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oteric | [리뷰] 에소테릭 SACD 플레이어 K-07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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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상도 스트리밍 시대
온라인 스트리밍의 기세가 무섭다. 우선 영상 분야에서 넷플릭스(Netflix)는 엄청난 가입자 수 증가를 기록하면서 연신 엄청난 매출액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창의적이고 재미 만점의 컨텐츠 공급,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시청 시간 및 다양한 하드웨어 지원은 물론이다. 게다가 이젠 풀 HD(1080P)를 넘어 4K 스트리밍이 점점 증가 추세에 있어 화질 또한 기존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선 8K TV가 선보이면서 앞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방송에서 8K 방송을 자유롭게 즐길 날도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전 세계 수많은 시청자들이 몰리는 시장에서 고화질 스트리밍을 위한 통신망 속도 등의 확충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이미 영상 가전에서 4K를 지원하자 4K 컨텐츠 및 이를 온라인 스트리밍하기 위한 고속 통신망이 빠르게 적응했고 8K 시대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영상 쪽에 비하면 느린 편이다. 여전히 PCM 16bit 음원이 대부분이며 MP3, AAC 등 손실 압축 포맷에서 벗어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현재 타이달(TIDAL) 같은 경우 뛰어난 음질로 오디오파일을 사로잡고 있지만 그 회원수를 비교하면 영상 쪽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24bit 음원 또한 타이달에서 MQA 압축기술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전히 실현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에소테릭이 발매한 SACD 음반들
문제는 DSD다. 우리가 듣던 SACD(Super Audio CD)의 파일 음원 포맷 DSD는 어떤 상황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엔 SACD를 리핑한 후 일부 오디오파일이 듣기 시작했고 이런 추세에 맞추어 몇몇 군소 레이블이 DSD 음원을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SACD 음원을 재생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도 대중적이지도 못하다. 일단 압도적으로 많은 사용자층을 가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통되기 힘든 측면이 많다. 엄청난 비트레이트와 용량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오디오파일도 DSD 레퍼토리를 많이 보유하고 즐기려면 커다란 용량의 하드디스크나 NAS 등 저장장치가 필요하다.
SACD 플레이어의 존재 가치
아무리 스트리밍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마니아들은 블루레이를 구입해 시청한다. 매우 잘 꾸려진 온라인 스트리밍이 있으나 아직 마니아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키긴 조금 어려운 면이 있다. 컨텐츠나 스트리밍의 문제 외에 국내 통신망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이런 현상은 음악 쪽에서는 더더욱 두드러진다. 아직 온라인 상에서 원하는 음악이 서비스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특히 DSD 음원의 경우 다운로드 받아야만 하고 그 가격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SACD를 구입해 스토리지에 대한 걱정이나 음원 재생 오류 등 안정성에 대한 걱정 없이 즐기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게다가 DSD 음원을 매우 높은 퀄리티로 재생하기 위해선 예상보다 액세서리 등 부대비용이 꽤 많이 들기도 한다.
이런 여러 상황이 결부되어 현재 dCS, 에소테릭(Esoteric) 같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에서 출시하는 SACD 플레이어가 여전히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에소테릭 SACD 플레이어는 현존하는 제조사 중 터줏대감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름 아닌 SACD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을 생산하는 회사이자 직접 SACD 플레이어 완제품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현재 CH 프리시전(CH Precision)이나 dCS, 오르페우스(Orpheus Lab) 등 하이엔드 메이커들도 트랜스포트 만큼은 에소테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에소테릭 교향곡 7번
금액과 관계없이 최고 수준의 음질을 추구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서 일련의 SACD 플레이어는 세대를 거듭하며 발전 중이다. 그리고 전 세계 오디오파일은 여전히 SACD의 그 고해상도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 거금을 들여 SACD 플레이어를 구입하고 있다. 그 중 에소테릭의 K 시리즈는 SACD 플레이어를 대표하는 라인업이다. 최상위 그란디오소(Grandioso)가 있지만 K 시리즈만으로도 충분히 고음질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며, 그 세대는 최초 K-00 시리즈를 지나 K-00X 그리고 K-00Xs 시리즈로 달려왔다. 최상위 K-01Xs을 기점으로 K-03Xs 그리고 K-05Xs와 지금 소개하는 K-07Xs가 그 주인공이다.
▲ 에소테릭 K-07Xs
K-07Xs는 K 시리즈 3세대 라인업 중 막내 모델로서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선 상위 모델보다 훨씬 더 높다. 우선 K-07Xs는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으로 VOSP를 사용하고 있다. VRDS는 아니지만 이 메커니즘만 해도 에소테릭의 정밀 기술이 대거 투입된 모델로서 매우 안정적인 리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에소테릭은 SACD 플레이어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으나 내부에 고성능 DAC를 장착, 세대에 따라 계속해서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USB 등 입력단을 확장해 파일 음원 재생 시대에 사뿐히 연착륙했다.
▲ K-07Xs는 VOSP 드라이브 메커니즘을 탑재한다.
▲ K-07Xs 후면. 외부 클럭입력과 DAC 기능을 갖췄다.
K-07Xs는 32bit DAC 칩인 AK4493을 채용하고 채널당 4개의 차동 병렬 회로를 구성해 선형성을 높이고 왜곡을 줄이고 있다. 우선 기존에 비해 대응 가능한 음원이 32bit/768kHz PCM 및 DSD512(22.5Mhz)까지 비약적으로 올라갔다.
▲ K-07Xs DAC 회로. AK4493을 채널당 2개 탑재한다.
고해상도 구현을 위한 에소테릭의 독자적인 34bit D/A 프로세싱 회로도 빼놓지 않고 K-07Xs에 구현해 놓았다. 이는 24bit보다 1,024배가량 해상도를 높여주는 기술로 연산 오차를 최소화하고 더욱 아날로그 파형에 가까운 신호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클럭의 경우엔 VCXO, 즉 전압 제어형 수정 발진자 타입 고정밀 클럭을 사용했다. 일본 NDK와 함께 공동 개발한 클럭으로 X 버전부터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클럭 입력단을 통해 외부 클럭 제너레이터와 동기화도 가능하다.
▲ K-07Xs 내부
이 외에 전원, 아날로그 기술 등은 상위 모델 K-05Xs와 대동소이하다. 에소테릭의 독자적인 출력 버퍼 회로 HCLD 회로를 설계해 응답 속도를 2,000V/μs에 이르는 슬류 레이트(Slew rate)를 구현했다. 더불어 330,000μF (0.33F)에 이르는 대용량 수퍼 커패시터를 뱅크를 마련해 디지털 기기에서 특히 민감한 전원부에 있어 안정적이고 깨끗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한 모습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에소테릭 K-07Xs는 내부 설계도 일본 제품답게 매우 꼼꼼하고 합리적이다. 뿐만 아니라 그 기능에 있어서도 다양해 활용범위가 높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SACD를 재생하기 위한 SACDP롤 사용할 수 있고 USB, 동축, 광 입력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동축, 광 출력을 지원하고 크럭 동기화를 위한 BNC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내부엔 2배, 4배, 8배, 16배 업 샘플링 옵션 기능도 내장되어 있어 PCM 소스의 경우 최대 768kHz까지 샘플링 레이트를 높여 재생 가능하다. 더불어 PCM 음원을 DSD 512 포맷까지 변환시켜줄 수 있는데 DSD필터를 켤 수도 끌 수도 있어 사용자 취향에 맡기고 있는 모습이다.
▲ K-07Xs는 ES-Link Analog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다. 출력 같은 경우 F 시리즈 인티앰프에 ES 링크 아날로그 입력 옵션보드를 설치하면 ES 링크를 통해 보다 더 순수한 고음질 전송이 가능하다. ES 링크는 신호 경로에서 임피던스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고안한 에소테릭 고유의 전송 방식으로 매우 이상적인 아날로그 전송 방식에 다가가고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F-03A 인티앰프에 ES 링크 옵션 보드를 설치해 에소테릭 모델이 합체했을 때 음질적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했다. 더불어 스피커는 라이도 어쿠스틱의 D1.1을 매칭하여 오디오스퀘어에서 테스트했다.
"절대 두루뭉술하게 지나가는 음이 없이 말 그대로 영롱하면서도
손끝에서 전해오는 세밀한 아티큘레이션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듯 전해진다."
먼저 에브게니 자라피안츠가 연주한 쇼팽 그리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품집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재생해보았다. 옥타비아 레코드와 에소테릭이 합작해 녹음한 후 2017년 발매한 이 앨범을 들어보면 왜 오랜 오디오 경력을 지닌 오디오파일들이 SACD에 목메는지 공감할 수 있다. 에소테릭 엔지니어 토모쇼시 데자키가 프로듀싱 및 레코딩을 맡아 녹음한 본 작은 다름 아닌 순수 원 포인트 레코딩이며 DSD 변환이 아닌 오리지널 DSD 녹음으로 굉장한 해상도를 경험할 수 있다. 절대 두루뭉술하게 지나가는 음이 없이 말 그대로 영롱하면서도 손끝에서 전해오는 세밀한 아티큘레이션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듯 전해진다.
"한층 여성스러운 섬세함과 고급스러운 사우드가 고개를 든다.
약간 차갑고 강건하며 짜릿한 고해상도 사운드라면 이해가 갈 수 있을 듯."
배경은 매우 정숙해 마치 한밤중 배에서 바라보는 공포스러울 만큼 검은 심해를 연상시킬 정도다. 암흑 속에서 피어나는 산뜻한 빛은 더 화사하고 맑아 보이듯 보컬은 더욱 환한 미소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조안나 왕의 ‘Let’s start from here’(CD)를 들어보면 과거 탱크 같은 만듦새와 묵직한 중, 저역을 어필하던 에소테릭은 슬며시 지워지고 한층 여성스러운 섬세함과 고급스러운 사우드가 고개를 든다. 약간 차갑고 강건하며 짜릿한 고해상도 사운드라면 이해가 갈 수 있을 듯. 그러나 해상력 및 디테일, 입자감과 세부 묘사 등으로 인한 실체감 및 싱싱한 공간정보가 낱낱이 드러나며 지루할 틈이 없다.
"한겨울 새벽 서릿발처럼 기개 넘치며 시원한 소릿결이 리스닝 공간을 가득 메운다.
질척이며 흐릿하게 뭉개는 법은 절대 없다."
개리 쿠퍼와 레이첼 포저가 채널 클래식스에서 녹음, 발표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어보면 선명함을 넘어 귀가 시릴 듯한 청량감이 몰려온다. 역시 SACD로 발매된 앨범으로 채널 클래식의 고음질 SACD의 맛이 여타 SACD와 구별된다. 한겨울 새벽 서릿발처럼 기개 넘치며 시원한 소릿결이 리스닝 공간을 가득 메운다. 질척이며 흐릿하게 뭉개는 법은 절대 없다. 1739 페사리니우스 바이올린은 전에 없이 싱그럽고 상쾌하게 뻗어나가며 날카롭게 벼린 칼날처럼 밝은 빛에 반사되는 듯한 느낌의 배음을 느낄 수 있다. 1795 안톤 월터의 포르테 피아노는 민첩한 어택과 짧은 서스테인 특성을 보이며 매우 간결하고 투명하게 재생한다.
"심장박동 소리가 저 멀리 깊은 곳에서 매우 사실적인 거리로 표현된다.
에소테릭의 매우 정밀한 음향 특성은 마치 서라운드 시스템에서 듣는 듯한 임장감을 만들어낸다."
DSD 음원이 PCM 음원보다 더 나은 부분은 확실히 어쿠스틱 악기를 사용한 음악에서 빛을 발한다. 반대로 에지 있고 비트 넘치는 팝, 록 음악에선 PCM 음원이 더 낫다. 하지만 종종 음악에 따라 포만감 넘치는 배음과 앰비언스 특성 덕분에 록 음악에서도 듣기 좋은 경우가 있다. 핑크 플로이드의 ‘Speak to me’와 ‘Breathe’(SACD)를 이어 들어보면 심장박동 소리가 저 멀리 깊은 곳에서 매우 사실적인 거리로 표현된다. 에소테릭의 매우 정밀한 음향 특성은 마치 서라운드 시스템에서 듣는 듯한 임장감을 만들어낸다. 매우 부드럽게 일렁거리는 갖가지 효과음 및 푹신하게 치고 올라오는 쿠션같은 느낌의 타악 등으로 인해 핑크 플로이드의 레코딩의 또 다른 측면을 응시하게 만든다.
총평
이로써 에소테릭 K 시리즈를 구성하는 1, 3, 5, 7번 교향곡은 완결되었다. 그중 7번 교향곡은 맨 막내로서 상위 모델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축소된 인상을 주지면 그란디오소 K1으로부터 이어받은 DNA는 유효하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트랜스포트 메커니즘과 DAC 부문 등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에소테릭 디지털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특히 몇 가지 부분에서 상위 모델의 다운그레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소테릭 K 시리즈 3세대 사운드의 특징은 오롯이 담겨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게다가 가격을 생각하면 K-07Xs는 가장 높은 가격 대비 성능을 자랑한다.
피지컬 포맷은 거의 LP 위주로 컬렉션하면서 즐겼지만 간만에 집어든 에소테릭 SACD는 마치 꿈에서도 그리던 LP를 어렵게 손에 쥔 듯 만족감이 크다. 묵직한 양장 케이스를 열고 책장을 넘기듯 녹음 관련 정보를 보면서 듣는 SACD의 음질은 특별하다. 영상과 음악 양 진영에서 일제히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SACD가 진지한 오디오파일이 여전히 즐길만한 포맷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에소테릭은 K시리즈 교향곡 7번을 끝으로 이렇게 Xs버전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다음 세대가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향후 몇 년간 성능과 가격 모든 면에서 Xs버전을 대적할 SACD 플레이어는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주요사양
재생 가능 디스크: SACD, 오디오 CD, CD(CD-R/RW)
아날로그 출력: XLR/ESL-A(2채널) x 1, RCA(2채널) x 1
출력 임피던스: XLR 40Ω, RCA 15Ω
최대 출력레벨: XLR 5Vrms, RCA 2.5Vrms
SACD 출력(XLR)
주파수 특성: 5Hz ~ 55kHz(-3dB)
S/N 비: 119dB
왜율: 0.0013%(1kHz)
디지털 음성 출력: 동축 x 1, 광 디지털 x 1
디지털 오디오 입력: 동축 x 1, 광 디지털 x 1, USB B x 1(USB 2.0)
클럭 싱크 입력: BNC
입력가능 주파수: 44.1kHz, 48kHz, 88.2kHz, 96kHz, 176.4kHz, 192kHz, 10Mhz, 22.5MHz, 24.5kHz
소비전력: 26W
크기(W x H x D): 445 x 131 x 357mm
무게: 14.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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