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 랜케이블 교체후 펼쳐진 활기찬 쇼타임 - Chord Shawline X LAN 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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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n Ready PC 화면예시 (출처 : 소리샵)
필자의 경우 스트리밍 음악을 많이 듣는다. 비율로 따지면, 룬(Roon)을 통해 타이달과 코부즈를 듣는 경우가 70%, LP를 재생하는 경우가 20%, CD를 트는 경우가 10% 정도 된다. 무엇보다 음원을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자유로운 ‘무소유의 즐거움’이 크다. 태그나 플레이리스트 등을 만들어 음원을 관리하거나 내가 듣는 음악에 흔적을 내는 소소한 수고마저 즐겁다.
그런데 이 스트리밍 음원을 듣는 데는 꼭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 라우터와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렌더러), 그리고 랜 케이블(이더넷 케이블)이다. 오디오 애호가들 중 스트리밍 유저들이 늘어나면서 라우터마저 오디오 전문 제품이 나온 지 이미 오래이고, 네트워크 트랜스포트(혹은 DAC을 내장한 플레이어)는 룬 레디인지 아니면 UPnP/DNLA, 에어플레이 등을 지원하는지 반드시 따져보는 세상이 됐다.
랜 케이블은 더더욱 지위가 상승했다. 예전에는 그저 인터넷과 라우터, 라우터와 내 PC를 연결시켜주기만 하면 되는 디지털 케이블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타이달이나 코부즈, 디저, 스포티파이, 멜론, 벅스 등 외부 스트리빙 서버에서 음악을 끌어오는 필수 통로로 자리잡았다. 이러니 랜 케이블 업그레이드에 대한 욕구가 드는 것은 당연지사. 필자만 해도 지금까지 몇 번이나 랜 케이블을 교체했는지 모른다.
▲ 사진은 2019 신형 케이블 바로 전 구형 LAN Cable 모델
최근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랜 케이블 교체에 따른 AB테스트를 했다. 오렌더의 네트워크 뮤직서버 A30에 기존 랜 케이블과 영국 코드 컴퍼니(Chord Company)의 Shawline(쇼라인) 랜 케이블을 맞비교해본 것이다. 가격대만 놓고 보면 쇼라인 랜 케이블이 약간 더 비싼 상황. A30으로부터 USB 디지털 아웃시켜 마크레빈슨의 DAC 내장 인티앰프 No.5802로 익숙한 몇 곡을 들어본 결과, 차이가 제법 컸다. 이번 리뷰는 이 AB테스트에 대한 결과 보고서다.
코드 컴퍼니와 Shawline 라인업의 탄생
코드 컴퍼니는 말 참 특이하게 짓는 제작사다. 1985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케이블을 뜻하는 코드를 사명으로 가져오는 것은 당연했지만 발음은 그대로 놔두고 철자를 변형시켰다. 코드(Cord)에서 코드(Chord)로 바꾼 것이다. 게다가 ‘Chord’는 화음을 뜻하니 신생 케이블 제작사로는 더이상 좋을 수 없는 작명법이었다. 2002년에 처음 개발한 선재 지오메트리에는 ‘ARAY’라는 단어가 붙었는데, 이 역시 ‘배치, 배열’을 뜻하는 ‘ARRAY’를 비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청기가 포진한 Shawline(쇼라인) 시리즈도 마찬가지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짐작된다. 기존 쇼(Show)를 같은 발음의 쇼(Shaw)라 바꾼 것. 영미권에서 이 두 단어의 차이가 어느 정도 미세한 뉘앙스를 풍기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Shawline’이 더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맞다. 영국 린이 셀렉트(Selekt), 이그잭트(Exakt) 등 자신만의 단어 표기법을 고집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본다.
어쨌든 쇼라인은 2016년 7월에 론칭했고, 쇼라인의 스트리밍 케이블은 2017년 12월에 처음 출시됐다. 코드컴퍼니 라인업으로 보면, 쇼라인은 서열 5위. 위로부터 코드뮤직(ChordMusic), 새럼T(Sarum T), 시그니처(Signature), 에픽(Epic), 쇼라인(Shawline), 클리어웨이(Clearway), C-시리즈(C-series) 순으로 이어진다. 스트리밍 케이블은 클리어웨이 라인에만 없다. 결국, 쇼라인 스트리밍 케이블은 엔트리급 C-stream 바로 위의 모델이 된다.
이더넷 케이블의 세계
코드 컴퍼니에서는 이더넷 케이블(ethernet cable) 대신에 줄기차게 스트리밍 케이블(streaming cable)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오디오에서 쓰는 이더넷 케이블이 주로 스트리밍 음원 감상용인 것을 감안하면 보다 핵심에 다가선 것 같다. 어쨌든 이 스트리밍 케이블은 기본적으로 연선(strand) 또는 단선(solid) 8가닥이 들어있는 네트워크 케이블이다. 케이블 양 끝 수컷 단자는 RJ45 커넥터를 쓴다. ‘Registered Jack’(레지스터드 잭)이라서 ‘RJ’다.
그리고 전송속도와 대역폭과 관련해 스트리밍 케이블에는 산업 표준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스펙에 자주 등장하는 CAT5/CAT5e(100Mbps, 100MHz), CAT6(1Gbps, 250MHz), CAT6a(1Gbps,
500MHz), CAT7(10Gbps, 600MHz) 등이다. ‘CAT’은 ‘Category’(카테고리)의 약자다. RJ45 커넥터
와 케이블 안의 8가닥 선재를 연결하는 방법은 T568A, T568B 표준으로 나뉘는데, 이 중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것은 T568B이다.
500MHz), CAT7(10Gbps, 600MHz) 등이다. ‘CAT’은 ‘Category’(카테고리)의 약자다. RJ45 커넥터
와 케이블 안의 8가닥 선재를 연결하는 방법은 T568A, T568B 표준으로 나뉘는데, 이 중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것은 T568B이다.
568B 표준에 따르면 왼쪽부터 1번 핀에 o(White with orange stripe), 즉 오렌지 띠가 둘러진 흰색 피복 선재가 연결된다. 이후 2번이 O(Orange), 3번이 g(White with green stripe), 4번이 B(Blue), 5번이 b(White with blue stripe), 6번이 G(Green), 7번이 br(White with brown stripe), 8번이 BR(Brown) 선재와 연결된다. 핵심은 이 8가닥 선재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느냐인데, 신호 송신 선재는 1번(+)과 2번(-), 신호 수신 선재는 3번(+)과 6번(-)이다. 결국 피복에 오렌지 색이 들어간 두 선재가 송신용, 파란색이 들어간 두 선재가 수신용이라는 얘기다. 나머지 4개 선재는 신호 송수신에 관여하지 않는 전원선으로, 4번과 5번이 DC+, 7번과 8번이 DC- 선재다.
Shawline Streaming Cable 설계디자인
시청기인 쇼라인 스트리밍 케이블도 크게 보면 이 8가닥 선재와 RJ45 커넥터로 이뤄진 이더넷 케이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케이블을 투입한 후 음질변화가 일어났다면, 기본적으로 8가닥 선재의 품질을 비롯해 선재와 커넥터의 연결방식, 선재의 지오메트리(도체들의 배치 방법), 유전체와 쉴드 방식 등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이뤄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코드 컴퍼니는 속시원히 말해주지 않는다. 일단 어떤 CAT 표준을 따랐는지부터 공개되지 않았다. 코드 컴퍼니에서 자신들의 이더넷 케이블을 굳이 스트리밍 케이블로 부르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이 CAT 표준과 무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서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선재 지오메트리 역시 코드 컴퍼니의 대표 기술이라 할 ‘Tuned ARAY’(튠드 어레이) 방식이라지만, 이마저도 정확히 어떤 형태의 도체 지오메트리인지는 일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신호선과 전원선 8가닥의 특정 배치(array)를 통해 디지털 스트리밍 신호를 효과적으로 주고받게끔 한 것으로 짐작될 뿐이다. 그리고 이 ARAY 지오메트리는 케이블 라인업에 따라 ARAY(C-stream), Tuned ARAY(Shawline, Epic), Super ARAY(Signature, Sarum T, ChordMusic) 순으로 등급이 올라간다.
공개된 쇼라인 스트리밍 케이블의 면면은 이렇다. 우선 도체는 은도금 동선(silver-plated copper)을 썼고, 각각 쉴딩 처리를 한 2가닥 도체를 꼬은 다음 다시 쉴딩 처리를 했다. 유전체는 뒤퐁이 개발한 일종의 불소수지인 FEP. 상위 모델에는 FEP 대신에 PTFE와 Taylon 재질을 쓴다.
선재와 커넥터 핀은 비압착(non-compression) 방식으로 체결됐는데, 이는 압착 방식으로 선재와
핀을 체결할 경우 선재 혹은 핀에 손상이 갈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RJ45 커넥터와 이더넷 잭이 체결돼 신호와 전원이 흐르는 부위를 24캐럿 금으로 도금했고, 커넥터 둘 레에는 쉴딩 처리를 한 아연을 입혔다는 것. 조금이라도 신호 전송의 순도를 높이기 위한 설계로 보인다. 커넥터 케이싱은 크롬으로 도금됐다. 길이는 0.75m, 1.5m, 3m, 5m짜리가 마련됐다.
핀을 체결할 경우 선재 혹은 핀에 손상이 갈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RJ45 커넥터와 이더넷 잭이 체결돼 신호와 전원이 흐르는 부위를 24캐럿 금으로 도금했고, 커넥터 둘 레에는 쉴딩 처리를 한 아연을 입혔다는 것. 조금이라도 신호 전송의 순도를 높이기 위한 설계로 보인다. 커넥터 케이싱은 크롬으로 도금됐다. 길이는 0.75m, 1.5m, 3m, 5m짜리가 마련됐다.
시청
우선 오렌더 A30에 쇼라인 스트리밍 케이블을 꽂은 상태에서 몇 곡을 들어봤다. A30과 DAC 내장 인티앰프인 마크레빈슨 No.5802는 USB케이블로 연결했고, 스피커는 스펜더의 D7.2를 동원했다. 음원은 오렌더 앱으로 주로 타이달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필을 지휘한 모차르트 레퀴엠 중 ‘Tuba Mirum’을 들어보면 스트리밍 음원인데도 선도가 높고 에너지가 넘치는 음이 흘러나온다. 야신타의 ‘Autumn Leaves’ 앨범 중 ‘Moon River’는 피아노 왼손 저역 음에서 기대 이상으로 음수가 많이 쏟아져 나온다. 보컬과 악기의 분리도도 좋다. 에사-페카 살로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페르귄트 중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에서는 음들이 사뿐사뿐 경쾌하게 빠져나온다. 볼륨을 높여 다시 들어보면 금관과 목관이 주도하는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잘 보인다.
Claudio Abbado, Berliner Philharmoniker ‘Tuba Mirum’(Mozart Requiem)
쇼라인 스트리밍 케이블을 빼고 기존에 끼어있던 이더넷 케이블로 바꾸니, 바리톤의 위치가 오른쪽으로 덜 가고 플로어 노이즈가 좀 더 올라온 것 같다. 결국 마이크로 디테일의 표현력에서 차이가 발견되는 셈. 하지만 기대했던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의 위아래 높낮이는 두 케이블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시 쇼라인 스트리밍 케이블을 투입하면, 에너지감이 넘치고 음들이 말쑥해진 점이 쉽게 느껴진다. 플로어 노이즈가 낮아졌다는 분명한 증거로 보인다. 덕분에 무대가 환해지고 각 성악들의 노래가 더 잘 들린다. 전체적으로 음들에게서 생기와 활기가 도는 점이 확연하다. 마치 인티앰프의 내장 DAC을 업그레이드한 듯하다.
Anne-Sofie Von Otter ‘Baby Plays Around’(For The Stars)
먼저 쇼라인 스트리밍 케이블로 들어보면, 이 곡 특유의 편안함과 오터 목소리의 촉촉함이 잘 느껴진다. 처음부터 다가오는 나긋나긋한 음 덕분에 저절로 무장해제가 됐다. 배음이 풍성하고 정보가 많은 재생음이라 할 만하다. 오터가 노래를 부를 때면 그녀의 향이 필자의 코를 자극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정숙도가 높고 디테일이 가득한 음이다. 이어 기존 이더넷 케이블로 교체해서 들어보면, 역시 플로어 노이즈가 올라와 다소 산만하게 들린다. 하지만 ‘Tuba Mirum’ 때만큼 두 케이블에서 큰 차이가 나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음의 윤곽선에서 약간의 색번짐 현상이 일어나고 음끝이 맥없이 풀어지는 모습도 느껴진다. 곡 막판에는 쇼라인 스트리밍 케이블에 비해 선명함과 해상력이 줄어든 점이 제법 눈에 많이 띈다.
Esa-Pekka Salonen, Oslo Philharmonic Orchestra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Grie Peer Gynt)
기존 이더넷 케이블로 들어보니, 밑으로 떨어지는 저역대 에너지가 약간 휘발됐다. 음의 침투력이랄까, 필자에게 다가오는 손길이 덜 가까이 오는 듯도 하다. 리치가 짧아진 느낌, 섬세함이 줄어든 느낌. 그러고 보니 다이내믹 레인지도 약간 줄어든 듯하다. 다시 쇼라인 스트리밍 케이블을 투입하니, 그야말로 눈 깜짝 할 사이에 음영구분이 늘어났다. 음의 윤곽선은 보다 선명해지고 무대는 보다 투명해졌다. 그러면서 음의 촉감이 부드러워진 느낌도 든다. 이에 비하면 기존 이더넷 케이블이 들려준 음의 거칠고 까칠했다. 두 케이블의 등급 차이는 이 정도로 분명했다. 정보량은 늘어났고, 특히 스피드는 발군이라고 할 만큼 대폭 늘어났다.
총평
이날 시청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곡을 들었다. 마크레빈슨의 새 인티앰프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까닭도 있지만, 스트리밍 음원을 들을 때 과연 이더넷 케이블이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하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소위 하이엔드 케이블이라 불리는 값비싼 랜 선을 들었을 때만큼의 혁혁한 변화는 느낄 수 없었지만, 쇼라인 스트리밍 케이블 투입후 무대에서 활기가 더 넘쳐난 것은 분명했다. 각 악기와 보컬의 이미지가 선명해지고 전체적인 정숙도가 높아진 점도 알아챌 수 있었다. 이러한 유의미한 변화가 코드 컴퍼니의 튠드 어레이(Tuned ARAY) 지오메트리 덕분이라면, 과연 상위 2모델에 투입된 슈퍼 어레이(Super ARAY)는 또 어떤 신세계를 들려줄지 자못 궁금하다. 본격 파 오디오용 이더넷 케이블로 스트리밍 음원을 즐기고픈 애호가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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