의 양감을 늘릴 수는 있지만, 싱글 EL34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평범하고 밋밋한, EL34만의 시그니처가 사라진 음을 만나게 된다. 최소한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렇다.
심플리 이탤리+맥스 미니 매칭 시청에서는 심플리 이탤리의 네거티브 피드백 양에 따른 음질변화도 함께 살펴봤다. 같은 곡을 5dB와 1.8dB로 네거티브 피드백 양을 조절해가며 연이어 들어본 것이다. 네거티브 피드백은 말 그대로 출력에서 일정 부분을 빼서(네거티브) 입력에 되먹이는(피드백) 회로 설계. 따라서 게인(gain)은 줄지만 증폭의 리니어리티와 안정성은 높일 수 있다. 물론 회로를 제대로 짰을 때 얘기다. 또한 5dB라면 1.8dB에 비해 음의 순도와 게인은 낮아지지만 리니어리티는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Jacintha 'Moon River'(Autumn Leaves)
먼저 네거티브 피드백 양을 5dB로 해 들었다. 야신타의 숨결과 입술의 파찰음이 잘 느껴지는, 생각 이상의 해상력과 낮은 SNR을 보인다. 하지만 평소 예전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를 들을 때 눈에 띄었던 그 야들야들한 음색이 아니다. 오히려 솔리드 앰프처럼 스트레이트하고 심지가 있는, 다분히 남성적인 음이어서 내심 놀랐다. 피아노 오른손의 터치감도 단단한 편. 감도가 높은 혼 트위터 영향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투명하고 색번짐이 없는 소릿결, 피아노 왼손 타건이 일으키는 제법 강력한 타격감 역시 필자가 알던 싱글 EL34의 것이 아니다.
이어 피드백 양을 1.8dB로 줄여 들어보니, 비로소 필자에게 익숙한 EL34 음이 나온다. 한층 소프트하고 배음이 많은, 보다 진공관스러운 음으로 바뀐 것이다. 온기도 더 느껴지고 듣는 마음도 편안해진다. 대신 해상도는 줄어들고 얌전해졌지만, 음이 촉촉하고 피아노 오른손 연주의 디테일이 더 살아나 만족스럽다. 스피커 맥스 미니는 의외로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스피커다. 이것이 고감도 스피커의 최대 특징일 것이다. 앰프의 속성을 그대로 까발려준다. 고역이 단단한 것은 혼 트위터,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영향으로 보인다.
Nils Lofgren 'Keith Don't Go'(Acoustic Live)
먼저 1.8dB로 해놓은 상태에서 들어보면, 기타 연주의 생생함과 에너지감에서 불만이 없다. 무대의 안길이가 좁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인티앰프의 한계이지만, 음의 선명한 윤곽선과 엣지감, 무엇보다 연주의 디테일 덕분에 음악을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기타 줄과 손가락이 만나 음을 출발시키는 장면을 마치 대형화면으로 보는 것 같다. 싱글 진공관 앰프와 고감도 혼 스피커는 바로 이 맛 때문에 듣는지도 모른다. 이어 피드백 양을 늘려 다시 들어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무대의 안길이가 길어지는 점이 솔깃하다. 피드백을 좀더 세게 걸어줌으로써 무대 공간감과 원근감을 이루는 정보를 보다 왜곡없이 가져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여성보컬곡일 때는 1.8dB가 좋았지만, 어차피 녹음게인이 높은 록 장르에서는 5dB가 만족도가 높았다. 똑 부러지고 파워감이 넘치는 음이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소출력 앰프, 2웨이 스피커 조합의 최대 약점은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클래식 대편성곡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번 유니슨 리서치 조합도 이 올가미를 아주 사뿐히 피해 가지는 못했다. 먼저 5dB로 4악장을 들어보면 악기들의 높낮이 구분은 잘 되지만 촉촉한 소릿결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팀파니 연타의 타격감 역시 대출력 앰프+멀티웨이 스피커에 비해서는 약하다. 이는 분명한 팩트다. 1.8dB로 바꿔보면, 보다 잔향이 풍부한 음이 보다 리드미컬하게 펼쳐진다. 스피드감이 물흐르듯이 매끄러워진 점도 특징. 클라이버가 베를린필을 지휘한 베토벤 5번 교향곡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무대의 스케일과 총주 소화력 등에서 한계는 분명했지만 피드백을 많이 걸 경우 앰프가 스피커를 보다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Cannonball Adderley 'Somethin' Else'(Somethin' Else)
바로 이것이야!'라고 소리를 쳤을 만큼 이날 시청곡 중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우선 1.8dB로 네거티브 피드백을 약하게 건 상태에서 들었는데, 앰프와 스피커 모두 물 만난 고기처럼 아주 신이 나서 연주를 한다. 양감과 배음 무대의 스케일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트럼펫은 그 청초한 음색으로 가슴을 후벼파고, 색소폰은 호방하면서도 절절하게 깊은 호흡을 내뱉는다. 소편성 밴드에서 재즈 관악기를 만나니 비슷한 구조의 혼 트위터가 제 실력을 맘껏 발휘한다는 인상. 연주자의 폐활량마저 늘어난 듯한 매력적인 음이었다. 이어 피드백을 세게 걸어(5dB) 다시 들어보면, 음량이 줄고 약간 의기소침해지지민 전체적인 해상도가 늘어나는 장점이 부각된다. 트럼펫의 경우 너무 얌전한 것 아닌가 싶지만 보다 정갈해진 음색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총평
이렇게 높은 내부저항과 5극관의 리니어하지 못한 증폭 특성에도 불구하고 유니슨 리서치에서 EL34 싱글 구동을 고집하는 것은 바로 싱글 구동하는 EL34만이 전해주는 그 고혹적이고 포근하며 야들야들한 소릿결 때문이다. EL34를 푸시풀 구동하면 출력을 높이고 내부저항은 낮춰 저음의 양감을 늘릴 수는 있지만, 싱글 EL34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평범하고 밋밋한, EL34만의 시그니처가 사라진 음을 만나게 된다. 최소한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렇다.
시청
심플리 이탤리+맥스 미니 매칭 시청에서는 심플리 이탤리의 네거티브 피드백 양에 따른 음질변화도 함께 살펴봤다. 같은 곡을 5dB와 1.8dB로 네거티브 피드백 양을 조절해가며 연이어 들어본 것이다. 네거티브 피드백은 말 그대로 출력에서 일정 부분을 빼서(네거티브) 입력에 되먹이는(피드백) 회로 설계. 따라서 게인(gain)은 줄지만 증폭의 리니어리티와 안정성은 높일 수 있다. 물론 회로를 제대로 짰을 때 얘기다. 또한 5dB라면 1.8dB에 비해 음의 순도와 게인은 낮아지지만 리니어리티는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Jacintha 'Moon River'(Autumn Leaves)
먼저 네거티브 피드백 양을 5dB로 해 들었다. 야신타의 숨결과 입술의 파찰음이 잘 느껴지는, 생각 이상의 해상력과 낮은 SNR을 보인다. 하지만 평소 예전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를 들을 때 눈에 띄었던 그 야들야들한 음색이 아니다. 오히려 솔리드 앰프처럼 스트레이트하고 심지가 있는, 다분히 남성적인 음이어서 내심 놀랐다. 피아노 오른손의 터치감도 단단한 편. 감도가 높은 혼 트위터 영향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투명하고 색번짐이 없는 소릿결, 피아노 왼손 타건이 일으키는 제법 강력한 타격감 역시 필자가 알던 싱글 EL34의 것이 아니다.
이어 피드백 양을 1.8dB로 줄여 들어보니, 비로소 필자에게 익숙한 EL34 음이 나온다. 한층 소프트하고 배음이 많은, 보다 진공관스러운 음으로 바뀐 것이다. 온기도 더 느껴지고 듣는 마음도 편안해진다. 대신 해상도는 줄어들고 얌전해졌지만, 음이 촉촉하고 피아노 오른손 연주의 디테일이 더 살아나 만족스럽다. 스피커 맥스 미니는 의외로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스피커다. 이것이 고감도 스피커의 최대 특징일 것이다. 앰프의 속성을 그대로 까발려준다. 고역이 단단한 것은 혼 트위터,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영향으로 보인다.
Nils Lofgren 'Keith Don't Go'(Acoustic Live)
먼저 1.8dB로 해놓은 상태에서 들어보면, 기타 연주의 생생함과 에너지감에서 불만이 없다. 무대의 안길이가 좁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인티앰프의 한계이지만, 음의 선명한 윤곽선과 엣지감, 무엇보다 연주의 디테일 덕분에 음악을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기타 줄과 손가락이 만나 음을 출발시키는 장면을 마치 대형화면으로 보는 것 같다. 싱글 진공관 앰프와 고감도 혼 스피커는 바로 이 맛 때문에 듣는지도 모른다. 이어 피드백 양을 늘려 다시 들어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무대의 안길이가 길어지는 점이 솔깃하다. 피드백을 좀더 세게 걸어줌으로써 무대 공간감과 원근감을 이루는 정보를 보다 왜곡없이 가져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여성보컬곡일 때는 1.8dB가 좋았지만, 어차피 녹음게인이 높은 록 장르에서는 5dB가 만족도가 높았다. 똑 부러지고 파워감이 넘치는 음이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소출력 앰프, 2웨이 스피커 조합의 최대 약점은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클래식 대편성곡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번 유니슨 리서치 조합도 이 올가미를 아주 사뿐히 피해 가지는 못했다. 먼저 5dB로 4악장을 들어보면 악기들의 높낮이 구분은 잘 되지만 촉촉한 소릿결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팀파니 연타의 타격감 역시 대출력 앰프+멀티웨이 스피커에 비해서는 약하다. 이는 분명한 팩트다. 1.8dB로 바꿔보면, 보다 잔향이 풍부한 음이 보다 리드미컬하게 펼쳐진다. 스피드감이 물흐르듯이 매끄러워진 점도 특징. 클라이버가 베를린필을 지휘한 베토벤 5번 교향곡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무대의 스케일과 총주 소화력 등에서 한계는 분명했지만 피드백을 많이 걸 경우 앰프가 스피커를 보다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Cannonball Adderley 'Somethin' Else'(Somethin' Else)
바로 이것이야!'라고 소리를 쳤을 만큼 이날 시청곡 중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우선 1.8dB로 네거티브 피드백을 약하게 건 상태에서 들었는데, 앰프와 스피커 모두 물 만난 고기처럼 아주 신이 나서 연주를 한다. 양감과 배음 무대의 스케일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트럼펫은 그 청초한 음색으로 가슴을 후벼파고, 색소폰은 호방하면서도 절절하게 깊은 호흡을 내뱉는다. 소편성 밴드에서 재즈 관악기를 만나니 비슷한 구조의 혼 트위터가 제 실력을 맘껏 발휘한다는 인상. 연주자의 폐활량마저 늘어난 듯한 매력적인 음이었다. 이어 피드백을 세게 걸어(5dB) 다시 들어보면, 음량이 줄고 약간 의기소침해지지민 전체적인 해상도가 늘어나는 장점이 부각된다. 트럼펫의 경우 너무 얌전한 것 아닌가 싶지만 보다 정갈해진 음색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총평
지금도 예전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를 애지중지하며 음악을 듣던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음질을 더욱 좋게 하려고 초단관인 12AU7을 일렉트로 하모닉스 제품에서 고신뢰관인 뮬라드의 M8136으로 바꿔 그 혁혁한 음질변화에 감탄하던 기억도 새롭다. 다시 접한 유니슨 리서치의 심플리 이탤리는 이러한 오디오 기기 자체가 주는 시청각적 만족도와 음악 듣기의 즐거움을 동시에 전해주는 아름다운 앰프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93dB 혼 스피커 맥스 미니를 물렸으니 둘은 제짝처럼 궁합이 잘 맞았다. 둘을 따뜻한 거실에 놓아두고 50년대 블루노트 재즈 LP를 감상하는 풍경.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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