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reworld | USB 케이블에 대한 일갈 Platinum Starlight 8 U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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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컴 투 와이어월드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한창 케이블에 대해 여러 담론이 오가던 시절이 있었다. 필자 또한 대개 중, 저가 케이블로 만족하던 2천 년 전후, 여러 나라에서 수입된 하이엔드 케이블 그리고 국내 굴지의 케이블 메이커들이 접전을 벌이곤 했다.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이제 막 몬스터나 IXOS, 겝코 등에서 벗어나 좀 더 나은 음질을 듣고 싶어 하는 오디오파일들은 케이블 담론에 뛰어들었다. 때론 블라인드 테스트가 있었고 여러 말이 오갔지만 사람은 아는 만큼, 이해한 만큼 믿고 행동했다. 그리고 하이엔드 케이블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실텍, XLO, 오디오퀘스트 그리고 그중에 와이어월드도 있었다.
사실 와이어월드는 그리 비싼 하이엔드 케이블보다는 중, 저가 케이블로 명성을 떨쳤다. 그만큼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고 있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메이커여서 성능을 생각하면 가격은 상당히 합리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이론적 기조에 있어서는 그 양과 깊이가 여느 하이엔드 케이블을 압도했다. 대표이자 설립자인 데이빗 살츠는 당시 하이파이 케이블이 왜 더 좋은 소리를 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연구했고 그 결과 탄생한 기술들은 미국에서 여러 특허를 받았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데이빗 살츠의 와이어월드 역사는 하이파이 케이블 무용론을 과학, 기술적으로 불식시킨 대표적인 메이커다. 도체에 대한 라인업별 체계적이고 공정한 사용 그리고 Composilex 절연 시스템, 미국 내 특허 인증, 등록받은 DNA Helix 같은 기술은 와이어월드의 전매특허 같은 것이었다. 케이블을 연구한 엔지니어라면 충분히 상상했을 법한 기술이라고 하지만 이를 기술적으로 연구해 성능 향상 유무를 증명, 특허로 등록받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 와이어월드 Interconnect Comparator ]
시장은 와이어월드의 연구와 정교한 기술적 성과에 화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적 원리를 인정받았다 해도 오디오 관련 제품은 결국 음질로 승부하는 법. 와이어월드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마니아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음질에 있었고 와이어월드 초창기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변수와 싸웠다. 대표적으로 CES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했던 케이블 Comparator라는 장비다. 이 장비는 케이블이 음질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케이블 제작 시 성능 테스트용으로 크게 인정받았다. 그리고 이 또한 미국에서 특허를 받게 된다.
디지털 그리고 USB 케이블
와이어월드의 케이블 제작은 아날로그 케이블은 물론 디지털 케이블 등 가정용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사용하는 모든 케이블에 걸쳐 있다. 더불어 마이크 케이블이나 악기용 케이블 등 프로 오디오 분야에 사용 가능한 디지털/아날로그 케이블까지 대단히 다양하게 제작하고 있다. 자체적인 특허 기술을 통한 설계 및 케이블 Comparator 같은 장비를 통해 세밀하게 조율되어 세상에 나오고 있는 것.
그중 이번에 만난 와이어월드 케이블은 최상위 USB 케이블인 Platinum Starlight 8 USB 2.0 케이블이다. USB 케이블은 PC가 하이파이 오디오의 세계로 인입되면서 제작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전엔 음질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USB 케이블이었기에 여러 엔지니어들이 USB DAC의 입력단은 물론, 소프트웨어 및 작동 방식 등을 개선해왔고 그에 따라 USB 케이블도 계속해서 그 품질을 진화시켰다. 단순히 팩스나 복사기처럼 데이터를 복사하는 것을 넘어 USB DAC의 입력단을 통해 ‘실시간’으로 음원을 전송해야 하는 하이파이 오디오 입장에서 USB 케이블은 그 자체로 음질적 변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원을 공급하는 Vbus 한 가닥과 +,- 신호를 전송하는 데이터 전용 신호선 그리고 그라운드 등으로 구성된 USB 케이블에서 음질적 변이를 가져오는 것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다다. 도체는 물론이며 그 도체와 전원 케이블 및 데이터 케이블의 배열 방식은 물론이고 절연 및 차폐 등 전자기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USB 케이블도 일반 아날로그 케이블처럼 모두 음질적 변이를 일으키는 것투성이다.
물론 일부 엔지니어들은 PC 등 열악한 트랜스포트로부터 공급받는 전원 및 지터 등으로부터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해 USB 케이블이 아니라 일종의 필터나 아이솔레이터를 개발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기본에 충실한 USB 케이블은 노이즈가 침투하기 아주 좋은 환경에서 디지털 스트리밍을 고음질을 즐기고자 하는 하이파이 오디오 마니아에겐 필수다. 여기서 와이어월드의 USB 케이블을 주목해볼 이유가 있다.
Platinum Starlight 8 USB 케이블은 와이어월드의 최상위 USB 케이블로서 Platinum 등급에 걸맞게 솔리드 순은 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굵기는 28AWG로서 하위 Starlight 8과 동일하지만 도체가 순은으로 올라가고 단자 몸체가 플라스틱이 아닌 카본이다. 더불어 단자 접촉면의 경우엔 24K 금 도금을 통해 전도도를 높이고 산화를 막고 있는 모습이다. 박스를 열고 직접 만져보면 무척 부드러우면서도 카본 플러그의 촉감 및 그립감이 무척 기분 좋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 지오메트리 및 절연 등에 있다. 와이어월드의 40여 년간에 이르는 케이블 연구의 핵심인데 일단 Uni-Path 지오메트리가 특징이다. 모든 케이블에 DNA 헬릭스 배열 방식을 사용해 신호의 전자기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와이어월드는 Uni-Path를 적용해 전자기적 효율과 차폐 성능을 더욱더 끌어올리고 있다.
더불어 Composilex 3라는 절연 기법을 적용한 것도 돋보인다. 이 절연 소재는 어떤 표준적인 절연 소재도 낮은 손실과 낮은 마찰 전기 노이즈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로부터 촉발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와이어월드는 Composilex 절연 소재를 발전시켜왔는데 노이즈는 최소화하고 시그널의 손실도 최소화하려는 연구를 거듭했다. 그리고 이번 USB 케이블엔 3세대 Composilex 절연을 실현했다. 이는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듀퐁의 Teflon에 비해서도 마찰 적기 노이즈 및 시그널 손실이 가장 적다고 한다.
시청평
케이블은 고급스러운 금속 박스에 담겨 있다. 이를 열면 섬유로 만든 검은 주머니에 USB 케이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Platinum Starlight 8 USB 케이블은 납작하게 생겼다. 내부 구조를 보면 알겠지만 이는 단순히 멋있어 보이려는 의도가 아니다. 모두 노이즈 및 음질을 감안해 고안된 특허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데이터와 전원을 공급하는 도체들이 케이블 내부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케이블은 무척 유연한 편이어서 설치하기도 쉬운 편이며 가볍다.
Diana Krall - I'll See You In My Dreams
Turn Up The Quiet
본 케이블은 우선 정보량 부분에서 정상급이다. 기음뿐만 아니라 배음, 그리고 잔향까지도 모두 제대로 표현해 준다. 전체적인 주파수 대역 밸런스는 평탄한 편이어서 특정 대역이 비거나 솟아오른 부분이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의 ‘I'll See You In My Dreams’를 들어보면 날렵한 피아노, 리듬 섹션이 흥겨움을 자아낸다. 중간 기타 솔로에서도 무척 유연하면서 마치 칼날 끝이 살아 움직이듯 생생한 느낌을 준다.
Isabelle Faust
J.S. Bach: Sonatas & Partitas (BWV 1004-1006)
역시 아주 잘 빠진 몸매에 더해 세부적으로 세필을 그려나가는 듯한 디테일이 눈에 띈다. 물론 충분한 정보량 덕분이다. 예를 들어 이사벨 파우스트의 바흐 ‘소나타 & 파르티타’를 들어보면 야들야들한 바이올린이 귀에 살살 감겨온다. 확실히 은선의 밝고 화려한 음색이 술술 흘러나와 방 안의 공기를 가득 메운다.
특히 가장 민감한 대역인 중, 고역에서 거칠거나 또는 둔탁하지 않고 아주 매끄럽게 치고 올라간다. 확실히 배음 정보가 굉장히 많은 사운드라서 딱딱하지 않고 해상도가 무척 높은 소리다.
Steely Dan - Jack of Speed
Two Against Nature
좀 더 리듬과 비트가 중요한 노래를 듣다가 스틸리 댄의 ‘Jack of Speed’를 들어보았다. 리듬감도 훌륭한데 중, 저역 살집이 많진 않고 풋웍이 빠르게 느껴진다. 뭔가 앞에 걸림돌이 없이 너무 쉽게 리듬을 표현한다는 느낌이다.
리듬감을 통한 강력한 악센트를 첨가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진행한다. 특히 트럼펫, 베이스 클라리넷처럼 복잡한 배음 정보를 가진 악기들이 무척 사실적으로 자연스럽고 싱싱하게 표현된다.
Gardiner - Cum Sancto Spiritu
Bach: Mass In B Minor
무대는 전면으로 나오지 않고 상당히 깊은 곳에 형성되는 편이다. USB 케이블 하나로 이러한 무대 표현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경우는 간만이라서 조금 놀랐다. 특히 대편성 음악들에서 이런 무대 전개 능력은 크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가디너 지휘로 바흐의 ‘B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를 들어보면 각 성부의 사이 공간이 확실히 커지고 레이어링이 겹겹이 형성된다. 무대의 심도, 즉 전/후 거리가 상당히 깊어 감상자를 중심으로 넓고 깊게 자리 잡은 합창단이 머릿속에 가볍게 떠오른다.
총평
필자는 와이어월드의 오랜 팬이다. 사실 입문 시절부터 와이어월드는 상당히 친근했다 Luna 같은 케이블은 종종 아주 저렴한 가격대에 대안이 되어주었고 구형 Eclipse를 사용할 때조차도 가격 대비 성능에 놀랐다. 하이엔드 케이블에도 가격 대비 성능이란 게 있는 법이다. 특히 놀라운 것은 와이어월드 케이블의 경우 케이블에 대한 욕심을 사그라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무척 자연스럽고 어떤 착색을 가하지 않아 트랜스페어런시가 매우 높다. 이번에도 필자가 기억하고 있던 와이어월드의 본질을 소환시켰다. 마치 앰프로 치면 싱글엔디드 설계의 퓨어 클래스 A 앰프의 소리와 비교할만한 소리도 순수하고 싱싱하며 가감 없이 본래 마스터 음원의 실체를 겸허히 전달해 주었다. USB 케이블에 대한 와이어월드의 일갈은 아주 조용하고 정직했다.
하이파이클럽 리뷰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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