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points | [리뷰] 스틸포인츠 어쿠스틱 패널 애퍼처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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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게임
눈을 살며시 감아보자. 지금 자신이 운용하고 있는 오디오 시스템 앞에 느긋이 앉아서 음악을 재생해보자. 김민기의 ‘봉우리’처럼 보컬 하나만 녹음한 앞부분을 들어보자. 스피커 사이 또렷하게 그가 노래하는 모습이 연상되는가? 그렇다면 다음으로 베이시스트 롭 와서만이 아론 네빌과 함께한 듀엣 녹음 ‘Stardust’를 들어보자. 보컬과 더블베이스의 위치와 음정이 뚜렷하게 구분되는가? 다음으로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같은 트리오 그 다음으로 존 콜트레인 쿼텟...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편성을 늘려가며 대편성까지 점진적으로 악기수가 많은 음악을 들어보아도 각 악기의 정위감이 뚜렷하고 전, 후 깊이가 여러 레이어로 구분되어 들린다면 대단히 뛰어난 시스템이다.
이런 정위감과 각 악기의 정체성을 구분 짓는 하모닉스 특성, 핀 포인트로 맺히는 포커싱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리스닝 룸의 어쿠스틱 환경이 기본에 충실하다면 유사하게 얻어질 수 있지만 여러 보완책이 필요하다. 스피커의 위치, 감상자의 위치 그리고 스피커와 감상자 사이의 거리에 따라서 음질이 변한다. 그리고 육방면체의 리스링 룸의 여러 섹터 중 회절이 난무하는 네 개 모서리 그리고 천정 등 거의 모든 부분은 튜닝을 필요로 한다.
▲ 룸 튜닝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
머릿속으로 3 x 3 x 3 큐브 퍼즐을 리스닝 룸에 대입해보자. 아니 4 x 4 x 4, 5 x 5 x 5로 더 잘게 쪼개서 머릿속으로 큐브를 그려보자. 각 부분을 과연 어떤 소재로 보강해야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스피커 후방에는 흡음 위주의 어퓨저, 스피커 사이 중앙에는 반사 위주의 디퓨저를 사용하곤 했다. 그리고 각 모서리엔 코너 흡음. 만일 저역 부밍이 많이 일어난다면 베이스트랩을 사용했다. 오디오 시스템과 청취자 사이엔 적당한 두께의 카페트가 난반사에게 도움을 준다. 천정은 스카이라인이라는 튜닝제가 좋은 소리를 만들어주었다.
▲ 룸 튜닝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정답은 아니다. 우리가 음악을 듣는 곳은 스튜디오가 아니고 스튜디오처럼 룸 튜닝을 하면 안 된다. 흡음 위주의 스튜디오처럼 튜닝 했다간 음악 감상의 재미는 모두 날아가 버리고 모니터 사운드의 뼈대만 남는다. 또한 각 개인에 따라 좋아하는 음질이 제각각이다. 흡음과 반사 그리고 직접음과 간접음의 비율을 스스로 자기만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도전과 경험 안에서 완성할 수 있다. 3 x 3 x 3 큐브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좌/우 대칭이라는 조건을 걸어도 엄청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룸 튜닝의 허와 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을 수밖에 없는 퍼즐게임이다.
스틸포인츠(Stillpotins)
그래서 나의 오디오 편력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룸 튜닝이다. 정답이 없고 이사하는 집마다 룸 어쿠스틱 특성이 다르며 오디오 컴포넌트를 시시때때로 바뀌었다. 한때는 방 전체를 수많은 룸 튜닝제로 두른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 떼어버리고 단 몇 개만 설치했다. 스피커 사이 디프렉탈, 좌/후 1차 반사면에 흡음/확산재, 스피커 후방 각 코너에 흡음재 그리고 더 이상 변화를 주지 않았다. 청취 위치 후면은 웬만한 튜닝제보다 많은 책장과 음반 랙들이 더 좋은 효과를 보여주었고 수납기능까지 겸해주어 실용적이었다.
▲ 스틸포인츠 애퍼처(Stillpoints Aperture)
그러던 최근 스틸포인츠 애퍼처(Aperture)를 맞이했다. 물론 리뷰를 위한 테스트 용도로 대여받았다.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라면 스틸포인츠를 한번 정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국 출신 오디오 액세서리 제작 전문 메이커로서 음향 관련 연구, 개발의 성과를 액세서리에 적용해 파란을 일으킨 메이커다. 진동 관련 울트라(Ultra) 시리즈 외에 ESS 랙, ERS(EMI/RFI Suppression) 등 다양하고 기발한 액세서리는 전 세계 오디오파일의 주머니를 털어갔다. 그만큼 성능과 완성도는 최근 그 어떤 액세서리보다 탁월했다.
토탈 솔루션 애퍼처
스틸포인츠는 나조차도 지금까지 테스트해봤던 모든 룸 튜닝재에서도 전혀 볼 수 없었던 특별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스틸포인츠의 설명을 빌리면 본 제품은 40Hz에서 40kHz까지 커버하면 그 모든 대역을 포괄적으로 튜닝해준다. 단지 한 순간의 정적인 상황에서 보정은 전혀 의미가 없기에 별도로 측정치를 제공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직접 사용해보라고 자신 있게 권장하고 있다. 대게 흡음, 반사를 제공하는 음향판의 경우 특정 대역에 한정된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애퍼처는 초 저역을 제외하곤 중간 저역에서 초고역까지 모든 대역에 관여한다고 말한다.
▲ 스틸포인츠 애퍼처. 블랙월넛/블랙 색상
▲ 스틸포인츠 애퍼처. 오크/크림 색상
결과적으로 스틸포인츠가 제안하는 단 하나의 음향판 애퍼처는 흡음, 분산 그리고 레조네이터 등 총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애퍼처는 리스닝 룸 안에서 그동안 해왔던 큐브 조합의 경우의 수를 대폭 줄여줄 수 있다. 룸 튜닝에 대한 지금까지 고민이 아주 쉽게 해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룸 튜닝재 사용시 잃기 쉬운 다이내믹스 증감이나 저역 펀치력 약화 등 역효과가 거의 없다는 첨언이다. 설치 장소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스피커 사이 뒷벽 또는 스피커 후방 그리고 스피커의 1차 반사 지점 등 자신의 리스닝 룸 상황 및 청감상 필요한 곳에 설치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 애퍼처는 흡음, 분산, 레조네이터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결국 궁금증 덕분에 나는 Aperture를 대여 받아 나의 리스닝 룸에서 직접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처음 받아 든 제품의 박스를 개봉하니 정사각형 모양의 두터운 패널이 들어있다. 가로, 세로 공히 55.88cm로 동일하고 두께는 약 8cm로 음향 판치고는 어디에나 걸기 편한 크기다. 무게는 약간의 편차가 있긴 하지만 평균 7KG 정도 무게로 꽤 묵직한 편이다. 더불어 안에는 나사못이 들어있어 이를 벽에 박고 애퍼처를 액자나 거울처럼 벽에 걸어 두고 사용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애퍼처를 설치하려고 들고 움직이니 속에서 덜그럭 소리가 난다. 내부에 다양한 소재의 내용물이 들어있는 듯한데 그에 대한 부분은 스틸포인츠에서도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 애퍼처 후면
▲ 애퍼처는 벽어 걸어 사용할 수 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애퍼처의 셋업은 무척 간단하다. 제공하는 못을 박고 걸어도 되고 두께가 넉넉하기 때문에 올려놓을 선반이나 책상 등이 있다면 비스듬히 올려놓아도 된다. 그러나 정확한 자리를 잡기 위해선 아무래도 거는 방향이 좋다. 필자의 경우 스피커 양 옆 1차 반사 지점에 자리를 잡고 시청에 들어갔다. 약 3일 정도 시간 동안 뺐다가 다시 셋업하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음질적인 변화를 살폈다. 스피커는 베리티오디오 피델리오 앙코르 및 다인 C4 등을 사용했다.
"전반적으로 중역과 고역에 걸친 변화가 눈에 띄며
좌/우로 연주되는 악기 분리도가 크게 향상되어 실체감이 크게 향상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변화는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보컬이나 피아노 음상의 크기와 명료도다. 예를 들어 카산드라 윌슨의 ‘Another Country’같은 곡은 테스트 용도로 몇 년간 자주 청음했던 곡인데 보컬 음상의 크기부터 변화한다. 보컬 음상의 크기는 결론적으로 조금 더 작아진다. 대신 더욱 또렷하게 형성되어 이미징이 맺힌다. 전반적으로 중역과 고역에 걸친 변화가 눈에 띄며 좌/우로 연주되는 악기 분리도가 크게 향상되어 실체감이 크게 향상된다. 흥미로운 것은 중, 고역의 정위감, 포커싱 향상 등으로 인해 저역을 오가는 더블 베이스 연주까지 더 선명하게 포착된다는 사실이다.
"후방으로 깊게 깔리는 베이스 드럼이 심장박동처럼 뚜렷하게 엄습해와 놀라웠다.
분명 기존엔 이 정도로 선명하게 들리지 않았던 부분이다."
전반적인 음상의 크기, 위치 그리고 배음이 깨끗하게 정돈되면 시야가 맑아진 느낌은 어떤 레코딩에서도 균질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청감상 다이내믹스, 리듬감 등 에너지의 손상은 없다. 때로 직접음이 과도한 경우 흡음 위주의 음향판을 적용하면 공격적인 성향을 감쇄시킬 수 있지만 반대로 록, 재즈, 대편성 클래식 등에서 생동감, 실체감을 상실해 음악 감상의 흥취를 앗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애퍼처의 경우 그런 반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참고로 켄트의 ‘400 Slag’같은 곡에서 후방으로 깊게 깔리는 베이스 드럼이 마치 심장박동처럼 뚜렷하게 엄습해와 놀라웠다. 분명 기존엔 이 정도로 선명하게 들리지 않았던 부분이다.
"각 악기의 분리도 및 정위감, 연속적인 악기의 동적 움직임은 더 상승했다.
짧은 순간의 어택, 잘게 쪼개지는 리듬 안에서도 셈/여림의 컨트라스트가 확연히 대비된다."
다이내믹스 부분은 사실 음향판의 득과 실이 크게 갈리는 음질적 요소다. 대게 명료한 포커싱과 정위감을 얻는 대신 다이내믹스 손실로 싱싱한 생동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을 검증해보기 위해 일반적인 음악 외에 [Audiophile Speaker Set-Up] 앨범 중 ‘Extream Dynamics: Percussion’ 트랙들을 재생해보았다. 이전에 테스트하면서 느꼈던 것처럼 역시 다이내믹스 손상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각 악기의 분리도 및 정위감, 연속적인 악기의 동적 움직임은 더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짧은 순간의 어택, 잘게 쪼개지는 리듬 안에서도 셈/여림의 컨트라스트가 확연히 대비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둠 저 편에서 반딧불 무리가 집중적으로 반짝이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듯하다.
피아노는 물론 바이올린의 고혹적인 연주가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듯 느껴진다."
백그라운드의 표정은 검게 지워지며 따라서 무척 차분한 전망을 선사한다. 그 위로 번개처럼 악기의 하모닉스 구조가 풍부하게 번뜩이며 펼쳐졌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곤 한다. 예를 들어 앨리스 사라 오트와 올라퍼 아르날즈의 쇼팽 ‘녹턴’을 들어보면 마치 어둠 저 편에서 반딧불 무리가 집중적으로 반짝이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듯하다. 피아노는 물론 1700년대에 만들어진 빌레모뜨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의 고혹적인 연주가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듯 느껴진다. 기존에 비해 결이 좀 더 곱고 음의 연결이 탄력적이며 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러워진다.
총평
스틸포인츠 제품에 대해서는 기존에 울트라 라인업이나 레조네이터를 테스트해보면서 신뢰가 있다. 단 하나 문제라면 액세서리 치고는 무척 사악한 가격이지만 여유가 있다면 충분히 적용할만한 가치가 있다. 애퍼처 같은 경우 기존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여타 제품보다 훨씬 더 높은 음질 향상 효과를 보장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애퍼처는 특정 주파수 대역만 관여하지 않고 거의 전대역에 걸쳐 사운드를 케어한다.
전체 대역에 걸친 밸런스와 이음매 그리고 직접음과 반사음의 비율 및 흡음과 확산 비율을 조정한다. 어떻게 이런 여러 기능이 모두 하나의 음향판으로 가능한지 필자조차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놀랍다. 마치 겨울철 거칠어진 피부가 로션 몇 방울로 촉촉하고 말랑말랑해지는 보습효과를 누리는 듯하다. 애퍼처는 주파수, 타이밍 도메인 모두에서 소릿결을 다듬어주면서도 다이내믹스, 사운드 스테이징 등의 훼손이 없는 뛰어난 음향 패널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현재 시스템의 미세 튜닝을 위해 케이블이나 레조네이터 등을 고려하고 있다면 그 이전에 애퍼처를 고려해보기 바란다. 제품명을 애퍼처로 정한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빛의 양과 초점의 범위와 피사체의 심도를 규정하는 카메라 조리개처럼 스틸포인츠 애퍼처는 퍼즐 같은 복잡한 룸 트리트먼트 세계에서 나타난 혁신적인 사운드 조리개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주요사양
크기(W x D x D): 55.9 x 55.9 x 8cm
무게: 7kg
가격: 오크/크림 115만원, 블랙월넛/블랙 12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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