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tech | [리뷰] 던텍 북셀프 스피커 DSM-15 M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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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시간축 위상 정렬의 중요성
필자는 개인적으로 북셀프를 좋아한다. 시간축 상에서 가장 뛰어난 반응 특성을 보이는 것은 2웨이 북셀프 또는 정전형 밖에 없다는 생각이 그 기저에 깔려 있다. 대게 3웨이 이상이 넘어가면 아주 뛰어난 엔지니어가 아닌 이상 시간축 상에서 모든 유닛의 음파 전달 속도를 맞추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여러 개의 유닛이 만들어내는 복잡다단한 후면파는 대체로 인클로저 내부에 복잡한 에너지를 응축시키고 이를 제대로 제어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메이커들이 저음 반사형 스피커의 포트 디자인에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하거나 또는 아예 밀폐형 설계를 고집하기도 한다. 그리고 평판형 설계를 최고의 이상적인 설계라고 주장한다.
필자가 다인오디오(Dynaudio)의 C4를 사용하는 이유는 가상 동축형 설계를 신뢰하며 이것이 멀티 웨이 설계면서도 타임 도메인에서 시간차 왜곡이 가장 적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하나 더불어 운용하는 것은 케프(KEF) LS50이다. 너무 저렴한 가격 때문에 평가절하 되기도 하지만 고역과 중저역이 하나의 발음원에 합체되어 있는 동축구성은 다른 무엇보다 시간축 위상 정열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대체로 주변 컴포넌트의 테스트에서도 매우 정확한 트랜지언트 및 위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이유다.
▲ KEF LS50
두 스피커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면 하나는 동축, 또 하나는 가상 동축 컨피규레이션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설계의 기초를 닦은 두 명의 천재 엔지니어를 가졌던 적이 있다. 한 명은 이른바 ‘다폴리토 어레이(D’Appolito Array)’로 불리는 스피커 설계의 이론을 만든 조셉 다폴리토(Joseph D’Appolito)이며 또 한 명은 ‘던텍(Duntech)’을 설립한 존 던래비(John Dunlavy)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동축 형태가 아니더라도 거대한 스테이징과 정교한 광대역을 실현했고 무엇보다 탁월한 시간축 일치를 만들어냈다. 정전형처럼 수 옴 대로 떨어지는 악조건을 만들어내지 않고도 커다란 공간을 매우 일체화된 스테이징으로 채워넣었다.
▲ 던텍 소버린(Duntech Sovereign)
1987년 존 던래비가 개발한 소버린(Sovereign)이 베일을 벗었을 때 당시 전 세계 평단과 오디오파일을 새로운 하이엔드 스피커의 출현을 예감했다. 총 일곱 개의 드라이브 유닛을 전면 배플에 도열시킨 소버린은 약 2미터에 가까운 늘씬한 키에 마치 공연장의 무대를 집 안에서 구현한 듯 엄청난 스케일과 정교한 음장을 만들어냈다. 세계에서 가장 중립적이며 가장 정교한 스피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 것은 당시로서 당연한 것이었다.
던래비 랩스를 설립해 재기했으나 던텍 시절의 아성을 뒤집지는 못했던 것은 매우 안타까웠다. 그러나 20세기를 통틀어, B&W 매트릭스와 인피니티 IRS, 틸, 윌슨 와트/퍼피 및 아발론 어센트 등과 함께 던텍 소버린은 스피커의 진화를 몇 단계 앞당겼다. 던텍 소버린의 탁월한 성능을 알아본 것은 비단 오디오파일 뿐만 아니다. 수차례 그래미 수상자이자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마스터링 엔지니어 밥 루드빅(Bob Ludwig)은 던텍의 오랜 유저였기도 했다.
화려한 귀환, DSM-15 MKII
최근 던텍 스피커가 국내에 다시 소개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그것은 내가 예전에 알던 던텍과는 다소 커다란 간극을 보였다. 가상 동축 형태에 안으로 움푹 들어간 트위터와 그 주위를 감싸던 회절 방지용 소재 등 그 어떤 것도 과거 던텍의 그것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동안 던텍은 주인이 바뀌었고 바닥부터 완전히 새로운 스피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모델이 DSM-15 MKII이며 몇 가지 수정을 거처 출시된 것이 이번 리뷰의 주인공이다.
▲ 던텍 DSM-15 MKII
말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전용 스탠드가 거의 일체형처럼 조립되는 형태가 눈에 띄며 전체적인 디자인 포름은 마치 소너스 파베르의 과르네리 오마주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그 내면과 사운드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사용한 유닛을 살펴보면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두 발로 구성되어 있다. 트위터는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라면 익숙한 덴마크 스캔스픽의 레벨레이를 사용하고 있다. 그 중 트위터 중앙에 뾰족한 웨이브 가이드가 탑재된, 일명 링 라디에이터 트위터다. 하단으로 내려가면 이 또한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유닛으로 5인치 구경이다. 2웨이 스피커 중에서도 매우 작은 케이스지만 3인치 지름의 보이스코일과 강력한 마그넷으로 구성되어 있다.
▲ 던텍 DSM-15 MKII에 탑재된 링 라디에이터 트위터
▲ 5인치 미드/베이스 드라이버
캐비닛은 매우 단단하게 짠 목제 인클로저로서 배플로 인한 회절을 막기 위해 위에서 보았을 때 커브형으로 디자인했다. 전면 배플은 피아노 래커 마감으로 꽤 두터운 패널로 제작해 캐비닛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트위터와 미드/베이스로부터 방사되는 고역 및 중, 저역의 방사 속도를 의식해 미드/베이스 우퍼 배플을 앞으로 좀 더 튀어나오도록 설계한 모습이다. DSM-15MKII 은 기본적으로 북셀프 타입에 후면 상단에 포트를 가진 저음 반사형 설계다.
▲ DSM-15 MKII는 2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 북셀프 스피커이다.
5인치라는 매우 한정된 미드/베이스 유닛 때문에 최근 광대역 북셀프처럼 30Hz 이하까지 재생은 불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스피커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1.5dB 조건에서 저역은 45Hz, 고역은 링 라디에이터의 고성능에 힘입어 35kHz 까지 높게 뻗는다. 실제로 보편적인 조건인 ±3dB 조건이라면 아마로 40Hz 근처까지 저역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이즈에 비하면 저역 확장 능력이 꽤 뛰어난 편이다.
▲ DSM-15 MKII는 북셀프지만 스탠드와 함께 사용하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처럼 보인다.
크로스오버는 1차 오더로 2kHz 정도로 낮게 끊고 있으며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그리고 공식 발표한 능률은 ‘2.83-volts at 1 metre’ 조건에서 89dB 정도로 북셀프 치고는 그리 낮은 편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북셀프 본체를 동일한 형태와 소재로 받치고 있는 전용 스탠드의 존재다. 던텍에서는 본 제품의 정확한 작동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그 구조가 남다르다. 몸체는 본체 인클로저와 동일한 목제로 제작되었으며 하단에는 무거운 대리석을 붙여 안정감을 주고 있다.
▲ DSM-15 MKII 후면
▲ DSM-15 MKII 후면의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스피커를 내린 후 스탠드 상단을 살펴보면 스피커 하단의 인슐레이터와 결합되는 금속 인슐레이터가 장착되어 있다. 이는 저역 공진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던텍 나름대로의 디커플링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스탠드의 무게가 무려 25KG 정도로 매우 안정감있다. 전용스탠드는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곤 하지만 실제 운용상 음질적인 장점은 물론 시각적 안정감과 미적인 아름다움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스탠드 하단 바닥에는 별도의 옵션 스파이크를 장착해야 기대하는 스탠드의 성능이 충분히 만족될 것으로 보인다.
▲ 스탠드 하단에 대리석을 사용했으며, 총 무게는 25kg에 달한다.
▲ 스피커 터미널
셋업 & 리스닝 테스트
던텍 DSM-15MKII 의 스피커 터미널은 싱글 와이어링 형태로 바나나 또는 말굽 단자 등에 모두 대응한다. 마침 바나나단자로 마감된 킴버 스피커케이블이 있어 활용했는데 착용감은 꽤 좋은 편이다. 앰프는 몇 가지 제품군 중에서 럭스만(Luxman) 분리형 앰프(C-800f/M-800a)를 매칭했다. A클래스 증폭 파워앰프는 특히 DSM-15 MKII의 섬세한 고역 질감을 가장 잘 살려주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 디지털 소스기기는 dCS의 푸치니 CD 플레이어를 사용해 테스트했음을 밝힌다.
"더블 베이스는 육중하고 중후한 울림을 내뱉으며 우측의 캐스터네츠 같은 작은 악기도
마스킹 없이 무척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정확하게 낚아챈다."
호주에서 설립되어 미국은 물론 전세계 오디오파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던텍의 사운드는 DSM-15 MKII에서 거의 그 흔적을 찾기 힘들다. 아메리칸 사운드와는 근본적으로 큰 연관성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그리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더 높은 해상력과 스캔스픽 링 라디에이터 등 현대 스피커 기술이 펼쳐내는 핀 포인트 포커싱 등 그간의 세월은 많은 것을 진보시켰다. 만일 고해상도에 깎은 듯한 예각에 컴퓨터로 제어한 듯한 스테이징이 전부였다면 허탈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레베카 피존의 ‘Spanish harlem’ 같은 체스키의 보컬 레코딩을 들어보면 더블 베이스는 육중하고 중후한 울림을 내뱉으며 우측의 캐스터네츠 같은 작은 악기도 마스킹 없이 무척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정확하게 낚아챈다. 밝고 화사하면서도 절대 엷고 얕게 흩어지지 않는, 핵이 깊은 북셀프다.
"매우 풍부한 하모닉스에 더해 더없이 활기찬 보잉이 역동적이다.
활기차게 시작하는 산 속의 상쾌한 아침처럼 맑고 푸르른 색채가 음악을 뒤덮는다."
중역에서 고역까지는 매우 평탄한 반응을 보이며 특정 대역에서 딥이나 피크가 포착되지 않는다. 그만큼 각 악기의 음색은 정확하다. 레이첼 포저의 [La Stravaganza]를 들어보면 매우 풍부한 하모닉스에 더해 더없이 활기찬 보잉이 역동적이다. 활기차게 시작하는 산 속의 상쾌한 아침처럼 맑고 푸르른 색채가 음악을 뒤덮는다. 선명하면서도 명쾌한 표현은 높은 명암 대비로 한껏 흥을 돋운다. 여러 악기군은 그 위치와 음상이 뚜렷하면서도 완전히 분리되어 객체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매우 끈끈하게 연결되어 일체감 넘치며 묵직한 동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마치 과거 소너스 파베르의 과르네르 오마주에 음장과 대역을 넓혀놓은 듯한 느낌이 잠시 스쳐간다.
"드럼 풋웍이 우렁차게 바닥을 두드리며 하이라트로 치고 올라가는 구간에서
마크 노플러의 기타는 가슴을 파고들며 리듬과 텐션에 긴장감마저 흐른다."
던텍 DSM-15 MKII의 디자인만 본다면 마치 클래식 음악에 최적화된 스피커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 그러나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Money for nothing’ 같은 곡에서는 그런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져버린다. 드럼 풋웍이 우렁차게 바닥을 두드리며 하이라트로 치고 올라가는 구간에서 마크 노플러의 기타는 가슴을 파고들며 리듬과 텐션에 긴장감마저 흐른다. 저역 펀치력은 5인치 미드/베이스 우퍼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렁차다. 리듬, 페이스 & 타이밍에서도 흐릿하게 질척이는 면이 없고 꽤 민첩하고 리드미컬하게 악곡을 밟아나간다. 시종일관 호소력 짙게 전진하는 추진력과 활기차게 뽑아내는 명쾌한 사운드에서는 마치 6 1/2인치 정도의 미드/베이스 유닛을 연상케 한다.
"라운지, 일렉트로닉 계열 음악에서 긴박한 비트, 리스닝 룸을 뒤흔드는
강력한 타격 음에서도 빠른 반응과 리듬감이 어색하지 않다."
앞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Money for nothing’ 에서도 확인했으나 던텍 DSM-15 MKII는 팝/록에서 재즈나 클래식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에 대해 관용적이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Safri Duo 의 ‘Samb Adagio’ 같은 라운지, 일렉트로닉 계열 음악에서 긴박한 비트, 리스닝 룸을 뒤흔드는 강력한 타격 음에서도 빠른 반응과 리듬감이 어색하지 않다. 토토의 ‘I will remember’에서 드럼 비트는 마침 곁에 있던 아발론 콤파스에 비해서도 속도감이 뛰어나다. 비온 뒤 활짝 개인 아침, 한적한 교외 고속도로를 달리는 듯한 질주감이 쾌감을 고조시킨다. 참고로 그릴을 장착할 경우 중역대 약간의 딥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음악 감상시엔 그릴을 제거하고 청취하길 권한다.
고역을 담당하고 있는 스캔스픽 링 라디에이터는 정교한 핀포인트 포커싱과 명징한 이미징 표현 등에 있어 장점이 많다. 이런 특성은 특히 대편성 교향곡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전면 이미지뿐만 아니라 좌측 후면의 작은 소리 또는 우측과 무대 중간 사이 후면에 위치한 소리까지도 세밀하게 포착해낸다. 깊은 곳 중앙에서 그르렁거리며 눈앞까지 팀파니가 당도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 않는다. 저역 구간의 재생 능력은 일단 그 깊이 면에서도 제한이 있다. 이 정도 사이즈의 우퍼와 캐비닛에서는 어쩔 수 없는 특성이다. 하지만 그 대신 에너지의 강, 약 조절이나 음영 대비 그리고 스피드 면에서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난 편이다. 다이내믹 컨트라스트가 크며 새김이 분명한 소리로 마치 중형 톨보이처럼 중후하며 큰 소리로 노래한다.
총평
강력한 전원부를 갖춘 럭스만 M-800a는 퓨어 A 클래스 증폭 방식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세밀하게 던텍을 울렸다. 하지만 어떤 앰프보다 더 섬세하고 고운 입자와 자연스럽고 깊은 저역에 말끔한 배경이 럭스만과의 매칭에서 가능했다. 8옴에 60와트라는 그리 높지 않은 출력이지만 1옴 부하에서 순간 480와트라는 선형적인 출력을 자랑하는 M-800a는 던텍이 목표로 하는 소리가 어떤 것인지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천재적 엔지니어들이 군웅할거하며 사운드의 레퍼런스를 만들어나가던 시절, 던텍은 하나의 표준을 제시했다. 전세계 여러 엔지니어의 스튜디오에 던텍이 자리했었고 현존하는 최고의 스튜디오 레퍼런스 스피커 리핀스키의 기술적 자양분도 다름 아닌 던텍에 일부 빚지고 있다. 오랜만에 기지개를 킨 던텍은 DSM-15 MKII라는 혁신적인 모델로 다시 날개 짓하고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주요사양
형식: 2웨이 북셀프
주파수 응답: 55Hz ~ 35kHz
최소 권장파워: 60W 이상
감도: 89dB / 2.83V/m
임피던스: 4Ω
드라이버: 1인치 링 라디에이터 트위터, 5인치 미드/베이스 드라이버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
크기(W x H x D): 250 x 1,120 x 400mm
무게: 25kg(스피커), 25kg(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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