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co | [리뷰] 멜코 네트워크 오디오 NAS 'N1Z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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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와 IT
최근 10여년간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가장 큰 격변을 겪은 분야는 누가 뭐라해도 디지털 분야다. 무손실 압축 PCM 포맷이나 DSD 음원 대중화는 하드웨어 제조사에게 여러 다양한 제품을 기획하도록 요구했다. USB DAC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고 푸바(Foobar), J리버(J.River), 오디르바나(Audirvana) 등 다양한 플레이어 및 플러그인이 개발되었다. 이후 네트워크 스트리밍으로 태세가 전환되어가더니 일본 메이저 음향 가전 메이커는 물론 전 세계 하이엔드 메이커까지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린(Linn), 메리디안(Meridian)이 선두에 섰고 이후 오디오 메이커가 아닌 IT, PC 관련 제조사가 시장에 진입했다.
고음질 음원 스트리밍은 단지 DAC를 넘어 주변 IT 기기의 오디오용 최적화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때로 개인이 음원 감상용 PC를 만들기도 했고 오디오 전용 라우터를 만들기도 했다. 와중에 직접 만들기 어려운 경우 시중에서 유통중인 제품을 튜닝하는 현상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라우터는 물론이며 티빅스(TViX) 같은 영상 전용 스트리밍 플레이어를 튜닝해 네트워크 스트리밍 플레이어로 활용하기도 했다. 알릭스(Alix) 키트제품을 구입해 전원과 섀시만 만들어 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 멜코 NAS를 통한 시스템 구성도
이런 튜닝 행태의 기본은 모두 오디오파일용이라는 수식어 아래 진행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오디오파일용인가? 기본적으로 기존 가전제품을 음악 감상용으로 최적화시키기 위해선 몇 가지 기본 전제가 필요하다. 전원과 진동이 그것이다. 그래서 개인이나 커뮤니티에서 만들어내는 튜닝의 기본은 전원 리플이나 노이즈의 제거를 위한 전원부 튜닝이 기본이 되고 이어서 진동 대책이 전혀 세워져 있지 않은 IT 제품 안에 진동 컨트롤 튜닝을 가하는 것들이다. 때론 섀시를 완전히 제거한 후 알루미늄을 깎아 전기적, 물리적 진동 특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 오포 BDP를 베이스로 사용한 유니버설 플레이어 ‘Ayre DX-5’
일련의 작업은 하이엔드 메이커들의 튜닝 포인트와 일치한다. 예를 들어 오포(Oppo)의 블루레이 플레이어 메커니즘을 빌려와 직접 전원부 및 섀시 등을 제작한 후 튜닝해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하이엔드 메이커도 동일한 전제 하에 제품을 개발하곤 했다. 물론 그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바랄 순 없었지만 이건 커뮤니티 주도 제품들도 마찬가지긴 하다.
멜코 N1ZH/2
이번엔 그 불길이 NAS 분야까지 번지고 있다. NAS는 같은 공유기 안에서 네트워크 공유가 되어 있을 경우 내장 스토리지 데이터를 마음껏 끌어와 재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NAS를 사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 네트워크 망 구축에 사용된다. 하지만 NAS를 통해 홈 네트워크 망을 구성하면 단지 음악뿐 아니라 사진이나 데이터는 물론이며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매우 다양한 자료를 저장할 수 있어 편리하다.
▲ 멜코의 오디오파일용 NAS N1ZH/2
하지만 NAS 또한 오디오, 즉 음원 재생만을 위해 개발된 기기가 아니다. 그래서 일부 IT 기기 전문가들은 NAS를 개조해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 전 기성 IT 메이커가 오디오파일을 위한 NAS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로 똘똘 뭉쳤다. 그 주인공은 일본의 버팔로(Bufflo)이다. 그들은 델라(DELA)라는 별도 자회사를 만들고 멜코(Melco)라는 브랜드에 버팔로 기술을 입혀 오디오파일용 NAS를 개발해냈다. 모델은 총 세 종류로 기존에 리뷰했던 N1A/2 그리고 상위급으로 출시된 N1ZH/2와 N1ZS/2 등이 그 주인공이다.
▲ 멜코의 N1 시리즈는 모두 3종류. N1A/2, N1ZH/2, N1ZS/2
이번에 리뷰한 모델은 N1ZH/2. 상급기답게 외부 섀시부터 차이를 보인다. N1A/2와 달리 N1ZH/2는 전면 사이즈가 줄어들되 알루미늄 섀시를 활용해 전기적, 물리적 노이즈에 강하도록 설계했고 외관 디자인이나 헤어라인 가동 품질 덕분에 몰라보게 예뻐졌다. 전면에 총 네 개의 간단한 제어 버튼 그리고 스탠바이 버튼만 존재하는 미니멀 디자인을 취하고 있다. 후면을 보면 우선 좌측에 오디오 전용 USB 출력단을 마련해 외부 USB DAC와 직결이 가능하도록 설계해놓았다. 단자는 고급 뉴트릭 단자. 그 옆으로는 마련된 총 세 개의 USB 단자는 각각 USB 스토리지 및 확장 그리고 백업 기능 위해 마련된 것이다.
▲ 멜코 N1ZH/2 전면
그 옆으로는 총 두 개의 이더넷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먼저 LAN 단자는 라우터나 허브에 연결하는 용도이며 별도로 마련된 PLAYER 이더넷 단은 별도의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AV 리시버 등과 다이렉트로 연결할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단자다. 여기서 알 수 있듯 N1ZH/2는 그 자체로 NAS지만 여기에 별도의 NAS를 연결해 셋업 할 수 있으므로 기존에 NAS를 보유하고 있는 유저들도 N1ZH/2를 마치 스트리머처럼 활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 N1ZH/2 후면 단자
특히 PLAYER 이더넷 단을 활용해 외부 스트리머와 연동시킬 경우 라우터나 스위칭 허브와 직결했을 때보다 음질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N1ZH/2를 거치며 불필요한 트래픽이 필터링된다. 뿐만 아니라 N1ZH/2와 연결되니 NAS 등으로부터 전달받는 음악 데이터는 N1ZH/2에 내장된 ‘이더넷 정제(Ethernet Purifier)’ 회로에서 깨끗하게 정리되어 전송되도록 설계했다.
▲ N1ZH/2 내부
N1ZH/2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고해상도 포맷까지 거침없이 재생해준다. FLAC, WAV, AIFF, ALAC 등은 물론이며 DSD 11.2Mhz(DSD256)까 재생이 가능하다. 특히 DSD의 경우 USB 출력을 활용할 경우 DoP(DSD over PCM) 재생이 아닌 Markerless DSD 재생 방식을 구현해 놓고 있다. PCM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고 네이티브 DSD 재생이 가능하므로 음질적으로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 N1ZH/2 내부의 캐패시터 뱅크
하드웨어적로 N1ZH/2는 하이엔드 오디오 엔지니어들이 구현할 수 있는 오디오파일 전용기기다운 면모를 보인다. 기존 IT 기기들을 아무리 튜닝해도 아마도 N1ZH/2 같은 NAS를 만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내부엔 두 개의 파워 서플라이를 내장하고 있어 각 섹션에 공급하는 전원을 분리하고 있다. 더불어 캐패시터 뱅크엔 별도의 선별된 고품질 필름 캐패시터 등을 활용하는 등 음질적으로 가장 유리한 환경을 구축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 N1ZH/2 전원부
N1ZH/2 내부에는 3TB 하드디스크(2.5인치) 2개를 장착할 수 있으며 하드디스크의 소음 및 전기적 노이즈를 최소화하기 위해 독보적인 저공진 설계를 했으며 비자성 기구물로 아이솔레이션하고, H빔을 활용해 전원부 및 프로세싱 부문과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 입력단별 동박 필름, 하드디스크 상부에 부착된 진동 방지 패드 등 모두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고음질을 위한 여러 세심한 튜닝이 가해져 있는 모습이다. 요컨대 하이엔드 오디오 및 IT 기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계, 경험한 엔지니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트위킹으로 가득하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테스트에 사용한 매지코(Magico) A3 그리고 에소테릭(Esoteric) F-03A 인티앰프와 K-03Xs DAC 조합은 에소테릭 사운드가 깊게 스며든 소리다. 전체적인 골격이 강건하고 명확하며 에지가 선명한 소리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멜코 N1ZH/2를 적용하면 대단히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의 ‘Look of love’에서 무척 중립적인 토널 밸런스 위에 부드러운 음촉이 스며있다. 이런 특징은 함축해서 설명한다면 상당히 고급스러운 아날로그 사운드다. 자칫 메마르고 딱딱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멜코는 음원의 출발점으로서 전체 사운드를 장악한다.
음촉은 촉촉하며 음결은 말랑말랑해 손에 잡힐 듯 리퀴드하다. 팻 메스니의 ‘Cinema pardiso’를 들어보면 찰리 헤이든의 더블 베이스는 조근조근 저역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기타는 무척 탄력적으로 들린다. 미시적 관점에서 에너지의 셈, 여림 표현이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펼쳐져 생생한 실체감이 더욱 고조된다. 일부러 과도하게 힘을 과장하거나 완급조절을 강조해 오는 피로감은 관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희미하게 늘어지는 심심한 사운드는 아니다. 예를 들어 매시브 어택의 ‘Angel’같은 곡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저역 분해력은 놀라웠다. 본래 드비엘레 같은 메이커에서 SAM 프로세싱 테스트로 사용하는 레퍼런스 음원으로 초저역까지 깊고 정확하게 내려가며 밀도감 및 펀치력 등에서 막내 N1A/2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부드럽고 유연하면서 힘차게 리스닝 룸 바닥을 휘어잡는 재생음이다.
섬세하게 셋업된 네트워크 스트리밍 시스템과 그렇지 못한 시스템의 차이점 중 가장 큰 차이는 포커싱, 음상의 정확성과 정위감 표현이다. 때로 라우터나 랜케이블 등 튜닝을 통해 어느정도 개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기 자체의 특성은 절대 트위킹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레이첼 포저의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N1ZH/2의 음장 재현은 넓고 화창하다. 더불어 포커싱이 흔들림 없이 명확히 맺힌다. 케이블링까지 조금만 더 진행하면 좀 더 나은 음질까지 기대해 볼만하다.
총평
멜코 N1ZH/2는 집요하리 만큼 여러 튜닝과 하드웨어적 완성도를 위해 정진한 결과물이다. 그 중심엔 CEO 마키 마코토의 엔지니어링 및 연구, 개발이 있었다. 멜코는 다름 아닌 ‘Maki Engineering Laboratory Company’의 준말이기도 하니까. 때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도다 튜닝 업체가 해당 기기의 장, 단점을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여러 설계 패턴과 음질의 상관관계를 수많은 경험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NAS의 경우 절대 개인이 만들수 없는 구조와 인터페이스 및 소프트웨어 엔진 개발이 필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마키 마코토는 1970년대부터 턴테이블 등 하이엔드 오디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기술을 갈고 닦아온 인물이다. 더불어 버팔로에서의 이력까지 감안할 때 하이엔드 오디오와 IT 디바이스의 융합은 예정된 사건이었다. 멜코의 N1ZH/2라는 모델은 더 이상 단순한 NAS가 아니며, 당당히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기기의 반열에 올랐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주요사양
- 3TB x 2 하드디스크(총 6TB 저장공간)
- 데이터를 읽고 쓰는 새로운 알고리즘 적용(지연쓰기, 정밀 데이터복원)
- 하드디스크와 메인보드를 위한 독립적인 전원부
- 아이솔레이션 처리된 USB DAC 출력 전용 뉴트릭 USB 단자
- 무거운 황동재질의 논-마그네틱 하드디스크 마운트
- 오디오 그레이드의 필름 캐패시터로 구성된 캐패시터 뱅크
- 실버/블랙 알루미늄 섀시
- 새로운 프로세싱 로직(정밀 저속 데이터 쓰기, 정확한 고속 데이터 검색)
- 자체 무결성 검사
- 소비자가격 7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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